2025년 여름, 함윤이

함윤이「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현대문학』 2025년 1월호)

선정의 말

함윤이는 스타일리스트이다. 함윤이 소설의 특장점이라고 하면 우선 매력적인 캐릭터들,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유려하고 심미적인 문장의 스타일, 묘하게 신비로우면서도 여전히 개연적인 서사 구성의 감각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것들이 함윤이의 거의 모든 소설에서 보이는 특징이라 한다면, 그의 어떤 소설들에서는 특히 모종의 장르를 개척하거나 재발견하려는 의지가 눈에 띈다. 그 장르란 ‘한국 시골 컬트’라고 할 만한 무언가이다. 그런 장르에 대한 시험이 몇몇 소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가령 「태초에는 당신도」 「규칙의 세계」 등의 작품이 그랬다. 젊은 스타일리스트가 왜 이런 장르를 다시 개척하고 있는지는 참으로 흥미로운 연구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역시 참신한 감각의 ‘한국 시골 컬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함윤이식 컬트에서는 한국 사회의 법과 규범이 한 컬트 집단의 믿음이나 규칙과 충돌하는데, 이 충돌의 디테일이 엉뚱하고 재미있다. 어쨌든 함윤이 소설의 컬트 집단은 사회의 법과 규범을 급진적으로 전복하거나 파괴하려 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도 ‘천문대 사람들’은 어떤 의식을 벌인 다음,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순순히 체포당한다. 독자는 노아의 눈을 따라 아주 잠시 벌어진 위반의 ‘틈’을 감지할 뿐인데. 그 틈은 여운처럼 긴 불길함을 남긴다. 법이나 과학처럼 인간이 만든 논리보다 더 거대하고 근본적인, 인간이 파악할 수 없는 어떤 논리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불길함. 이 불길함은 모든 것을 의심스럽게 하는데, 가령 박녹원 주사 역시 (자신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 논리에 따라 움직이면서 종교의식을 돕고 있는 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소설은 이런 불길함과 함께, (아마도 불안을 무마하려고 찾아오는) 웃음도 준다. 함윤이의 디테일하면서도 예상을 벗어나는 상상력은 웃음을 자아낸다. 가령 노아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으려고 엄마의 이름을 말했는데 하필 여자의 이름과 같았을 때, 그 “기막힌 우연이” 자극하는 웃음이 있다. 기막힌 일들을 마치 있을 법한 일인 것처럼 만드는 것 역시 소설가의 솜씨일 텐데, 함윤이는 리얼리즘 소설의 규범인 ‘개연성’을 간지럽히듯이 살살 흔들거나 도발적으로 푹 찌르거나 하면서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이 솜씨는 결국 개연성을 흔들고 도발하면서도 개연성 자체가 무너지지는 않게 하는 균형 감각일 것이다). 이 컬트 장르가 한국 사회의 법이나 규범, 치안 질서를 은근슬쩍 건드릴 때 동시에 소설 장르의 규범도 시험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함윤이는 실험의 이름으로 규범을 전복하거나 파괴하지 않고 슬쩍, 천연덕스럽게, 때로는 눙치고, 때로는 빠르게 밀어붙이며, 전반적으로 섬세하게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 시험의 감각은 섬세한 만큼 세련되었고, 현재적이고, 또한 징후적이다. 이희우(문학평론가)

관련 작가

함윤이 소설가

202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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