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서장원

서장원 「리틀 프라이드」 (『자음과모음』 2024년 봄호)

선정의 말

서장원의 「리틀 프라이드」는 매력이 자본화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진정성이 처한 동시대적 위기의 단면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오스틴과 토미(‘나’)는 빈티지 의류를 판매하는 앱 개발 회사 올드독코퍼레이션에서 만난 사이이다. 소설의 ‘나’는 트랜스남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프라이드를 갖추지 못한 인물, 타자로부터 진짜 남성으로 자신이 인정받을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의심하는 존재이다. 반면 오스틴은 여러모로 대조적인 인물처럼 보인다. ‘우리 회사에서 오스틴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오스틴의 뛰어난 기획력과 대화 스킬로 인해 그가 출연하는 길거리 인터뷰 영상이 소위 대박을 터뜨리게 되었고, 패션에 관심 있는 젊은 세대에게 특별한 존재처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틴의 이러한 성공을 가능하게 한 여러 능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제가 예쁜 걸 잘 알아봐요.”
물론 여기서 오스틴이 스스로 자인하는 이 특별한 능력은 단순히 ‘미적인 감식안’에 한정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예쁜 것’을 판정하는 기준이 타자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의 여부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타자지향형적 세계관은 누군가의 매력이 모종의 자본의 형식으로 전환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원천이자 동시에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원리로도 이어진다. “오스틴은 놀랍도록 눈썰미가 좋아서, 슬쩍 보고도 이 옷이 진짜 폴로인지 아닌지 알 수 있었다.” 단번에 진품을 알아볼 수 있는 오스틴의 눈썰미는 매력 자본을 포착하려는 그의 욕망과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다. 빈티지 패션으로부터 오리지널리티의 매력을 발견하려는 동시대적 유행은 표면적으로 오래된 것, 낡은 것의 진품성(진정성)만이 매력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피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태는 정반대에 가깝다. 예쁜 것에 대한 오스틴의 강박적 탐닉이 오히려 드러내주는 사태는 ‘타자에게 매력적으로 인정받는 것만이, 즉 매력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치만이 진품(진정성)이다’라는 전도된 테제이기 때문이다. 오스틴이 자신의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자신에 대한 긍정(프라이드) 대신 여성 혐오와 ‘사지연장술’에 의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처럼 「리틀 프라이드」는 오스틴에 대한 관찰과 토미(나)의 내면을 교차시키는 가운데, 나가 끝내 벗어나지 못했던 정체성의 불안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퀴어 프라이드’라는 슬로건으로 충분히 해소될 수 없는 이 트랜스남성의 혼란스러운 내면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진정한 정체성(프라이드)을 정립하는 일과 매력 자본의 장에서 인정받는 일 사이에서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진정성의 동시대적 현실을 징후적으로 드러내는 중이다. _강동호(문학평론가)

관련 작가

서장원 소설가

202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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