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봄, 예소연

예소연 「사랑과 결함」(『현대문학』 2022년 11월호)

선정의 말

예소연의 「사랑과 결함」은 소설의 화자 ‘성혜’와 그녀의 고모 ‘순정’ 사이에서 형성된 독특한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종의 회고담이다. “애 딸린 남자와 결혼을 한 뒤 1년도 지나지 않아 소박맞은” 고모가 “20평의 낡은 복도식 아파트”에서 ‘나’와 함께 살게 된 사정도 이색적이지만, 한층 흥미로운 것은 고모가 우울, 강박, 히스테리 등으로 추정되는 정신적 결함을 앓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가족 내의 수많은 갈등과 불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고모의 정신적 결함에 동반되는 ‘나’에 대한 압도적이면서도 광기 어린 사랑에 내포된 의미이다. 「사랑과 결함」이 표면적으로는 그저 이색적인 가족 서사처럼 읽힐 수 있지만, 그 이면에서 모종의 형이상학적 탐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엄마-나-고모’ 사이에서 형성된 애정과 집착, 그리고 맹목과 폭력의 원천에 해당하는 ‘정신병’이 일종의 사랑이라는 이름의 계승과 상속의 테마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하지만 다만 내가 알 수 있는 건, 고모나 엄마는 그저 나에게 끔찍한 사랑을 흠뻑 물려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 사랑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 사랑과 결함이 나를 어떻게 구성했는지도.” 소설 속 고모나 엄마는 단순히 나를 사랑‘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사랑은 ‘물려줌’이라는 계보학적 승계 속에서 온전히 설명될 수 있으며, 화자가 현재 겪고 있는 정신적 결함 역시 고모와 엄마에 의해 전해지고 공유되는 어떤 공통의 삶 속에서 이해되고 해명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강조해야 할 것은 이러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증여로서의 사랑이 철저히 여성 인물들 사이에서 가능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병도 유전이야, 유전”이라는 아버지의 한탄이나 “정신병은 모계 유전이라던데.”라는 전 남자친구 수의 무신경한 말이 역설적으로 징후적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계승과 상속은 유전이라는 이름의 생물학적 계보로는 온전히 설명될 수 없는 어떤 연속성을 가리킨다. 고모가 숨을 거두기 직전 다른 사람도 아닌 화자의 엄마 민애에게 마지막으로 유언처럼 말을 뱉었다는 것, 그리고 그 말의 의미를 엄마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요컨대 「사랑과 결함」은 여성적 상속과 계승, 그리고 증여에 대한 탁월한 형이상학적 알레고리이다. _강동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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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 소설가

2021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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