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미쓰 리이치(1898~1947)는 일본 근대문학사의 변혁기인 1920년대에 일본 고대 역사를 소재로 한 단편 「태양」을 발표하며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 무렵 일본에는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에서 싹튼 새로운 형태의 문학과 사상이 물밀 듯이 들어와 문학 논쟁을 일으키는데 요코미쓰는 그 중심에 서서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전개해나간다.
그는 그때까지 대화체 계통의 문학이 주류를 이루었던 일본 문단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던 신선한 인상의 문어체 문체를 써서 「머리 및 배」 「그대」 등의 작품을 발표하는 한편 평론 「신감각론」을 발표하여 이른바 ‘신감각파’ 시절의 문을 열었다. 이후 사회 사상과 신감각파 기법의 결합을 시도하면서 야심의 실험작 장편 『상해』를 발표하고 문체를 완전히 바꾸어서 「기계」를 쓰면서 심리주의로 선회한다. 그리고 「기계」의 심리 구도를 조금씩 확대하여 장편 『침원』 『춘원』 『성장』을 발표한다. 이후 평론 「순수문학론」을 발표하면서 순수문학과 통속소설의 결합을 시도했으며, 소설에 ‘우연성’의 요소를 가미한 작품 『문장』을 발표하여 문학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이 무렵부터 그의 작품에 민족과 혈통 문제가 자주 등장하게 된다. 1939년 요코미쓰는 유럽 여행에서 돌아와 생애 최대의 역작 『여수』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신의 우위를 강력히 주장하여 말년에 신비적 독단주의로까지 기울어졌던 요코미쓰는, 창작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문학 이론에 있어서도 항상 시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싱징적인 작가 요코미쓰의 생애는 하나의 큰 실험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