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학자, 젠더 이론가, 후기구조주의 페미니즘 학자로, 퀴어 이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헝가리와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 후손으로 1956년 미국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났다. 1984년 예일 대학 철학과에서 프랑스 철학에서의 헤겔 해석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87년 그 논문을 바탕으로 첫 책 『욕망의 주체』를 출간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비교문학 학부와 비평 이론 프로그램의 맥신 엘리엇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버틀러는 1990년 출간한 『젠더 트러블』로 철학과 페미니즘 학계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스스로 ‘트러블’이 되었다. 또한 난해한 수사학과 스타일 때문에 1999년 미국 학술지 『철학과문학』에서 ‘최악의 저자’로 뽑히기도 했다. 버틀러의 글쓰기는 9․11 사건 후 변화하는데, 『젠더 허물기』는 『불확실한 삶』과 더불어 후기 연구 경향으로의 전환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론적 성찰보다는 현실적 참여의 층위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의 가능성과, 타자에 말 걸고 응답하는 공동체의 윤리적 관계성 등을 모색한다. 2012년에는 ‘정치 이론, 도덕철학, 젠더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아도르노상을 수상했다. 버틀러는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이론가이자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현실 참여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6년 레바논 전쟁 반대 운동,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에 참여했고 현재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 자문위원회와 미국 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교수회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11월 파리 테러에 대해서도 정치적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지은 책으로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 『안티고네의 주장』 『우연성, 헤게모니, 보편성』(공저), 『윤리적 폭력 비판』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공저), 『전쟁의 틀』 『갈림길』 『권리 박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