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작가
전미화 그림책 출간!
“슬프지만 슬프지 않게, 외롭지만 외롭지 않게!”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아픔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그림책
■ 엄마와 헤어진 아이의 상실감을 깊이 있게 그려 낸 가족 이야기
‘2015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된 전미화 작가의 그림책 『미영이』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특별한 장식 없이 간결하다는 것은 때론 가장 강한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바로 전미화 작가의 그림책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간결한 글과 그림으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전미화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나누고자 하는 메시지를 늘 또렷이 보여 주고 있다. 먼 이상향을 좇기보다는 지금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들을 작가 특유의 절제미를 통해 강단 있게 전하고 있다.
『미영이』는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엄마가 어디론가 떠나 버리고 홀로 남겨진 미영이가 다시 엄마를 만나기까지의 시간들을 담고 있다. 그렇게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엄마와 그런 엄마를 그리워하는 미영이의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글과 그림은 되도록 많은 부연설명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미영이와 엄마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주인공 미영이가 겪는 일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가정이 해체되는 현대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어서일까. 화가 난 것처럼 무뚝뚝하게 보이는 미영이가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질 않길, 마음 한구석에 자그마한 행복을 담을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나길 응원하게 된다.
잠에서 깬 미영이가 화장실에 간 엄마를 기다리는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매정하리만큼 혹독한 상황 앞에 놓인 어린아이가 과연 어떻게 살아갈지 가슴을 졸이게 된다. 감당하기 힘든 시간 앞에 미영이는 그냥 내던져져 있는 것이다. 미영이 혼자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지? 하면서 아직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엄마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미영이는 오히려 독자보다 더 담담하게 그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만 같아 더 마음이 아프다. 식구들이 많은 집으로 가서 더부살이를 하며 학교에 가는 또래 아이를 말없이 바라보는 미영이는 혼자 글씨 연습을 하며 글자를 틀리게 쓰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럽게 여긴다.
하지만 미영이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이나 주인집의 단란한 모습이 아니라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이다. 상심이 더욱 커 갈 무렵 미영이는 뜻밖의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된다. 길 잃은 듯한 강아지가 주인집 아들을 따라온 것이다. 주인을 찾아 주려고 해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게 되자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밥을 주고 똥을 치워 주는 일은 미영이 몫이 된다. 미영이는 강아지를 돌봐야 하는 게 귀찮기만 하지만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강아지를 살뜰히 돌봐 준다. 이렇게 강아지와 미영이는 마음 둘 곳 없는 집에서 서로를 의지하는 좋은 친구가 된다.
■ 미영이와 엄마를 이어 주는 ‘사랑’이라는 끈
혼자 남겨진 미영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말없이 떠난 엄마가 야속하고 미영이의 처지가 애잔하여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엄마를 기다리면서도 ‘엄마 따윈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미영이의 반어적인 표현에는 그만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해 어서 엄마가 나타나 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렇지만 남의 집에 갈 때 처음 입었던 옷이 작아질 만큼 미영이는 자랐지만 엄마에겐 아직 소식이 없다. 그렇게 세월의 흐름에 순응할 때쯤 엄마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미영이는 반가움보다는 오히려 무덤덤한 마음으로 엄마를 따라나선다. 하지만 차갑고 단단한 엄마 손을 잡는 순간, 엄마한테 설거지 냄새가 난다는 걸 알았다. 그제야 미영이는 엄마가 자신을 버린 게 아니라 자신을 맞을 준비를 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이제 엄마를 따라나서는 미영이의 발걸음은 한층 가벼워졌다. 그들을 기다리는 세상이 녹록하지 않겠지만 엄마에게 버림받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미영이는 이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것이다.
■ 간결함으로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흑백 그림과 여백의 미
전미화 작가는 군더더기 없는 텍스트에 많은 장식과 색채를 배제한 간결하고 단정한 흑백 그림을 통해 전하고자 메시지를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 주인공 미영이가 처한 상황에 독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 뒤에 감추어진 미영이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혼자 남겨져 방에 우두커니 앉아 엄마를 기다리는 미영이를 표현할 때는 미영이를 멀리 두고 여백을 통해 아이의 두려움과 쓸쓸함을 표현했고, 좋을 것이 하나도 없어 웃지 않는 미영이를 두고 누군가 수군댈 때는 미영이를 클로즈업해서 그 내면의 심리를 그대로 전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