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인 1(무선)

이청준 전집 24

이청준 | 김선두 그림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5년 5월 7일 | ISBN 9788932021041

사양 변형판 140x215 · 472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 밀실에 갇혀 거짓과 위장으로 서로를 쫓는 장삼이사들의 인생극장,
그 비극적 아이러니와 로맨스가 빚어내는 깨달음과 구원의 역사

이청준 장편소설 『인간인』(문학과지성사, 2015) 1부와 2부가 각각 <이청준 전집> 24권, 25권으로 출간되었다. 1부와 2부를 합쳐 원고지 3천여 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인간인(人間人)’이란 하나의 제목으로 묶이기까지, 작가의 초기 작품 구상에서부터 잡지 연재를 거쳐 각각의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기까지 무려 십여 년의 세월이 소요되었고, 그만큼 여러 차례 크고 작은 개작 과정을 거쳐 완결된 작품이다. [이청준 문학 연구자들은, 무불, 안장손, 윤 처사, 도섭 등의 등장인물과 대원사라는 공간, 일제 강점기 말이라는 시간적 배경, 그리고 기본적인 에피소드들의 전개를 고려하여 장편 『인간인』의 원형을 이청준의 미완성소설 『자비강산』(1983년 2월)에서 찾는다. 이후 1984년 가을 무렵부터 작가가 본격적인 작품 구상에 착수하여 1988년 5월 『현대문학』지에 첫 연재를 시작할 당시 『인간인』은 제목이 ‘아리아리 강강 제1부’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고, 1991년에 출판사 우석에서 단행본 2권으로 동시 출간되면서 비로소 『인간인』 1권(부제: 아리아리랑. 『아리아리강강』 제1부 개고改稿)과 2권(부제: 강강술래. 『아리아리강강』 제2부 완성편完成篇)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 거짓과 위장의 수사로 중첩­반복되는 인간의 운명

『인간인』 1부는 1944년 일본 강점기 말엽부터 1950년 여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까지 해남골 대원사를 배경으로, 수배 중인 범죄자로 신분을 가장하고 이곳에 잠입한 일본 밀정 남도섭의 인생역정을, 2부는 유신 말기인 1979년에서 1980년 5월 광주 직후의 시간을 배경으로, 형사를 가장하고 역시 대원사를 찾아가 몸을 기탁하는 떠돌이 잡범 안장손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을 볼 때 30여 년의 간격을 두고 있고 심지어 동일한 인물과 공유하는 사건 하나 없는, 그래서 하나의 서사로 이어지지 않고 개별 작품으로 읽히기 십상인 성격의 두 작품이 ‘인간과 인간 사이人間人’라는 하나의 제목으로 연결되고 해석 가능한 이유는 바로 다양한 인물들이 처한 입장의 유형과 사건 전개상 반복되는 구조, 그리고 그를 통한 주제의 암시에서 찾을 수 있다. 거짓과 위장으로 힘과 권력을 쫓아온 1부의 남도섭과 2부의 안장손은 그 좋은 예다. 불교적 피안처인 해남골 대원사로 숨어든 이 두 사람이 겪게 되는 모험과 파국의 과정이 고난과 오욕으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와 긴밀하게 맞물리면서, 오랜 시간에 걸친 두 이야기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내던져진 인간의 운명과 삶의 진실을 중층적으로 조명해간다. 작가 스스로 이 작품의 첫 연재 당시 고백한바, 1980년 초반을 전후해 십여 년간 작가의 의식을 강하게 지배했던 주제가 바로 “숨어 사는 이, 혹은 쫓기며 사는 이들의 삶의 참의미”를 묻는 일이었음을 새삼 상기해봄 직하다.

■ 쫓기고 숨어 사는 삶의 의미,비극적 아이러니가 빚어내는 원환의 지옥

1부에서 그럴듯한 위장과 거짓 술수로 절 내 우봉 스님, 윤 처사, 외사와 객방 사람들 모두를 쫓아대고 감시한다고 믿었던 밀정 남도섭의 행적은 금서 병풍 도난 사건과 소영각 지하 밀실의 정체가 밝혀질 무렵, 정작 그 자신이 쫓기고 감시를 당하는 “미로 상자 속의 생쥐”나 “청맹과니 바보”와 다를 바 없었다는 처절한 자각과 좌절로 매김한다. 뿐만 아니라 절 내에서 벌어진 도난 사건이 실은 남도섭의 정체를 일찍부터 간파하고 있던 우봉 스님이 벌인 자작극이었으며 오히려 위장 ‘도난’ 상태가 안전한 보관책이라는 것, 은신하던 공산주의자 박춘구가 “만인 평등의 사회 건설”을 부르짖으며 일으킨 폭력 등을 통해 이청준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무명의 삶, 그 삶의 비극적 아이러니를 드러내 보여준다. 권력숭배자, 기회주의자, 반민족행위자, 공산주의자, 민족주의자, 종교인 등 역사를 살아가고 이를 의미 있게 만들려는 다양한 인간들의 방식을 드러내는 데 이야기의 아이러니한 구조는 큰 설득력을 띤다.

■ 부도덕하고 뒤틀린 사회, 파괴적 욕망 분출 속에서 꽃피운 자비와 구원의 서사

2부 역시 우연히 습득한 수갑을 밑천 삼아 형사로 가장하고 그보다 힘없는 민중을 착취해온 안장손이 좁혀드는 수사망을 피해 대원사로 도피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곳에서 그는 누워서 잠을 자지 않는 고통스런 수행으로 불교의 자비를 몸소 실천하려는 무불 스님과 마주한다. 이미 바깥세상의 차가운 경험 탓에 인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회의로 자신의 욕망을 대신해온 안장손에게 무불의 고행은 쉽사리 수긍할 만한 삶의 방식일 수 없다. 때문에 그는 무불에게 무뢰한의 태도로 거세게 반항한다. 한편 그가 대원사 인근 여관에서 만난 여인 난정과 맺은 인연, 그리고 그의 정한을 마구 흔들어놓는 난정의 소리에서 감정의 격동을 느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상실할 것 같은 두려움에서 결국 그녀에게서 달아나는 행동 역시 안장손의 내면과 삶의 의미를 송두리째 뒤흔들어놓는다. 이 두 만남을 계기로 안장손은 자비와 인연이야말로 인간 세계를 지탱하는 근원적 질서임을 깨달아가고 권력 말기의 끔찍한 폭력을 피해 도피한 자들의 “소중한 둥지나 가위 천국이 된” 대원사에서 그들의 “보호인 겸 감시역”을 자처하는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 자비의 실천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러한 장손의 깨달음은 소설의 대단원이 되는 5월 광주민주화항쟁에서 폭발하듯 쏟아지고, 출산이 임박한 난정을 태우고 도로를 질주하는 화물차 위에서 계엄군의 총탄을 맞고 죽음을 맞는다.

“역사를 사는 사람과 쓰는 사람 사이엔 서로 본래 생각이 같은 수도 있고, 얼마쯤 다를 수도 있겠으나, 이 이야기에선 그 어느 쪽을 내세우기보다 양자의 진실을 깊이 연결지어보고 싶었던 것도 한 가지 숨은 욕심이었음을 덧붙여두고 싶다. 역사는 이루어져나가는 면과 만들어져가는 면이 함께해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_이청준, 「작가 노트-역사를 사는 사람과 쓰는 사람의 자리」(『인간인 2』, 열림원, 2001)에서

■ 작품 해설에서
이청준은 『인간인』에서 “역사를 사는 사람과 쓰는 사람”의 “사이”에 존재하는 동질적이거나 이질적인 진실에 대한 연결을 시도했다고 말하며, 그것은 “역사는 이루어져나가는 면과 만들어져가는 면”이 “함께해가고 있다”는 생각에 의거했다고 쓰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언급은 소설의 제목에서도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인간인(人間人)’이란 제목은 그가 말했던 것처럼 시간의 거대한 흐름을 구성하는 유사하면서도 상이한 인자들의 공존과 인간이란 존재가 위치하고 의미를 갖는 지점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인』은 종교의 세계로 혹은 안전한 은신처가 되어주는 피안의 주변으로 도피한 인간들과 그들을 추적하는 인간들이 펼쳐내는 거짓과 어리석음의 향연이자, 이러한 장삼이사들의 인생극장이라 할 만하다. 그렇게 작가 이청준은 ‘역사’라고 부르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을 진행시키는 각기 다른 입장과 관념을 ‘연결’하며, 비극적 아이러니와 로맨스가 빚어내는 깨달음과 구원의 구조를 반복한다. 언제나 그랬지만 인간이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은 작가가 가진 두려움과 부끄러움, 욕망의 복합적인 변증법 속에서 출현한다. 그리고 그것의 뒤엉킴과 충동에서 예술의 걸작은 태어난다. _서희원(문학평론가)

■ 문학과지성사 <이청준 전집> 소개

인간의 진실과 운명을 향한 도저한 사유, 그 쉼 없는 열정
소설가 이청준이 일궈놓은 40년 문학의 총체 <이청준 전집>

지난 2008년 7월에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 선생의 문학을 보전하고 재조명하고자 문학과지성사는 새로운 구성과 장정으로 <이청준 전집>을 발간해오고 있다.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눈길』 등 우리 시대의 한(恨)과 아픔을 사랑과 화해로 승화시키는 데 평생을 바쳐 고뇌한 작가 이청준. 그는 소설가로서 투철한 작가 의식, 지성인으로서 인격, 생활인으로서 겸손함, 남을 위한 배려 정신과 자신에 대한 엄격성 등 삶의 여러 본보기들을 소리 없이 실천하며 우리 곁에 머물다 간, 명실공히 한국 소설 문학사의 큰 표징이다.

말과 말의 질서를 통해 삶을 사랑하기를 문학의 궁극적 행위이자 가치로 놓았던 이청준의 작품 세계는 권력과 인간의 갈등, 집단과 개인의 불화, 언어와 사회의 길항 등 거시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로부터 고난을 견디는 장소로서의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과 그 밑바닥의 가장 복잡한 심사들의 뒤엉킴이라는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구조에까지 멀리 그리고 깊게 닿아 인간의 한 생을 파노라마로 엮는다. 다시 말해, 『당신들의 천국』이 완성한 지성의 정치학으로부터 『서편제』가 풀어낸 토속적 정한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이청준 문학이 뻗어 있는 영역은 우리 삶의 전방위를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2009년 7월에 발족한 <이청준추모사업회>와 문학과지성사가 정본으로서의 새로운 『이청준 전집』 간행에 한뜻을 모으고, 이청준 문학을 연구하는 문학평론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청준 전집 기획위원회>를 통해 이후 수차례의 논의와 협의를 거쳐 이청준 전 작품과 서지 자료 정리 및 전집 기본 구성안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기획위원회의 정기회의를 통해 1) (발간과 미발간 작품 모두를 포함한) 이청준 작품 목록 정리, 2) 이청준 연보 정리, 3) 각 작품 연재 지면과 발행 출판사, 작품 분량에 대한 일차적인 세부 목록 조사와 정리가 이뤄졌고, 더불어 각권의 표지 그림과 제자는 생전의 이청준 선생의 절친이자 고향 후배인 김선두 화백이 맡았다. 역시 오랫동안 이청준 문학에 밀착하여 정밀하고도 성실한 비평적 노력을 기울여온 문학평론가 이윤옥 씨가 각 개별 작품들의 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를 밝히는 상세한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해주고 있다. 이 주해는 이청준 작품 세계의 소재적, 주제적, 문체적 측면의 특장과 주요 변모를 연대기적 흐름과 출판사, 판면의 변화와 함께 보여줌으로써 이청준 문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더불어 원전과 사료를 두루 살펴 작품의 상세한 역사와 의의를 드러내는 이 작업은 우리 문학 전집 간행사에서 한 뚜렷한 전범이 될 것이다. 『이청준 전집』은 총 서른네 권의 규모로 독자 여러분을 찾는다.

목차

■ 차례
『인간인 1』
은자의 숲
나무꾼과 사냥꾼
공안의 문
밤을 앓는 대지
유전
(해설) 역사와 반복, 그 사이의 거대한 심연/서희원
(자료) 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이윤옥

『인간인 2』
세월의 둥지
자라는 사슬
자비강산
인간인
생명의 강
(해설) 역사와 반복, 그 사이의 거대한 심연/서희원
(자료) 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이윤옥

작가 소개

이청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낮은 데로 임하소서』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춤추는 사제』 『이제 우리들의 잔을』 『흰옷』 『축제』 『신화를 삼킨 섬』 『신화의 시대』 등이, 소설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소문의 벽』 『가면의 꿈』 『자서전들 쓰십시다』 『살아 있는 늪』 『비화밀교』 『키 작은 자유인』 『서편제』 『꽃 지고 강물 흘러』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이 있다. 한양대와 순천대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은 한편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다. 2008년 7월, 지병으로 타계하여 고향 장흥에 안장되었다. 사후에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고, 문학과지성사에서 전 34권의 결정본 전집이 간행되었다.

"이청준"의 다른 책들

김선두 그림

1958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제7회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단에 데뷔하였고, 제12회 석남미술상과 제3회 부일미술상을 수상하였으며, 1992년 금호미술관 첫 개인전 이후 14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 자문 및 그림을 그리기도 했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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