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동문학의 개척자 마해송 전집 7권
『멍멍 나그네』 출간!
한국 최초의 창작동화 「바위나리와 아기별」 「어머님의 선물」로
동화의 첫 길을 연 마해송, 그의 문학의 진면목을 조명하다!
마해송 전집 일곱 번째 권인 장편동화 『멍멍 나그네』가 출간되었다. 『멍멍 나그네』는 베쓰라는 개를 주인공으로 하여 동물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의인화 수법으로 그려 낸 작품으로, 인간 사회의 원초적 가치와 ‘의리’ ‘보은’ 같은 선의지(善意志)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로써 마해송 전집 중 아동문학 분야의 전집(총 7권)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멍멍 나그네』 말미에는 마해송의 아동문학 작품 전체 목록(연대순)을 연표로 정리해 놓았다. 이어서 마해송 수필집(총 3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마해송은 우리나라의 아동문학이 아직 전래동화 개작 수준에 머물러 있던 1920년대 초반, 작가의 개성과 문학성이 강하게 표출된 새로운 동화를 발표하여 이 땅에 창작동화의 첫 길을 열어 놓았다. 이에 문학과지성사는 한국 근현대 아동문학사의 큰 산을 이루고 있는 그의 문학적 성취를 기리기 위해 2005년 일차로 마해송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에 ‘마해송문학상’을 제정․시행해 오고 있는 것에 이어, 2011년 ‘마해송 전집’ 편집위원회(편집위원: 조대현, 이재복, 김영순, 김지은)를 구성하여 문학사적 가치가 높은 그의 작품들을 총망라하는 전집을 기획하였다.
그의 작품 세계는 워낙 다양하여 한마디로 말할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언제나 시대와 현실에 맞서 불의와 모순에 저항하는 자세로 창작에 임해 왔다는 것이다. 일제의 침략과 폭정을 고발한 「토끼와 원숭이」가 그렇고, 광복기 강대국들의 횡포와 경제 침탈을 풍자한 「떡배 단배」가 그러하며, 자유당 독재 정권의 몰락을 예고한 「꽃씨와 눈사람」이 그러하다. 이러한 창작 활동을 통해 그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남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주체성을 살려 나갈 때 나라와 사회가 바로 선다는 교훈이었다. 오늘날처럼 세계가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그의 동화가 전하는 교훈은 지금도 되새겨 보아야 할 귀중한 정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_조대현(아동문학가)
■ 『마해송 전집』 편집 체제와 특색
- 문학과지성사판 『마해송 전집』은 장편동화, 중 ․ 단편동화, 동극, 노래가사, 수필 그리고 작가가 발표했으나 단행본으로 발간되지 않은 작품과 미완성작 등을 모두 엮었다.
- 『마해송 전집』은 작가 생존 시 마지막으로 출판된 단행본을 저본으로 삼았으며, 단행본으로 묶이지 않은 작품은 최초 게재지에 수록된 것을 저본으로 삼았다.
- 전집의 작품은 장편동화의 경우 최초 발표 연대를, 중 ․ 단편동화의 경우 게재지에 처음 발표된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 발표된 순서대로 수록하였으며, 각 작품 말미에 발표 연도와 출처지를 밝혀 놓았다.
- 제목만 전하고 실체를 알 수 없던 동화와 수필을 발굴하여 지금까지 찾아낼 수 있는 마해송의 모든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독자가 손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집대성했다. 이것은 작가 생전이나 사후에 한 번도 이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도 의의가 크다.
- 개별 작품마다 최초 발표 연대와 출처를 밝히고 따로 배경 설명이 필요한 작품에는 각주를 달아 사료적 가치를 높였다.
- 근대 잡지에 실린 문학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과 주요한 단행본들은 그 당시 출간된 판본을 사진으로 찍어 참고자료 형태로 작품 말미에 실었다.
- 전집의 편제는 단편집, 중편집, 장편동화, 수필집 등이다.
■ 고발과 비판에서 화합과 상생으로!
『멍멍 나그네』는 1960년 4월 5일부터 9월 14일까지 총 130회에 걸쳐 『한국일보』에 연재되었다. 마해송은 생전에 3부작인 『모래알 고금』 『토끼와 돼지(모래알 고금 2)』 『비둘기가 돌아오면(모래알 고금 3)』을 비롯하여 『앙그리께』 『물고기 세상』 『멍멍 나그네』 등 모두 여섯 편의 장편을 남겼다. 『멍멍 나그네』는 발표 연대순으로 볼 때 맨 마지막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생애의 마지막 장편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쓰지는 않았겠지만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앞의 다섯 편의 장편들과는 확연히 다른 시각과 성향을 보이고 있다. 앞의 다섯 작품이 6․25전쟁에서 4․19혁명에 이르기까지 시대 상황을 따라가며 전쟁의 참상, 생활고의 어려움, 권력의 횡포와 부패, 과학 문명의 무분별한 남용 등 인간 사회의 어두운 면과 부조리를 고발 ․ 비판 ․ 풍자한 데 비해 『멍멍 나그네』에서는 저항적 자세가 사라지고 지극히 온건한 자세로 우리의 전통 설화에서 인간 사회의 윤리와 가치를 탐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또한 ‘베쓰’라는 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동물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의인화 수법으로 그려 내고 있는데, 의인화를 통해 인간 사회의 원초적 가치와 ‘의리’ ‘보은’ 같은 선의지(善意志)를 부각시키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더불어 『멍멍 나그네』는 구어체, 그것도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동화 구연체 문장을 쓰고 있어 읽는 사람에게 훨씬 친근한 느낌을 준다. 그것이 선의지를 지향하는 작품 내용과 어울려 마치 맘씨 좋은 할아버지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구수한 맛을 주는 것이 이 작품의 또 하나의 특징이기도 하다.
■ 마해송이 그리는 궁극의 세계
『멍멍 나그네』는 「베쓰의 일기」 「골초 영감」 「슈슈 선생」, 이렇게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옛날이야기 백화점이라고 할 만큼 줄거리 중간 중간에 전래 설화가 많이 삽입되어 있다. 이 설화들은 전체 줄거리 속에 액자 형식으로 끼어 있어 인간과 동물 사이의 상생과 조화를 바라는 작가의 주제 구현에 일조를 하면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으로 대변되는 동양의 윤리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베쓰의 일기」에서는 베쓰와 그 주인들과의 일화를 통해 인간과 동물 사이의 소통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인간이 동물을 사랑한다고 하는 행위들이 동물에게는 구속이자 고통의 연속일 뿐이다. 마해송은 개와 인간 사이의 관계가 지배 ․ 피지배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공생하는 관계가 되어야 함을 역설하면서 인간과 자연과의 상생주의 철학을 보여 주고 있다. 「골초 영감」에서는 주인을 따라 사냥을 나갔던 베쓰가 길을 잃고 만나게 된 쌍둥이 곰 형제 ‘도로’와 ‘두루’ 가족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허위로 가득 찬 인간들의 마을보다 원초적인 자연 환경과 생활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는 동물들의 마을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그리고 있다. 이것은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인간 원형의 심성이 살아 있는 세상이야말로 인간 사회가 지향해야 할 궁극의 세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슈슈 선생」에서는 베쓰가 도로, 두루와 함께 토끼 선생 슈슈의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는 길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이 경쟁 없는 사회에서 천진난만하게 어린이답게 자라 주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처럼 마해송은 인간 본연의 착한 심성이 살아 있는 원시 공동체 시대의 상생주의를 표방하며 인종과 종족을 초월하여 모든 인류가 신의를 바탕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경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라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상생주의 정신의 회복을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 문학과지성사 마해송 전집
1 바위나리와 아기별(단편집)
2 떡배 단배(중편동화․동극․노래․수필․그 외의 글)
3 모래알 고금 1 ․ 모래알 고금 2-토끼와 돼지(장편동화)
4 모래알 고금 3-비둘기가 돌아오면(장편동화)
5 앙그리께(장편동화)
6 물고기 세상(장편동화)
7 멍멍 나그네(장편동화)
8 편편상(수필집)
9 전진과 인생(수필집)
10 아름다운 새벽(수필집)
■ 해설
마해송은 생전에 3부작인 『모래알 고금』 『토끼와 돼지』 『비둘기가 돌아오면』을 비롯하여 『앙그리께』 『물고기 세상』 『멍멍 나그네』 등 모두 여섯 편의 장편을 남겼다. 『멍멍 나그네』는 특이하게도 앞의 다섯 편의 장편들과는 확연히 다른 시각과 성향을 보이고 있다. 앞의 다섯 작품이 6・25전쟁에서 4・19혁명에 이르기까지 시대 상황을 따라가며 전쟁의 참상, 생활고의 어려움, 권력의 횡포와 부패, 과학 문명의 무분별한 남용 등 인간 사회의 어두운 면과 부조리를 고발・비판・풍자하는 데 작의의 중심축이 놓여진 데 비해, 『멍멍 나그네』에서는 그런 저항적 자세가 사라지고 지극히 온건한 자세로 우리의 전통 설화에서 인간 사회의 윤리와 가치를 탐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_조대현(아동문학가)
머리말
베쓰의 일기
골초 영감
슈슈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