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과 상처 속에서도 씩씩하게 자라나는
사춘기 아이들의 달곰쌉쌀 성장기!
“나한테 함부로 X표 하지 마세요!”
어른들의 잣대로는 알 수 없는 아이들의 속마음 찬찬히 들여다보기!
■ 갈등과 좌절을 통해 한 뼘 한 뼘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장통
월간 『어린이와 문학』 동화 부문 3회 추천 완료로 등단한 신인작가 조지영의 첫 책 『X표 하시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어린이와 문학』의 추천을 받은 세 편 「최악의 짝꿍」 「FC 603」 「X표 하시오」를 포함한 일곱 편의 이야기 안에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들여다본 십 대들의 상실감과 좌절감, 소외감 등 쉽게 털어놓기 힘든 사춘기 아이들의 속사정이 섬세하고 따뜻하게 담겨 있다. 친구와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상처, 또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 가운데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삶의 단면들은 아이들뿐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어른들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아이들의 현실은 어른들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될 만큼 두 세계는 긴밀하게 맞물려 있는데 아이들이 당면한 사건들을 통해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작가 의식이 믿음직하다.
아직 세상을 다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만을 알게 해 주고 싶은 것은 너무 몽상가적인 생각일까? 『X표 하시오』를 통해 들여다본 일곱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삶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잘 보여 준다. 친구들과의 관계 때문에, 처해진 환경 때문에, 어른들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자기 맘을 솔직히 표현할 수 없는 아이들이 자신을 지켜 가며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마음 한편을 싸하게 만들기도 한다. 오랜 시간 교단에서 만난 아이들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일곱 편의 이야기들을 매우 현실감 있게 만들어 냈다.
■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일곱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
모든 것이 풍요롭고 넘쳐나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그 풍요가 모든 이들에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조지영 작가는 어른들의 삶 못지않게 힘겨운 삶을 살을 살아내는 아이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싶어 이 이야기들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아직은 스스로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아이들의 상황을 어른들의 잣대가 아닌 아이들 입장에서 솔직하고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저소득층 아이가 느낄 수밖에 없는 수치심(「최악의 짝꿍」),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몰린 아이의 억울함이 만들어 낸 또 다른 폭력(「X표 하시오」), 언니의 도벽 때문에 가슴을 졸이는 동생의 이중적인 심경(「달콤 씁쓸 분홍 상자」), 왕따를 면하고자 친구들에게 무조건 맞춰 주던 아이의 독립 선언(「오바마와 나」) 등의 이야기는 폭력과 어려움에 노출된 아이들의 선택과 그 결과가 결코 아이들의 책임이 아님을 보여 준다. 또한 기업형 슈퍼마켓 때문에 평온한 가정에 들이닥친 불안감(「FC 603」),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간 엄마에 대한 미움과 그리움(「어느 멋진 데이트」), 삼촌의 이혼으로 새로운 가족이 된 사촌 동생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녀석 아니, 병구」)를 통해서는 어른들이 양산해 낸 현대 사회의 문제를 아이들 현실에 빗대어 짚어 보게 한다.
■ 작품 소개
․ 「최악의 짝꿍」
인호는 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자 형편이 어려워져 학교에서는 무료로 급식을 먹고, 집에서는 ‘사랑의 도시락’을 받아서 먹게 된다. 인호는 자신이 점점 불쌍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혼란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컴퓨터 통신비까지 정부에서 지원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심한 굴욕감까지 느끼게 된다. 이런 환경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싶지만 하필 6학년이 되어 새로 만난 짝꿍 준형이에게 모든 것을 들키고 만다. 인호는 웬만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지만 어딜 가나 맞닥뜨리게 되는 준형이에게 마음을 열 수 있을까?
․ 「X표 하시오」
6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어 5학년 때 친구들과 놀이터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된 혜미는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곤혹스런 하루하루를 보낸다. 학년 부장 선생님은 놀이터에 있었던 아이들을 교실에 모아 놓고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을 적으라고 하더니 급기야 학교에서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학교폭력예방교육’까지 열리게 된다. 억울한 심정의 혜미를 엄마는 감싸주기는커녕 같이 있었던 친구들 이름을 적어 놓고 그 위에 X표를 하며 어울리지 말라는 으름장을 놓는다. 부적절한 어른들의 대처로 괴로운 마음의 혜미는 놀이터에서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데……
․ 「달콤 씁쓸 분홍 상자」
돈을 벌어 오겠다며 집을 나간 아빠에게 소식이 없어 엄마랑 언니랑 힘겹게 살고 있는 민정이는 김밥을 싸 가야 하는 체험 학습이 제일 싫다. 체험 학습 날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언니뿐이다. 언니는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신기하고 예쁜 물건을 선물 받는다고 했다. 돈도 여유가 있어 내가 좋아하는 돈가스도 사 주고, 보물 상자 안의 보물도 민정이에게 나눠 준다. 하지만 어느 날 언니의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오고부터 언니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챈다. 언니가 가져온 물건들을 치우면 언니의 잘못도 없어질 것만 같아 민정이는 언니를 도울 결심을 한다.
․ 「FC 603」
민규는 축구부원이 많은 2반과 결과가 빤히 보이는 축구 시합을 앞두고 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지만 민규는 반 아이들과 최선을 다해 연습하기로 한다. 그 무렵 슈퍼를 하는 엄마 아빠는 가게는 안 보고 새로 생긴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출근하다시피 한다. 처음엔 사은품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가는 줄 알았지만 민규는 곧 자기 집에 닥친 현실을 알게 된다.
․ 「어느 멋진 데이트」
집을 나간 엄마는 삼 년 만에 나타나 자꾸만 만나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주연이는 나가지 않기로 결심하지만 어느새 엄마와의 약속 장소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엄마는 화려한 액세서리에 원피스까지 차려 입고 나왔지만 주연이는 엄마도 편한 상황이 아니란 걸 눈치 챈다. 엄마는 닭갈빗집을 했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닭갈빗집에도 데려가고, 주연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사 주려 하지만 주연이는 도무지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주연이는 깨닫게 된다. 자신이 엄마를 무척 그리워했음을……
․ 「오바마와 나」
하은이는 아빠 일 때문에서 외국에서 삼 년을 지내고 온 학교에서 좀처럼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 평소라면 괜찮지만 수학여행을 앞두고 있어 친구 만들기에 공을 들여 유진이, 미혜, 보영이 사이에 끼게 된다. 하은이는 세 친구가 시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내며 그들 사이에 중요한 일원이 되고 싶어 하지만 모처럼 놀러 간 놀이공원에서 자신을 대하는 아이들의 폭력적인 모습에 하은이는 굳은 결심을 한다. 자신을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는 친구들에게 독립을 선언하기로 말이다.
․ 「녀석 아니, 병구」
재은이는 삼촌의 이혼으로 어느 날 갑자기 같이 살게 된 1학년 사촌동생 병구가 몹시도 마음에 안 든다. 남의 집에 살면서도 너무나도 당당한 데다가 엄마의 관심은 온통 병구에게 쏠려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1학년이라지만 재은이는 섭섭함을 감출 수가 없다. 병구 때문에 학교에서까지 창피를 당하자 재은이는 참다못해 병구가 아끼는 물건을 베란다 밖으로 던지고 만다. 재은이는 미안하게도 그 일을 통해 병구의 어른스런 행동을 이해하게 되고 마음을 열게 된다.
최악의 짝꿍
X표를 하시오
달콤 씁쓸 분홍 상자
FC603
어느 멋진 데이트
오바마와 나
녀석 아니, 병구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