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동문학의 개척자 마해송 전집 4권
『모래알 고금 3』 출간!
한국 최초의 창작동화 「바위나리와 아기별」 「어머님의 선물」로
동화의 첫 길을 연 마해송, 그의 문학의 진면목을 조명하다!
마해송은 우리나라의 아동문학이 아직 전래동화 개작 수준에 머물러 있던 1920년대 초반, 작가의 개성과 문학성이 강하게 표출된 새로운 동화를 발표하여 이 땅에 창작동화의 첫 길을 열어 놓았다. 이에 문학과지성사는 한국 근현대 아동문학사의 큰 산을 이루고 있는 그의 문학적 성취를 기리기 위해 2005년 일차로 마해송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에 ‘마해송문학상’을 제정․시행해 오고 있는 것에 이어, 2011년 ‘마해송 전집’ 편집위원회(편집위원: 조대현, 이재복, 김영순, 김지은)를 구성하여 문학사적 가치가 높은 그의 작품들을 총망라하는 전집을 기획하였다.
마해송 장편 연작 『모래알 고금』은 전체 3부작으로 된 장편동화이다. 『모래알 고금 1․2』가 2014년 2월에 출간된 데 이어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모래알 고금 3-비둘기가 돌아오면』이 출간됐다. 자신의 시대에 시선을 고정하고 어둠을 응시했던 작가 마해송은 이 방대한 『모래알 고금』 연작을 통해 시대의 어둠을 자각하고 진실에 다가가도록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 이어서 전집 5권 『앙그리께』(장편동화)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워낙 다양하여 한마디로 말할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언제나 시대와 현실에 맞서 불의와 모순에 저항하는 자세로 창작에 임해 왔다는 것이다. 일제의 침략과 폭정을 고발한 「토끼와 원숭이」가 그렇고, 광복기 강대국들의 횡포와 경제 침탈을 풍자한 「떡배 단배」가 그러하며, 자유당 독재 정권의 몰락을 예고한 「꽃씨와 눈사람」이 그러하다. 이러한 창작 활동을 통해 그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남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주체성을 살려 나갈 때 나라와 사회가 바로 선다는 교훈이었다. 오늘날처럼 세계가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그의 동화가 전하는 교훈은 지금도 되새겨 보아야 할 귀중한 정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_조대현(아동문학가)
■ 『마해송 전집』 편집 체제와 특색
1. 문학과지성사판 『마해송 전집』은 장편동화, 중 ․ 단편동화, 동극, 노래가사, 수필 그리고 작가가 발표했으나 단행본으로 발간되지 않은 작품과 미완성작 등을 모두 엮었다.
2. 『마해송 전집』은 작가 생존 시 마지막으로 출판된 단행본을 저본으로 삼았으며, 단행본으로 묶이지 않은 작품은 최초 게재지에 수록된 것을 저본으로 삼았다.
3. 전집의 작품은 장편동화의 경우 최초 발표 연대를, 중 ․ 단편동화의 경우 게재지에 처음 발표된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 발표된 순서대로 수록하였으며, 각 작품 말미에 발표 연도와 출처지를 밝혀 놓았다.
4. 제목만 전하고 실체를 알 수 없던 동화와 수필을 발굴하여 지금까지 찾아낼 수 있는 마해송의 모든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독자가 손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집대성했다. 이것은 작가 생전이나 사후에 한 번도 이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도 의의가 크다.
5. 개별 작품마다 최초 발표 연대와 출처를 밝히고 따로 배경 설명이 필요한 작품에는 각주를 달아 사료적 가치를 높였다.
6. 근대 잡지에 실린 문학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과 주요한 단행본들은 그 당시 출간된 판본을 사진으로 찍어 참고자료 형태로 작품 말미에 실었다.
7. 전집의 편제는 단편집, 중편집, 장편동화, 수필집 등이다.
■ 시대를 증언하는 이야기꾼, 모래알 ‘고금’
『모래알 고금』 3부작은 『경향신문』에 1957년 9월 10일부터 1961년 2월 1일까지 총 524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3부작’ 장편동화이다. 신문사의 정간으로 『모래알 고금 2-토끼와 돼지』의 연재가 중단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3년 반 동안 장기 연재를 하였다. 마해송은 1962년 학원사에서 출간된 『비둘기가 돌아오면』(모래알 고금 3)의 「머리말」에서 “생각하면 이 모래알 하나는 천년도 만년도 더 되는 옛날부터 살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먼 나라도 돌아다녔을 것이고 오랜 옛날이야기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쁜 이름을 지어서 부르기로 했다. ‘고금(古今)’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금은 한문으로 옛날과 지금이라는 말이 된다. ‘모래알 ․ 고금’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기로 했다. 고금이라는 예쁜 모래알이 겪은 이야기, 본 이야기, 들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고 창작 동기를 밝히고 있다. 모래알 ‘고금’의 존재적 특성뿐 아니라 ‘고금’을 통해 시대의 생생한 증언자의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작가의 소명 의식이 엿보인다.
『모래알 고금 1 ․ 2』가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라는 ‘가족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면, 『모래알 고금 3-비둘기가 돌아오면』에 이르면 전쟁과 국가 폭력, 빈부의 양극화와 권력층의 부정 비리 등으로 그 주제가 확대된다. 마해송은 사회의 근간인 가족 공동체의 해체와 그 해체가 불러오는 개개인(특히 어린이)들의 비극적인 삶을 가감 없이 사실적인 시선으로 보여 주고 있다. 부모와 국가, 사회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처지로 밀려난 아이들을 중심인물로, 이들이 대면하는 현실의 다양한 모순에 초점을 둔 사회 문제를 부각하고 있다.
■ 우리 시대의 소외되고 외로운 존재들을 향한 따뜻한 외침
『모래알 고금 3-비둘기가 돌아오면』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낮은 자리에 있는 존재들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국민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그 작은 어깨에 자신의 생계는 물론 가족들의 생계까지 짊어진 소년 소녀들이다. 서울로 올라가 고된 식모살이를 하며 언젠가 이 고생도 끝나고 학교에 다닐 수 있으리라 믿는 이정남과 이수남 자매, 전쟁 또는 가난으로 부모를 잃거나 부모에게 버려져 고아가 된 영애 남매, 국민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가난 때문에 고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가 구두닦이를 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박연명과 그 친구들, 구두닦이 소년 시절을 거쳐 넝마장수가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년 동오와 그 또래들이 그들이다.
이들의 비루하고 비참하기 짝이 없는 삶은 당시 자유당 독재 정권에 맞선 4 ․ 19혁명이라는 사회적 항쟁과 맞물려 있다. 『모래알 고금 3』을 통해 아동문학의 영역에서도 구두닦이와 신문팔이 같은 당대의 직업 소년들, 학교와 가정 대신 거리와 남의 집으로 밀려난 일하는 아이들에게로 문학적 시선이 돌려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급박한 사회적 배경을 안고 펼쳐지는 이야기 속의 여러 인물을 통해, 암울한 시대가 양산한 직업 소년들에게 어려움을 견디고 슬픔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다 보면 희망찬 앞날이 오리라는 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힘차게 던지고 있다.
서울역의 천장
거룩한 어머니
거창한 꿈
다리 밑 보금자리
도미 부인
가난하나마
희망은 크게
놈아 이정남
연탄이 원수
수남네 집
식모 천년
수남의 하루
돈 없는 사장
꿈만이 아름다워
온천장의 소년
무릎 꿇는 마음
비둘기가 돌아오면
넝마장수 테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