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것의 거룩함

권오룡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3년 9월 6일 | ISBN 9788932024479

사양 변형판 140x212 · 417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문학과 현실의 접경지대에서 “우연히 새어 나온 소리들……”
어제의 비평과 오늘의 문학에 건네는 정직한 시선

올해 등단 35년을 맞은 문학평론가이자 유수의 문학․인문서 번역가이기도 한 권오룡(한국교원대학교 불어교육과 교수)이 『애매성의 옹호』 이후 11년 만에 세번째 비평집 『사적인 것의 거룩함』을 펴냈다. 이번 비평집에서는 권오룡 특유의 삶과 언어 사이를 잇는 사유가 좀더 치열해지고 그 지평 역시 더욱 확장되었다. 『사적인 것의 거룩함』은 우울, 폭력, 한심함, 비하 등 바르고 곧은 것에서 살짝 비껴 나간, 그래서 더욱 ‘현실적’인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우리 문학 작품들을 묶어내며 특유의 논지를 개진한다. 어떤 장식이나 수사 없이, 역사와 언어 사이에서 팽팽한 균형을 이뤘던 문학에 정직한 찬사를 보내며 현실과 문학의 유기적 관계를 조망하는 한편, 김우창과 오생근, ‘문지’세대, 4․19세대 등 한국문학사에서 굵직한 역할을 담당했던 비평가들의 비평사적 가치를 되짚고 있다. 시대․시기별로 두드러진 주제와 비평에 있어서의 ‘세대의식’은, 모두 언어와 삶 사이를 총체적으로 성찰하여 문학의 사회적 인간적 의미를 조명하려 했던 저자가 각별히 고찰한 결과물이다.


문학 속 현실―살짝 비뚤어진 것들의 진실함
Ⅰ부에서는 1990년대 한국문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우울’과 ‘폭력’을 주제로 황지우, 김영하, 천운영, 정이현 등 당대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예로 들며 거론하고 있다. Ⅱ부에서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김주영, 이인성, 배수아, 박성원, 김연수, 이신조의 작품을 감성, 사이, 비하 같은 흥미로운 키워드로 풀어내며, 개별 작품을 넘어서 작가들의 문학 세계를 시대와 연결해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이끌어낸다. 한편 Ⅲ부에서는 우리 문학사의 ‘위대한 유산’인 이청준과 최인훈의 작품을 정신분석학적 해석 등을 통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텍스트를 더더욱 풍부하게 읽어낼 수 있도록 발표 시점과 지금 사이에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비평이라는 지적 활동―삶을 위해, 문학을 위해
이 책의 Ⅳ부에서는 한국 문학비평사에서 막중한 역할을 했고 지금까지도 그 영향력이 건재한 김우창과 ‘문지’세대, 4․19세대, 오생근 등의 ‘문학 행위’와 비평사적 의미를 논하고 있다. 저자가 각별히 ‘세대’를 주목하는 것은, 세대가 한국 문학비평사에서의 상징적 위치를 넘어 당시 독자들이 체험했던 현실과 당대의 문학이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떤 거대한 사건(이를테면 4․19)을 함께 체험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연령의 차이를 뛰어넘는 결속력의 근거, 동일화의 근거”가 되어주고 “오늘날까지도 한국인들 전체의 삶과 의식의 조건과 바탕을 이루”며 응집력을 생기게 해주어, 체험을 공유한 이들을 ‘세대’로 묶을 수 있게 한다. 비록 거대한 사건은 없지만 현대에도 비슷하게, 지금 이 시간 여기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어떤 문학에 공감하게 하는 ‘공통감’으로 적용된다. 그러므로 이처럼 과거를 되짚고 나름의 시선으로 정리해두는 행위는 그래서 지금의 문학과 오늘의 비평을 이해하는 데에도 유효한 귀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피아노 소리를 좋아한다.
현악기나 관악기의 장식적인 떨림 소리보다 한 번의 타건으로 결정되는 피아노 소리가 간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의 장면에서처럼, 적적한 방에서 혼자만의 피아노 치기를 즐기는 연주자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러다 우연히 새어 나온 소리들…… _「책머리에」에서

글쓰기는, 그리고 문학은 현실의 대타자적 질서를 굽어보는 메타적 지점에서 욕망의 인정이 통제나 억압보다 중요하다고 강변하는 대신 그것들을 슬쩍 비껴난 자리에서 다만 욕망의 존재를 지켜내는 것만을 자신의 소임으로 삼는다. 인간의 숱한 제도적, 상징적 장치들 중에서 오직 문학을 포함한 예술만이 욕망의 존재에 대한 인정과 그것을 살아 있도록 지켜내는 것을 기반과 동력으로 삼는다는 사실은 새삼 중요하게 음미되어야 할 사항이다. [……] 문학과 예술은 오직 욕망의 통로를 통해 인간적 진실에 접근한다. _「이카루스의 꿈」에서

목차

우울과 황홀

한심한 영혼의 힘

 

감성의 세계로의 귀환

‘사이’의 시학, 혹은 타자에의 지향

비하(飛下/卑下)의 상상력이 우리에게 묻는 것

악몽담론의 탄생

사적인 것의 거룩함

마음의 구름다리 놓기

 

이카루스의 꿈

허기를 이겨내기 위한 단식

시간이여, 강낭콩꽃빛으로 흘러라

소설가 구보 씨의 생애

 

문학의 위엄

변하면서 변하지 않는 것

주체성과 언어의식

삶을 위한 비평, 그 불가능성의 의미의 추구

작가 소개

권오룡 지음

권오룡은 1952년 경주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불어물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평론집 『존재의 변명』 『애매성의 옹호』와 다수의 번역서가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소천비평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불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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