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바뀔 수 있어!”
음악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열 살 소년 안톤의 이야기가 경쾌하게 펼쳐진다!
■ 우연한 만남이 사람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도 있다니!
누구나 한번쯤 현실에서 벗어나 좀 더 나은 다른 삶, 행복한 생활을 꿈꿔 보았을 것이다. 이런 희망은 비단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다. 어린아이, 특히 걱정거리가 가득하고 현재의 삶이 재미없는 아이라면 그 바람은 더욱 간절할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안톤도 매일 자기를 놀려 대는 선생님 때문에 학교가 싫고, 어떻게 하면 지긋지긋한 선생님과 학교를 벗어날 수 있을지 궁리하기 바쁜 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안톤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음악 선생님을 통해 ‘중세 악기’라는 미지의 세상과 만나게 되고, 뜻밖에도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다. 자신이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던 안톤이 자존감을 되찾아 가는 과정과, 새롭게 펼쳐지는 일상의 변화를 작가는 특유의 경쾌한 문장으로 세밀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거창한 극적 사건 없이도 소소하고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를 탄탄하게 이끌어 가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새로운 세상을 향해 출발하는 안톤에게 힘찬 응원을!
우연히 만난 페리바노 선생님 덕분에 안톤은 자기를 놀리던 티에리 선생님 반을 떠나 음악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그곳엔 덩치도 피부색도 제각각인 온갖 아이들이 다양한 개성을 뽐내고 있다. 음악 학교 아이들은 까칠하고, 새롭게 배우는 음악 이론이 무척이나 어렵지만 안톤은 새로운 학교에서의 생활이 즐겁기만 하다.
아무도 안톤에게 말을 걸어 주지 않지만, 같은 반 여자아이인 페를라만은 예외다. 첼로를 전공하는 페를라는 예전부터 안톤을 알고 있었다는 듯 거리낌 없이 다가온다. 언제나 뿌루퉁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심통이 나 있는 페를라는 심술궂어 보이기가 이를 데 없다. 그래도 말을 걸어 주는 아이는 페를라가 유일하니, 그 아이와 잘 지내 볼 수밖에 없다. 첼로를 냄비 혹은 프라이팬이라고 부르면서 지겨워하는 것처럼 보여도 페를라의 연주 실력만큼은 수준급이다. 절대로 웃을 것 같지 않던 페를라에게 호기심을 느낀 안톤은 내기를 건다. 페를라가 웃기만 한다면 시키는 건 뭐든 하겠다는 내기를. 그러자 페를라는 기다렸다는 듯 싱긋 웃어 보이며 연습실 피아노 페달에 풀을 발라 놓으라는 이상한 벌칙이 적힌 종이쪽지를 건넨다. 벌칙을 해치우기 위해 갖은 우여곡절을 겪는 안톤은 페를라와 아기자기한 사건들을 만들어 가고, 중세 악기인 세르블라를 배우면서 새로운 학교에 서서히 적응해 나간다.
페리바노 선생님은 안톤에게 세르블라 이외에 다른 악기를 배워 보길 권한다. 그 어떤 악기라도 상관없던 안톤은 대충 첼로라고 말해 버린다. 그러자 페리바노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 첼로 선생님을 소개해 준다. 바로 페를라의 아빠, 샤를르 덱스테르 선생님을. 첼로를 배우러 페를라의 집에 간 안톤은 집 안에 장식되어 있는 사진들을 보고 페리바노 선생님이 페를라의 엄마인 걸 알게 된다. 페리바노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안톤을 음악 신동이라고 부르며 부러워하던 페를라의 행동을 그제야 이해하게 된다. 첼로를 열정적이고 수준급으로 연주하던 페를라의 모습을 떠올린 안톤은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며 첼로 배우는 걸 그만두기로 한다.
■ 음악을 통해 교감하는 할머니와 손자
안톤은 엄마 아빠와 떨어져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안톤의 눈에 비친 할머니는 집안일밖에 모르고, 시간관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재미도 없다. 둘이 할 수 있는 놀이라고는 누가 이겼는지도 모른 채로 끝나 버리는 카드 게임이 전부다. 이런 할머니에게도 과연 꽃 같은 시절이 있었을까? 인생을 즐긴 적이 있었을까? 할머니도 음악을 즐길 줄 알까?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할머니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안톤은 작전을 세운다. 바로 할머니를 ‘노래 잇기 게임’이라는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다! 할머니가 음식을 만드는 동안 안톤은 자연스럽게 미뉴에트를 불렀다. 첫 시도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여러 번 시도하자 할머니가 드디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음악을 했었는지조차 잊고 지냈던 기억을, 안톤을 통해 다시 되찾는다. 할머니도 젊은 시절 음악을 즐겼고, 사랑했던 추억이 있고, 전쟁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던 아픈 상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안톤은 할머니를 이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삶의 고단함을 안으로 숨기고만 살아온 할머니의 굳은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위에서 토끼나 캥거루가 뛰어다니듯 경쾌하고 열정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또한 새로운 학교에서 멋진 도전을 향해 출발하는 안톤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당당하고 경쾌하기만 하다. 인생은 바뀔 수 있다. 열 살 때든 일흔두 살 때든, 시도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한겨레] 뭔가를 시도하라 마법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