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의 거장 김열규 교수가 챙겨놓은
이젠 없는 것들, 사라져가는 아쉬운 것들!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애달픔에 젖는 것,
눈에 삼삼하고 가슴에 저려오는
우리네 풍경과 정서들
■ 책 소개
“지금은 가고 없는 것, 지금은 사라져버린 것, 하지만 꿈엔들 못 잊을 것은 뭘까? 그래서 서러움에 젖는 건 또 뭘까?” 한국학의 석학이자 지식의 거장인 김열규 교수가 가만가만 챙겨놓은 ‘이젠 없는 것들, 사라져가는 아쉬운 것들’이 두 권의 책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이젠 없는 것들』 전 2권! 열두 마당, 백서른두 가지 테마로 나뉘어 묶인 두 권의 책 속에는 적게는 한두 세대부터 많게는 서너 세대 전엔 우리 주변에 늘 있던 가재도구들이며, 먹을거리, 소리, 냄새로부터 연장, 전통 가옥, 마을 주변의 풍경들, 그리고 놀이, 풍습, 집안 식구들이 보여줬던 아련한 정경들에 이르기까지, 고즈넉하고 애달픈 추억들이 담뿍 담겼다. 그야말로 ‘책으로 만나는 민속박물관’인 셈이다.
연구 인생 60여 년을 오로지 한국인의 질박한 삶의 궤적에 천착해온 노학자가 살뜰하게 챙겨놓은 것들이라 『이젠 없는 것들』의 전문적이고도 정감 어린 필치는 ‘전엔 없던 책’이랄 만하다. 때론 노학자답게 전문적인 식견을 보여주고, 때론 정 많은 할아버지의 옛이야기처럼 포근히 들려주며, 때론 넉살 좋은 장난꾸러기의 무용담처럼 눈에 삼삼하게 펼쳐지는 이야기의 향연이 빼곡하다. 뿐인가, 사진작가 이과용 씨가 2년여 전국을 두루 살피며 찍은 103장의 사진 자료들은 현장감을 더해준다. 이젠 사라져 없는 장면이며 보기 드물어진 풍경들, 그리고 오랫동안 머릿속에 간직하고픈 고즈넉한 정경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김열규 교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산업화 이전, 새마을 운동 이전의 우리네 과거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그리움은 아쉬움이고 소망이다. 놓쳐버린 것, 잃어버린 것에 부치는 간절한 소망. 우리 한국인이라면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애달픔에 젖는 것, 그건 뭘까?” 김열규 교수는 오늘날의 우리를 일러 ‘놓친 사람들’이라 칭한다. 소중하고 귀중한 것, 잃고 놓치고 한 게 한둘이 아니므로 더 늦기 전에 그것들을 한자리에 챙겨놓고자 마음이 쓰는 대로 썼다고 한다. 새것, 빠른 것, 간단한 것,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자칫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린, 오래되고 느려서 도리어 정감어린 우리네 풍경과 정서들…… 그러므로 『이젠 없는 것들』은 ‘이젠 소중히 챙겨둬야 할 것들’의 목록일 터다. 조금이나마 그걸 누려봤던 기성세대에게나 한 번도 누려본 적 없는 신세대에게나, 그래서도 『이젠 없는 것들』을 챙겨 읽어야 할 때다.
■ 책 속으로
고샅은 아이들 숨기놀이 하기로도 안성맞춤이었다.
“머리카락 보인다! 꼭꼭 숨어라!”
구태여 그럴 것도 없다. 사방 천지가 꼭꼭 숨기에 안성맞춤이니까. 담장 바닥에 쪼그리거나 웅크려도 되었다. 고샅을 낀 어느 집이건 뛰어들어 숨으면 그만이었다. 부엌도 좋고 뒷간도 적격이다. 심하면 마침 식구들 없는 틈을 타서 사랑채에 몸을 숨겨도 되었다.
“날 잡아내면 용치!”
“머리카락도 안 보이지? 용용 죽겠지!”
이쯤 되면 숨바꼭질이며 술래잡기의 재미가 솔솔 나게 된다. 그 재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친다. 술래는 벼름벼름, 고샅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자니 눈에 피멍이 들 지경이다. 하지만 워낙 술래 자신이 그 전에 하고 많이 숨어본지라, 그 경험을 살려서 그물 코 꿰듯이 뒤지고 살피고 다니게 마련이다. 그러자니 애가 타서 씩씩대고 약이 올라서 얼굴이 불그뎅뎅해진 채로 여기 들여다보고 저기 살펴보고 한다. 속옷 펼쳐서 이 잡듯이 뒤지고 다닌다.
하지만 숨는 아이들은 제 나름의 비밀 작전을 펼친다. 전략을 써도 아주 단단히 쓴다. 어느 집 뒤뜰이나 장독간 틈에 숨어도 되었다. 장독 뚜껑을 머리에 쓰고 옹그리면 경찰수사대나 군대의 수색대가 와도 들킬 염려가 없다. 그야말로 ‘난공불락(難攻不落)’, 적들의 백만 대군이 덮쳐 와도 거뜬히 숨은 자리를 지켜낼 것이다.
이래서 고샅은 숨바꼭질이며 술래잡기의 천하 명소가 되고 명당자리가 된다. (1권, 16~17쪽)
인간의 놀이 문화 연구에서 큰 공을 세운 호이징가는 놀이의 종류 가운데 하나로 ‘미메시스의 놀이’, 즉 ‘흉내 내기의 놀이’ 또는 ‘모방의 놀이’를 들어 보였는데, 아이들의 팔랑개비 돌리기는 비행기의 미메시스 놀이인 셈이다. 그러니 발은 땅을 밟고 뛰지만 팔랑개비 놀이를 하는 아이는 마음 또는 상상으로는 창공을 드높이 날고 있는 것이다. 바람개비 놀이는 날기 놀이다.
그렇게 한참을 뛰다가 그다지 높지 않은 언덕을 만나면 아이는 또 다른 비행을 하게 된다. 언덕 꼭대기에 올라선 아이는 바람개비를 하늘로 향하게 잡고는 풍덩 내리뛴다. 그건 뭘까? 그렇다! 바로 이때, 그 아이는 비행기이기를 그만두고는 헬리콥터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순간, 팔랑개비는 하늘로 치솟듯 깃을 세운다. (2권, 149쪽)
불은 다른 명사와 어울린 복합명사도 하고많이 빚어내고 있다. ‘불길, 불기둥, 불기운, 불꽃, 불티, 불김, 불깃, 불똥, 불등걸, 불땀, 불목, 불볕, 불벼락, 불난리, 불빛, 불심지, 불바다, 불씨, 불내음, 불장난’ 등등은 모두 다 불과 관련된 명사로서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낱말이다.
불은 그 쓰임새도 다양하다. 불과 관련된 말이 위에서처럼 많이 쓰이고 있다는 것은, 불 그 자체가 인간의 생활이며 문화에서 맡아내고 있는 역할이며 기능이 다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토록 쓰임새가 많고 보니, 불은 그 의미며 상징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그 상징성이 서로 상극으로 맞서 있기도 하다. 인간의 행동으로는 ‘건설, 창조, 떨치고 일어섬’ 등을 상징하는 한편, 인간의 마음으로는 ‘열정, 분발(奮發)’ 따위를 의미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화력(火力)’이란 말이 있듯이, 불은 에너지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불 자체의 속성으로 ‘광명’이나 ‘밝음’ 등도 의미한다.
이것들은 모두 불의 좋은 의미다. […] 한국인들은 이처럼 불을 두고서 하고 많은 생각을 해왔다. 그것은 집 안의 불에 대해서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2권, 173~74쪽)
■ ‘머리말’ 중에서
그리움은 아쉬움이고 소망이다. 놓쳐버린 것, 잃어버린 것에 부치는 간절한 소망. 그런데 이제 바야흐로 우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애달픔에 젖는 것, 그건 뭘까? 지금은 가고 없는 것, 지금은 사라져버린 것, 하지만 꿈엔들 못 잊을 것은 뭘까? 그래서 서러움에 젖는 건 또 뭘까?
우리들의 정서가 기틀을 잡은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것, 우리들 누구나의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것, 그래서 한시라도 잊지 못하는 것들…… 이제 그런 것들이 하고많다. 너무나 많아지고 말았다. 없어졌기에 차마 잊을 수 없는 것! 사라져버렸기에 오히려 더 마음에 사무치는 것! 그래서 고향과도 같고 어머니 품과도 같이 정겨운 것! 여기 그런 것을 다독거려놓았다. 가만가만 등 두들기고 가슴 어루만지듯이 챙겨놓았다.
첫째로는 우리들 감각으로 되돌아보는 것을 모아보았다. 눈에 삼삼 어리고, 귀에 자욱하고, 코며 입에 어릿대는 것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둘째로는 우리들 마음과 가슴에 저려 들어 사무치는 것들을 모아보았다. 우리들 가슴을 짚어내듯이, 우리들 정서를 갈무리하듯이 챙겨놓으려 마음 쓰는 대로 썼다.
이제 이 책으로 해서 다 함께 우리들 정서를 가꾼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게 되기 바란다. 바야흐로 이 책과 더불어서 우리들 마음의 안태 고향에 깃들게 되기를 바란다.
이젠 없는 것들2: 신나던 시절, 애달픈 정경들
첫째마당 귀에 사무치고 코에 서린 것들
소리들
낙숫물 소리 | 타작 소리 | 다듬이 소리 | 아낙네들 떨이하는 소리 | 방아 소리 | 풀피리, 버들피리 소리 | 닭 울음 | 황소 울음 | 할아버지 담뱃대 터는 소리 | 할머니 군소리
냄새들
깨, 콩 볶는 냄새 | 술 익는 냄새 | 누룽지, 숭늉
삼삼한 정경들
처마 끝 고드름 | 처마 밑 제비집
둘째 마당 사라져가는 풍습들
까치야, 묵은 이는 네가 가지고 내겐 새 이 다오 | 묵은세배와 까치설날 | 세이레와 백일 | 세배꾼과 세뱃돈 타러 다니는 길 | 귀신 속여 먹던 쳇바퀴 | 질화로에 둘러앉아서 | 화톳불 피워 놓고 | 봉홧불이 타오르면
셋째 마당 갖가지 놀이들
가지가지 치기와 차기
놀이판의 정경 | 신나는 엿판 | 엿치기하는 그 잔치판 | 돈치기, 그것이 일러주는 귀한 가르침 | 짱치기와 소 | 짱치기라는 하키 게임 | 제기차기 | 자치기 | 비사치기1: 발, 무릎, 가슴으로 | 비사치기2: 어깨, 턱, 머리 그리고 등으로 | 시차기
싸움이란 이름의 놀이
닭싸움 | 깨금발 싸움, 깨금발 뛰기 | 팽이치기 싸움 | 수수께끼, 그 하고많은 종자들 | 수수께끼 놀이 | 난센스 퀴즈로 신랑 애먹이기 | 유리 왕자와 오이디푸스 왕자의 수수께끼 풀이
뛰고 달리고 날기
그네 타기와 널뛰기: 용솟음치고 하늘 날던 | 팔랑개비 들고 뛰고 또 달리면
또 다른 놀이를 뒤쫓아서
여우 놀이 | 닭잡기 | 절해서 잡기 | 웃음 놀이 | 말놀이․말장난
넷째 마당 손에 익고 마음에 익은 연장들
똬리 | 물동이 | 낫 | 표주박 | 대 빗자루, 싸리 빗자루 | 불쏘시개 | 불, 모닥불 | 부삽, 부지깽이, 부집게, 부젓가락, 불손 | 성주단지, 터주항아리 | 회초리, 매 | 지게
다섯째 마당 사라진 장사들, 장수들
방물장수 | 엿장수 | 소금장수 | 물장수 | 고물장수
여섯째 마당 지금은 까먹은 그 노래들
언니야, 오빠야 | 가갸 거겨 | 짱아 짱아 꼬옹 꼬옹 | 방귀 뀌는 뽕나무 | 비야 비야 오지 마라
[동아일보] 고샅길… 다듬이…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130여 가지 추억
[매일경제] 이젠 없는 것들 펴낸 김열규 교수
[경향신문] 한국문화를 연구한 노학자의 ‘사라진 것들’에 대한 에세이
[조선일보] 그 많던 고샅·고래·재강은 어디로 갔을까
[서울신문] 할머니 무릎·엄마 바느질·엿장수…노학자와 떠나는 그리움으로의 여행
[중앙일보] 도리깨질·아랫목·고샅 … 요즘 아이들, 알아들을까
[한국일보] 사라져가는 옛 풍경들에 대한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