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카멘친트

원제 Peter Camenzind

헤르만 헤세 지음 | 김주연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3년 1월 30일 | ISBN 9788932023830

사양 변형판 145x210 · 224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명작은 시대, 국가, 언어, 가치관, 문화 등 차이에 속박받지 않고 사랑받는 문학 작품을 통칭하는 명사이다. 이 작품들은 인간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세계는 이를 통해 변화해왔다. 지금부터 소개할 책은 아직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음에도 명작의 반열에 오른 ‘불후’의 작품이다. 이 책은 발전과 자본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당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며, 그들이 새로워지도록 깨우쳤고, 새로운 정신을 갖도록 도왔다. 또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된 작가의 초기 대표작으로 새로운 문학의 탄생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독일 정신의 숭고한 계승자 헤르만 헤세의 첫 장편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정확한 번역과 친절한 해설을 통해 만나보자.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의 첫 장편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문학평론가 김주연의 번역으로 다시 만난다!

◆◆  보도자료
1970년대 헤르만 헤세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데미안』 『지와 사랑(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등의 작품들은 독재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과 경제 발전과 그를 위한 희생이라는 사회의 요구에 억눌렸던 사람들에게 신선하고 따뜻한 마음의 양식이었다. 물론, 지금에 이르기까지 헤르만 헤세와 그의 작품들은 높은 평가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평가와 인기는 대부분 헤르만 헤세가 정신적 위기를 극복한 뒤, 인간 내면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발표했던 후기 작품들에 쏠려 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수레바퀴 아래서』 정도만 언급될 뿐, 대부분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페터 카멘친트』는 그의 초기작 중에서도 첫 장편소설이다(이 소설 전 『고슴도치』라는 장편소설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작품은 발표되지 못했을 뿐더러, 원고 자체가 유실되어 지금은 읽어볼 수가 없다). 신문사에 재직 중이던 1903년에 탈고되어 그 이듬해인 1904년에 발표되었으며 지금까지 독일어권 기준으로만 54만 부가 판매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발표 당시 헤세는 ‘주목할 만한 신예 작가’를 넘어 유명 작가가 되었으며 어렵고 지난했던 유년기와 청년기의 고난을 털어내며 소설가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페터 카멘친트』는 소년 페터 카멘친트가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동안의 일들을 다룬 전통적 의미의 성장소설이다. 페터는 스위스 산골에 소재한 니미콘 마을에서 태어난 엉뚱하고 게으르고 꿈 많은 소년이다. 이곳은 카멘친트 집성촌으로 몇몇을 제외하곤 모두 같은 성을 쓰는 사람들이다. 페터의 아버지는 페터가 보통의 마을 사람들처럼 자라나길 바라고 그렇게 만들려 애쓰지만, 그 노력은 번번이 물거품이 된다. 몸과 마음이 억세면서도 자연을 사랑하고 바깥 세계를 꿈꾸는 소년으로 자라난 페터는 우연한 계기에 수도사의 눈에 띄게 되고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이제 페터는 그토록 꿈꿔온, 지평선 너머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시인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시인이 되지 못하더라도 ‘무언가’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페터는 두려움을 감추고 성큼성큼 세상으로 나간다. 세계인이 되기 위해서.
통과의례를 거치는 고대의 소년처럼 페터는 우정, 연애, 죽음과 실연, 방황과 고독을 차례차례 겪으며 진정한 ‘어른’으로 자라난다. 헤르만 헤세는 이 과정을 번뜩이는 위트와 농밀한 문장, 그리고 탁월한 묘사를 통해 성공적으로 그려냈으며, 읽는 이들에게 몰입과 감동을 선사한다. 아직 무르익지 않아 거칠지만 그 덕분에 힘과 생동감이 넘치는 헤세의 이 초기작은 헤세의 전 작품뿐 아니라, 독일 문학의 전통에 있어 중요한 지점에 위치한다. 그가 어디서 출발하여 독일 문학의 어떤 부분을 계승하고 어떤 부분을 발전시켰는지 잘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현재 필독서로 인식되고 있는 『데미안』 『유리알 유희』의 출발점으로서 또, 독일 성장소설의 한 전범으로서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주요한 키워드는 사랑이다. 페터 카멘친트는 작품 내에서 세 가지의 사랑을 통과하며 자란다. 그 첫번째 사랑은 우정이다. 페터의 대학 시절 그의 진실한 친구가 된 리하르트는 페터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애쓰며 그의 갇혀 있는 정신이 세계를 향해 열릴 수 있도록 돕는다(그의 역할은 데미안을 떠올리게 한다). 우정은  모든 성장의 첫 단계로 가족을 떠나 진입한 사회의 입구에서 맺게 되는 첫 관계다. 이 관계는 첫 단추 같은 것이어서, 이를 가벼이 여겼다가는 내내 실패와 고통을 만나기 때문이다. 두번째 사랑은 이성에 대한 연모로서의 사랑이다. 미성숙함과 이기적인 감정으로 두 번의 연애에 실패한 끝에 페터가 만난 진정한 사랑은 엘리자베스다. 그전까지 그가 흠모했던 여성들과는 달리 그녀가 자신의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는다. 이 감정도 앞선 연애와 같이 시작조차 못하고 실패로 끝나지만, 페터는 그녀를 평생의 연인으로 삼는다.(그녀의 모습에선 베아트리체의 모습이 보인다). 사랑이란 자신에서 시작되는 것이며 그것이 자신이 받아들여지는 것의 여부와는 관계없는 순수한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사랑은 가장 중요하며, 페터를 진정으로 성장하게 한 꼽추 보피와의 사랑이다. 이 사랑은 못 가진 자에 대한 연민으로 시작하지만 되려 보피로부터 사랑과 이해와 용서 그리고 함께의 가치를 배운다. 종교적이지 않지만 그 무엇보다 종교적인 경건함을 통해 한 시기를 극복해내는 것이다. 보피의 죽음을 겪고 그는 마을로 돌아가지만 이는 실패의 낙향이 아닌, 희망에 가득 차 자신의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성장’이다.

이 책을 옮긴 김주연 교수는 “많은 오해들로 가벼운 소설가라는 저평가를 받고 있지만, 헤르만 헤세야말로 독일 문학의 진정한 계승자”라고 말한다. 실제로 헤세가 독일에 받아들여진 것은 그의 사후였다. 그가 노벨상을 수상하고 난 한참 뒤라는 사실 역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페터 카멘친트』는 우리에게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일깨워주는 소설이다. 헤르만 헤세는 이 소중한 깨우침을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광 속 유머와 진솔함의 문장으로 우리에게 알려준다. 사랑을 몸과 마음으로 배우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진심으로 이 세계의 일원이 된다는 비밀을 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 성숙하게 고양된 정신으로서의 극복이 필요한 지금, 헤르만 헤세의 『페터 카멘친트』가 우리에게 전하는 감동의 깊이는 남다르다.

 

◆◆  작품해설 중에서
헤세의 유머 정신이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표현이라는 사실은, 최초의 소설 『페터 카멘친트』에서부터 분명하게 태동된다. 독일 소설의 전통적인 양식인 교양소설, 혹은 성장소설의 테두리를 훌륭하게 계승하고 있는 이 소설은,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숭배하며, 또 거기서 힘을 얻는 카멘친트가 어떻게 통합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커가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우선 가정과 부모라는 사회적인 둥지를 떠나, 보다 총체적인 인간성을 획득하기 위한 험한 길을 나선다. 친구의 죽음, 실연의 아픔을 겪으면서 그는 고뇌와 절망을 맛보지만, 그것을 극복해가면서 통합적·총체적인 인간상에 가까이 다가간다. 물론 그는 자살의 유혹을 받는 흔들림을 겪기도 하지만 이러한 체험의 넓이와 깊이가 그를 키우는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회상하며, 그리고 이탈리아의 아시시 여행에서 알게 된 중세의 기독교 성자 성 프란체스코에 대한 감동을 통해 진한 인간애를 맛보면서 그는 삶의 경건성을 회복하고,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대한 헌신을 다짐하게 된다. 지식이 많고, 부유하며, 총명한 자의 삶만이 아니라, 가난하고 고통받는, 때로는 지극히 못나 보이는 자의 삶 역시 귀중하다는 인식에 카멘친트는 도달한다. 교회를 중심으로 한 신앙생활에서 떠났지만, 여기에는 보다 살아 있는 기독교적 사랑의 실천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죽어가는 목공의 딸을 간호하는 모습이나, 불구자 보피와의 다정한 교통의 장면 등은 총체적 인간상을 향한 카멘친트의 성숙을 실현하는 아름다운 대목이다. 그 성숙은 모든 종류의 삶,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까지도 전면적으로 수용하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페터,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죽는 일만큼 어렵지는 않아.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그걸 지나가지 않을 수는 없지”라는 카멘친트의 지도자의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헤세의 모든 작품 세계는 여기서 출발하고 있다.

 

◆◆  페터 카멘친트 중에서
처음에 신화가 있었다. 위대한 신은, 인도인이나 그리스인, 게르만인의 영혼 안에 신화를 창조하고 뜻을 표현하려고 애썼듯이, 모든 어린아이의 영혼에도 매일 또다시 신화를 창조한다.
내 고향의 호수와 산과 시내의 이름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작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푸르고 잔잔한 호수, 풍성한 꽃에 둘러싸여 햇빛 속에 누워 있는 가파른 산, 그 높은 봉우리 사이로 빛나는 눈 덮인 골짜기, 과일나무와 오두막과 회색빛 알프스 젖소들이 있는 산발치의 경사진 밝은 목장을 보아왔다. 내 여리고 작은 영혼은 깨끗하고 고요했으며 기다림 속에 있었으므로, 호수와 산의 정령들은 그들의 아름답고 대담한 행적을 내 영혼 속에 새길 수 있었다. 가파른 절벽과 암벽들은, 그들의 아버지였던 시절, 그때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는 시절에 대해 자랑스럽고 경건하게 이야기했다. 그들은 갈라지고 뒤틀리고, 몸부림치던 땅덩이로부터 산봉우리와 산등성이가 솟아나던 때를 이야기하였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들이 울부짖으며 으르렁거리며 솟아올라서 무턱대고 봉우리를 이루며 무너져 꺾였다. 쌍둥이 산들이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는 치열한 싸움은, 한 봉우리가 형제 봉우리를 옆으로 밀어 던지고 부숴버릴 때까지 계속됐다. 높은 곳의 골짜기에는 당시 그곳에서 꺾여져 내린 봉우리며 밀려나고 부서진 바위들이 아직 매달려 있어서, 해마다 눈이 녹을 때면 급류가 집채만 한 바위들을 굴려 내려 마치 유리 조각처럼 산산조각 내거나, 부드러운 풀밭 속으로 사정없이 쏟아부었다.
이 암벽 산들은 언제나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 산들의 가파른 절벽과 꺾이고, 휘어지고, 부서지고, 긁힌 상처투성이의 협곡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고 그들은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마치 불굴의 투사와도 같이, 자랑스럽고 당당하고 준엄하게 말했다.
그렇다, 투사. 나는 이른 봄의 무시무시한 밤, 잔인한 푄 바람이 그들의 늙은 피부를 할퀴고 지나갈 때, 불어난 계곡물이 그들 옆구리의 싱싱한 새 살을 찢어낼 때, 그들이 급류와 폭풍을 맞아 싸우는 것을 보았다. 그런 밤이면 그들은 어두운 얼굴로 숨죽이고 찌푸린 채, 폭풍 속의 그 작렬하는 번개와 비바람에 맞서, 완강하게 버티고 선 뿌리로 대항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집스럽게 고개를 숙이고는 온 힘을 다해 싸우는 것이었다. 그들은 상처 입을 때마다 분노와 고통으로 무시무시한 소리를 질러, 먼 곳까지 퍼져가는 격류에 싣고 그들의 끔찍한 신음 소리를 울리게 만들었다.

목차

페터 카멘친트

작품 해설 독일 문학 전통의 충실한 상속자

작가 연보

작가 소개

헤르만 헤세 지음

1877년 독일 칼프의 선교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집안의 뜻에 따라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자퇴하고 자살을 기도하는 등 혼란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낸다. 이후 시계 공방과 책방에서 일하면서 안정을 되찾고 시집 『낭만의 노래』와 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출간해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수레바퀴 아래서』 『현세』 『이웃사람』으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던 헤세는 아버지의 죽음과 아내의 정신 질환으로 정신적 위기를 맞지만 심리치료를 통해 이를 극복한다. 이때부터 인간 내면에 깊은 관심을 갖고 『데미안』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등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우며 내면적 반성을 촉구하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한다. 1946년 노벨 문학상과 괴테상을 수상했으며, 1962년 8월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김주연 옮김

김주연은 1941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 대학과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을 연구했다. 1965년부터 문학 비평 활동을 시작했고, 『문학과지성』 편집 동인으로 활약했다. 주요 저서로 『상황과 인간』 『문학비평론』 『변동 사회와 작가』 『새로운 꿈을 위하여』 『문학을 넘어서』 『문학과 정신의 힘』 『문학, 그 영원한 모순과 더불어』 『사랑과 권력』 『가짜의 진실, 그 환상』 『디지털 욕망과 문학의 현혹』 『근대 논의 이후의 문학』 『미니멀 투어 스토리 만들기』 『문학, 영상을 만나다』 『사라진 낭만의 아이러니』 등의 문학평론집과 『고트프리트 벤 연구』 『독일시인론』 『독일문학의 본질』 『독일 비평사』 등의 독문학 연구서를 펴냈다. 한국독어독문학회 학회장, 한국문학번역원장(2009~2011)을 역임했다. 30여 년간 숙명여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석좌교수를 지내기도 했다(2011~2013). 김환태 평론문학상(1990), 우경문화저술상(1991), 팔봉비평문학상(1995) 등을 수상하고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2004)을 수훈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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