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또 하나의 사전
“역사와 소통하는 소설, 문학이론이 배양되는 역사”의 총체
한국 현대소설 ― 시대적 재산 문학적 재산
조남현 서울대 교수(국문과)가 관악산 자락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며, ‘한국 현대소설’에 대한 자신의 오랜 연구가 담긴 『한국 현대소설사』(1∙2권)를 펴냈다. 1994년 『소설과사상』에 연재를 시작해 2000년 연재 종료 이후 7년 만에 다시 『학산문학』에 1940년대 전반기 소설을 논한 글을 실으면서 이어진 ‘한국 현대소설’에 관한 이 연구는 2007년부터 정리를 시작해 만 5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많은 자료와 이미 지어놓은 글을 가지고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자료와 새로운 보충 원고들을 마련하느라 시간은 한없이 흘러갔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치는 동안 1급의 소설과 2급의 소설을 분류하여 취사선택하는 문학사관을 포기하고 당대 소설을 모두 반영하여 숱한 작가와 작품들이 만들어낸 ‘한국 현대소설사’를 완성하는 일에 집중하였고, 새로운 작품이 추가될 때마다 새로운 작품론을 추가하였다. 그만큼 이 책이 다루는 개화기부터 해방 이전까지의 현대소설에 관한 논의는 방대하다. 소설이 갖는 보편적인 진실 외에 시대와 부대끼며 탄생한 소설이 갖는 현실적 모습, 사상의 변화는 모두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이 책은 두 권을 통틀어 총 여섯 개 장으로 갈무리돼 있다. 먼저 1장에서는 ‘소설사’를 다루는 역사철학적 함의와 서술 정신과 방법을 밝힌 뒤, 개화기 서사 양식의 다양성(2장), 1910년에 담긴 계몽과 근대적 인식론(3장), 1920년대 소설의 리얼리즘적 성격(4장), 1930년대 단편∙중편∙장편소설의 성격과 갈래(5장), 1940년대 전환기에 보인 작가들의 현실 대응 양상(6장)을 차례로 논하고 있다. 시대 순으로 작품을 나열하고 그 내용을 요약하는 서술 방식을 따르다 보면, 때로는 소재별(모티프)로 때로는 작가의 시대 인식과 사상으로 또 때로는 시대 상황별로 작품이 나눠지고 모이면서 다양한 접근 방식이 총체적으로 반영되는 이 책은 한국 현대소설을 다루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소설의 흐름을 따라 읽는 현대사 산책
소설이 무엇인가. 소설은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꾸며나간 이야기로 그 안에는 일정한 배경과 등장인물의 행동, 사상, 심리 따위를 통하여 다양한 인간상과 사회상을 담아낸다. 그렇다면 소설사는 무엇인가. 소설사는 소설이 발생ㆍ변천ㆍ발달해 온 역사 또는 그런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책의 주된 서술 방식은 개화기부터 해방 전까지 활동한 작가들을 열거하면서 그들 작품들에 작품론을 덧붙인다. 하지만 이러한 연대기적 구성이 단순히 ‘소설사’를 이루지는 않는다. 이러한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각 작품의 주제와 소재(모티프), 시대의 유행, 사상 그리고 주요 줄거리(구조)를 알게 되는데, 이것은 한 시대를 보여주는 역사서로, 문학이론이 배양되는 토대로, 한국학의 정신을 음미할 수 있는 역사서로서의 역할을 한다. 또 2권에 부록으로 첨가된 작가별 작품연보와 모티프별 작품 목록도 열람할 자료 가치가 충분하다. 작가와 작품이 열거되는 기본 틀을 갖추면서, 궁금한 작가와 작품을 찾아 읽기도 가능한 사전적 구성은 문학과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책을 가까이 두고 자주 찾아보게 될 것이다.
한 번씩 열어보는 이야기 책
이 책에서 저자는 150여 명의 작가들과 6천여 편의 작품들을 나열하면서 그 모티프와 주인공의 성격, 시대 상황 그리고 줄거리 등을 포함한 작품론을 펼쳐 보인다. 도식적인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서술 방법은 한 편 한 편 이야기하듯 글을 풀어나가는데, 그렇기 때문에 굳이 처음부터 정독을 하지 않더라도 책장을 넘기다 궁금한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을 발견할 때 멈추어 읽으면 우리 현대사가 담긴 이야기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작품이 어떻게 탄생되고 또 작품이 어떻게 소설사의 한 축으로 자리하게 되었는지의 배경 등이 일렬 정리돼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직조된 이 책은 ‘이야기 사전’이라는 새로운 양식 또한 품고 있어 편안하게 그 내용을 이해하고 쉽게 숨은 맥락들을 잡아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머리말
제5장 1930년대와 노벨의 확대와 심화
1. 총론
2. 1930~31년
3. 1930년대 전기(1932~35) 중·장편소설의 갈래
4. 1930년대 전기(1932~35) 단편소설의 갈래
5. 1930년대 후기(1936~39) 소설의 갈래
제6장 1940년대 전반기와 한국 작가의 대응 양상
1. 총론
2. 장편소설과‘신체제’에 대한 응전의 양상
3. 지식인의 존재 방식
4. 농민·노동자 소설의 퇴조와 단선화
5. 일본어 표기 소설과‘국민문학’참여
작가별 작품 연보
반복 모티프별 작품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