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시원하게 날려라, 내 맘속의 찌그러진 모든 것들을!”
시험과 성적에 억눌린 아이와
아이를 끝없는 벼랑으로 몰아세우는 엄마.
이들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화해의 원을 그려 가기 시작했다!
■ 성적만으로 나를 규정짓지 마세요!
탄탄한 문장과 섬세한 심리 묘사, 뛰어난 구성력으로 주목받은 신예 작가 신지영의 두 번째 장편동화가 출간됐다. 신지영은 2010년 발표한 『이정형외과 출입금지 구역』을 통해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첫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된 문장과 ‘공간’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한 아이가 역경을 딛고 단단하게 여물어 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어 주목을 받았다. 2011년 경기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수혜 받은 두 번째 작품 『내일을 향해 깡통을 차라!』에서도 성적 때문에 갈등을 반복하다 결국은 화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아이와 엄마의 상황과 심리를 밀도감 있게 풀어내고 있다. 또한 잔잔하고 평범한 일상의 수면 아래 날마다 폭풍 같은 시기를 맞고 있는 사춘기 아이들의 하루하루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내어 출구가 없어 보이는 아이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이들의 일상은 어른 못지않게 바쁘게 돌아간다. 학교와 사회가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이다. 학교 수업이 부수적인 과정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오히려 아이들은 학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친구들과 어울린다. 그러다 보니 오로지 성적만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며 더 많은 학습과 좋은 결과를 요구하게 된다. 공부를 잘하면 됨됨이도 좋은 아이가 되고, 큰 실수도 금방 무마된다. 부모는 아무 죄책감 없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성적이라는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아이들을 조련하며 채근한다. 그러는 사이 조숙해진 아이들은 내면의 아픔을 애써 감추며 어른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자신을 맞춰 나간다. 상처로 얼룩진 아이들, 출구조차 찾을 수 없어 절망감에 휩싸인 아이들의 아픈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작가는 학원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가까이서 보아 오고 들어 왔던 아이들의 상실감과 아픔을 주인공 도윤이와 그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하고, 결국 소통이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라는 것을 사실적으로 보여 준다.
4학년 도윤이는 늘 좌불안석이다. 늘 엄마 마음에 드는 아이가 되기 위해 엄마 눈치를 살피기 때문이다. 엄마가 도윤이를 못마땅해 하는 건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성적이 생각처럼 안 나와 주는 것이다. 어릴 때는 곧잘 하는 도윤이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오르지 않아 도윤이도 엄마도 점점 지쳐 간다. 그럴수록 도윤이는 엄마의 기분을 맞춰 주기 위해 하고 싶은 말도 꾹 참으며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하는 아이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얻은 ‘마마보이’라는 별명은 친구들과의 거리도 훌쩍 떨어뜨려 놓았다. 도윤이의 그런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는 드디어 학원에서 그 해결 방안을 찾는다. 도윤이를 예비 5학년 학원에 보내기로 한 것이다. 도윤이는 아들마저 성적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하는 엄마가 못내 섭섭하고 못마땅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엄마 손에 이끌려 학원 생활을 시작한다.
■ 내 인생의 목표는 올백이 아니다!
사실 엄마도 도윤이도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엄마는 모든 성적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려 목표가 ‘올백’이었던 때를 기억하며 아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도윤이는 엄마와 함께 걸었던 아름다운 길과 서로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느꼈던 그 감정을 떠올리며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어 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두 사람의 신뢰에 금이 갈수록 도윤이는 더욱 엄마 맘에 쏙 드는 아들이 되기 위해 안쓰러울 정도로 갖은 애를 쓴다. 게다가 아빠와 엄마는 냉전 중이다. 엄마는 아빠에 대한 불만을 아들의 학업 성적으로 보상받으려 한다. 아빠는 도윤이에게 힘이 되어 주기는커녕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도윤이에게 엄마 아빠는 자신에게 공격을 일삼는 괴물일 뿐이다.
그런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도윤이는 엄마를 위해 4학년 진도도 따라가기 벅찬데 학원에서 배우는 5학년 선행 학습 과정을 이해하는 척하기로 한다. 그러다 보니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되고 가슴속에 뭔가 쌓여 가는 것만 같다. 더구나 학원에서 만난 또래 친구들도 저마다 적대적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초보 샘 덕분에 알게 된 ‘깡통 차기’ 게임을 통해 지루했던 학원 생활은 점점 재미있어지고, 아이들과도 맘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찌그러진 깡통을 차면서 맘속의 찌그러진 모든 것들을 날려 버릴수록, 친구들과 우정이라는 것을 쌓으며 아이다운 모습을 찾아갈수록 이상하게도 엄마와의 사이는 점점 벌어지기만 한다.
탈출구가 없었던 아이들은 깡통 차기를 통해 내면의 고민과 아픔을 멀리 날려 버린다. 찌그러진 깡통이지만 그런 깡통도 날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체득하며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다. 놀이에 푹 빠진 아이들은 급기야 도윤이의 주도 하에 엄마들한테 나머지 학습이 있다는 거짓 문자를 보내게 되고 그것은 잠재해 있던 문제가 폭발하는 도화선이 되고 만다. 하지만 도윤이는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후련하다. 더 이상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며 엄마의 목표대로만 걸어 나갈 수 없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 소통을 통해 화해의 원을 그려 가는 첫 발을 내딛다!
잘할 수 있다고 했던 도윤이의 모든 말들이 거짓말인 걸 알게 된 엄마는 충격에 빠지지만 도윤이가 솔직하게 써 놓은 일기장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어디서부터 어그러졌는지, 도윤이가 왜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숨겼는지…… 오직 아들을 위해 살아온 인생이 결국 아들을 힘들고 비참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엄마는 결심한다. 아들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보기로, 아들의 마음을 이해해 보기로 말이다.
도윤이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엄마의 용기 있는 발걸음을 굳이 물리치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로부터 받았던 외면과 억압이 단숨에 풀릴 리 없지만 도윤이는 엄마의 마음이 자신한테 와 닿은 걸 느낀다. 그동안 텅 비었던 것만 같았던 마음이 꽉 차오르는 그 느낌을 도윤이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꽉 막힌 교실에서, 집에서, 숨 쉴 구멍을 찾으며 행복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맘속의 찌그러진 깡통을 시원하게 날리고 하늘 높이 비상할 수 있는 시간들이 이르기를! 가족 간에, 친구 간에, 모든 관계 가운데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갈등들이 화해를 이루어 가는 따뜻한 이야기 끝에 ‘소통’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