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에 대하여

이승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2년 6월 5일 | ISBN 9788932023069

사양 · 315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진실을 가리며 고통과 절망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부조리,
광기로밖에 맞설 수 없는 암흑 속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찾다!

 

세계적 작가 이승우의 이름으로 흐르고 있는 물줄기의 발원
2012년 여름, 문학과지성사는 프랑스 갈리마르사가 선택한 최초의 한국 작가,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소설가 이승우의 초기작 『일식에 대하여』를 〈문학과지성 소설명작선〉의 스물여덟번째 책으로 출간했다. 초판 출간 당시 서른도 채 안 되었던 ‘신예’ 이승우는 오십대에 이른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을 통해 신과 인간, 관념과 실제의 문제를 치열하게 천착해 한국문학 속에서 큰 물줄기를 만들었으며, 이윽고 우리는 그 흐름이 세계문학과 합류되는 것을 보았다. 소설집 『일식에 대하여』는 그 물줄기의 발원지라 할 만큼 이승우의 사유가 맹렬히 샘솟는 곳이기에 이 책에 〈문학과지성 소설명작선〉의 흰색 재킷을 입히는 일을 더 미룰 수 없었다.

1980년대, 열패감의 시대와 소설
『일식에 대하여』는 이승우의 두번째 소설집으로, 그의 패기는 예리하게 다듬어지는 과정에 있고 그의 야심은 인간의 불가해한 온갖 문제들과 제대로 부딪쳐보기 위해 본격적으로 몸을 풀고 있다. 바야흐로 1980년대였다. 한국 현대사에서 1980년대는 최루탄 냄새가 곳곳에 배어 있는 시기다(「유산일지」). 숨 막히는 현실이긴 하나 그 또한 살아내야 하는 삶의 시기였고 장소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사가 되거나 바뀌기를 바라며 관조하는 게 전부였다. 관조자는 비난 속에서 투사가 되길 강요받았고 투사들은 신념과 투지에도 불구하고 대개 패배했다(「고산 지대」). 그러므로 열패감은 공동의 정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열패감은 부조리한 시대 속에서 삶을 부지하기 위해 납부해야 했던 세금과도 같았다. 이는 “특별시민의 허울을 유지하려고 서울의 끝에 매달려” 사는 시민(「유산일지」)으로, 사장의 폭압에 조금도 항거하지 못하는 사원들(「요의(尿意)」)로, 투쟁과 수도로 진실을 구현하는 방식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유학을 위해 지도교수의 눈치만 보고 있는 신학도(「고산 지대」)로 형상화된다.

광기와 부조리의 소용돌이
여덟 편의 작품 속에는 미쳐버린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큰아들을 장래가 촉망되는 작은아들 대신 군대에 보냈다가 잃고 평생을 죄책감으로 살아온 아버지(「일식에 대하여」)나 자신의 신념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미치광이 행세를 하는 길주태(「연금술사의 춤」)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군인을 보면 발작하는 여관집 아들(「못」), 예수의 일생을 그대로 재현하려 하는 몽크 김(「고산 지대」), 행인들에게 구원에 관한 모호한 설교를 해대는 행상(「부재중(不在中)」)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상이지만 광증을 내비치는 인물들은 어떤가. 십수 년의 하사관 생활을 마치고 군대식으로 잡지사를 운용하는 ‘복지사회’의 사장과, 그에 맞서다 오줌을 지려버리는 ‘나’(「요의(尿意)」), 아내가 출산에 임박했는데 굳이 어머니에게 데려가려다 시위대와 진압대 사이에 갇혀 최루탄과 화염병을 얻어맞는 임정택(「유산일지」)은 언제라도 폭발해버릴 수 있는 광기를 억누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라면 버스에 수시로 올라와서 볼펜을 강매하고 구걸을 해대는 최광식(「흉터」)이나, 아내와 아들을 항공기 사고로 잃고 의식 속의 뱃멀미에 시달리다 결국 물속으로 뛰어드는 ‘장일도’(「부재중(不在中)」)도 미쳐 있긴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광기의 필연, 구원의 가능성을 찾는 고독한 사유
미친 사람은 미친 대로, 성한 사람은 성한 대로 살아가면 그만일 수도 있다. 그것이 실제의 삶이긴 하다. 그러나 관념과 사유의 소설가 이승우의 젊은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미칠 수밖에 없었던 필연을 규명해야 했고 구원의 가능성을 찾아야만 했다. 책의 첫머리와 말미를 장식하고 있는 묵직한 두 중편 「일식에 대하여」와 「연금술사의 춤」의 화자는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매섭도록 집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두 화자가 파헤쳐낸 것은 맨눈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자 ‘실재’다. 독자들은 여기 실린 여덟 편의 지독한 몸살과도 같은 사유의 길을 화자와 동행하며, 단단한 고통과 절망을 마주했을 때의 가슴 서늘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신판 작가 후기 중에서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쓴 소설들을 다시 읽으면서 시대의 문장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여기 실린 소설들에 담긴 인식이나 사유는 물론 문장도 1980년대의 것이고, 또 내 이십대 후반의 것이다. 이렇게 살았구나 싶고, 이렇게 썼구나 싶다. [……] 읽다 보면 나중에 쓰인 글들과의 유전적 상관성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은근히 반갑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책을 다시 펴내기 위해서는 이런 정도의 구실이 필요했다.

신판 해설 중에서
이승우의 소설들이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관계적 존재들인 아버지, 어머니, 아이와 연관된 알레고리들 속에서 우리는 신, 자연, 인간의 의미를 찾아가는 탐구의 노력을 발견한다. 그 의미 찾기에서 부각되는 것은 세계(자연과 인간)를 이해하는 여러 상충하는 입장들이며, 그 이해가 기초하고 있는 세계-경험의 여러 양상들이다. 이승우의 소설들은 은총(기적)과 기도(노력), 계시와 지식의 결합이 이 세계에서 실현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묻게 만든다.

목차

일식에 대하여
고산 지대
부재중(不在中)

유산일지
요의(尿意)
흉터
연금술사의 춤

 

초판 해설 고통과 구원_김치수
신판 해설 세계―경험의 양상들_김대산
초판 작가 후기
신판 작가 후기

 

작가 소개

이승우 지음

이승우는 195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되어 등단했고, 소설집 『구평목씨의 바퀴벌레』 『일식에 대하여』 『미궁에 대한 추측』 『목련공원』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오래된 일기』, 장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 『내 안에 또 누가 있나』 『식물들의 사생활』 『생의 이면』 『그곳이 어디든』 『한낮의 시선』 『지상의 노래』 『사랑의 생애』 등이 있다.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다수의 작품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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