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경이와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서정적으로 그리는
시인 권영상의 신간 동시집!
■ 자연이 주는 기쁨과 생명의 소중함을 노래한 동시들
강원일보 신춘문예의 당선으로 등단한 지 30년이 넘는 지금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한국의 동시문학을 이끌고 있는 권영상 시인의 새 동시집이 출간됐다. 그동안 써 온 동시와 동화로 권영상 시인은 세종아동문학상, 새싹문학상, MBC동화대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하면서 작품성과 문학성을 인정받아 왔다. 이번 동시집에는 된장국, 새벽, 별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이 주는 행복과 호박씨, 매미, 참새들이 주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소박하지만 따뜻하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담아냈다.
5부로 나뉘어 실린 56편의 동시들은 작은 생명의 소중함과 시골 마을의 풍경을 조용하지만 때론 익살스럽게 그리고 있다. 비 오는 날의 작은 벌레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뒷거름을 넣은 구덩이에서 피어난 호박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노래했다.
호박 구덩이에
뒷거름을 넣고
호박씨를 묻었다.
참 얼마나 기막힌 일인지,
호박씨는
그 냄새나는 구덩이에서
푸른 깃발을
찾아 들고 나왔다.
_「호박씨」 전문
「호박씨」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전개, 목적을 드러내지 않아 내포하게 된 무한한 상징성, 게다가 묵직한 의미와 힘찬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으로 한국아동문학인 협회가 선정한 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권영상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오랜 장맛비에 산의 상처가 사람의 상처 못지않게 큽니다. 그러나 산은 늘 그렇듯 상처를 안고 태연히 장중해지기만 합니다. 참 위대한 것이 자연입니다.「호박씨」도 그러한 데가 있습니다.”라고 전하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노란 살구가
탈싹, 소리 내며 떨어진다.
집어 들고 보니
안됐다, 톡 깨어졌다.
[중략]
우리도 이쪽 세상으로
내려오느라 탈싹, 소리 낸 적 있지.
응애 응애 응애, 하고.
그러느라 살구처럼
톡, 배꼽이 깨어졌지.
_「톡, 깨어졌다」 중에서
「톡, 깨어졌다」는 아동문학 계간지 『오늘의 동시문학』의 ‘2011 올해의 좋은 동시’로 선정된 작품이다. 이 시의 묘미는 살구와 사람의 동일시에 있다. ‘조만한 높이’의 가지에서 땅으로 떨어진 살구와 ‘이쪽 세상으로 내려온’ 우리를 대응시켜서 그때 나는 소리(탈싹, 응애)와 그때 생긴 상처(깨어짐, 배꼽)를 같은 것으로 나타낸 발상이 재미있고 독특하다. 거리가 상당히 먼 특성의 두 사물을 과감하게 연결시켜 상투성을 훌쩍 벗어났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주목하게 한다.
■ 순수한 어린 시절을 오롯이 담고 있는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
권영상 시인의 고향은 강원도 강릉의 한 호숫가 마을이다.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자연을 벗 삼아 뛰놀며 신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자연의 변화를 몸소 느끼고, 조용하고 차분한 일상을 보내면서 동심과 시심을 함께 키워 왔던 시인은 그 당시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동시를 쓰고 있다. 자연의 신비, 부유하진 않았지만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신 부모님, 작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담은 동시들은 시인의 순수한 어린 시절을 오롯이 담고 있다.
쌈을 싸려고
배추 한 잎을 손바닥에 얹을 때다.
ㅡ 나도 지금 식사 중이야.
배추 잎에 앉은
파란 애벌레가 내 손을 멈추게 한다.
그러고 보니 저녁 밥상 앞에
엄마, 아빠, 나, 애벌레가 같이 앉아 있다.
ㅡ 미안해. 너도 많이 먹어.
새로 생긴 내 동생처럼
배추 잎을 내 옆자리에 앉힌다.
오늘, 식구가 늘었다.
_「미안해, 많이 먹어」 전문
『엄마와 털실 뭉치』에 실린 56편의 시들은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동심과 닮아 있다. 부드럽고 따뜻하면서도 때론 재치 있는 김중석 화가의 그림을 만나 더욱 빛을 발한 동시들은 어린이 독자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의 마음까지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