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발리우드까지, 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알자지라에서 텔레비자까지
소리와 이미지와 꿈에 관한 세계대전의 개막!
베스트셀러, 히트곡, 블록버스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왜 우리는 영화를 볼 때 팝콘과 콜라를 먹을까?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는 어떻게 전 세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인터넷과 아이폰 등 첨단 기술의 발달은 세계 문화 산업의 향방을 어디로 끌고 갈까?
전 세계 문화와 미디어의 지정학—“이제 문화의 세계대전이 선포되었다!”
‘이제는 문화다!’ 새뮤얼 헌팅턴이 “문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듯이, 조지프 나이가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말했듯이 이제 문화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가 되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현대의 지성’ 시리즈로 출간된 『메인스트림mainstream』은 대중문화의 세계지도를 그리기 위해,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 세계 방방곡곡을 누빈 저자의 땀의 결실이자 세계 문화 견문록이다.
이 책에 나오는 방대한 자료는 서울에서 베이징까지, 이스탄불에서 뭄바이까지, 콩고 킨샤사에서 두바이까지, 프라하에서 보스턴까지 그야말로 다섯 대륙을 종횡무진하며 30개국 150여 개 도시에서 만난 1,250명과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러한 작업을 수행한 저자 프레데릭 마르텔은 프랑스의 문화 비평가(저널리스트, 사회학자)로서, 미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 곳곳에 파고들 수 있었던 이유를 낱낱이 추적하고, 세계의 다종다양한 문화가 미국 문화에 어떻게 저항하고 경쟁하고 있는지 탐문하며, 세계화와 문화자본주의, 인터넷 혁명 등으로 상징되는 이 시대에 문화의 향방과 나아갈 길을 성찰한다. 이 책에서 생생히 그려 보여주는 전 세계 메인스트림 문화와 미디어의 지정학은 가히 ‘문화의 세계대전’이라 할 만한 현상이다. 그리고 그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문학과지성사 刊)
미국 vs 세계! 이젠 대중문화로 겨룬다
많은 시청자를 겨냥하는 미디어나 문화 상품을 가리키는 ‘메인스트림 문화’라는 표현은 엘리트주의적이지 않은 문화라는 긍정적인 의미와 상업적이고 규격화된 ‘시장 문화’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함께 갖는다. 이러한 메인스트림 문화 산업의 독보적인 선두주자는 분명 미국이다. 미국은 끊임없이 적응, 변화, 발전 중이며, 문화 분야의 수출 역시 매년 10퍼센트씩 신장하고 있다. ‘반미’를 외치며 싸우는 중국이나 여러 아랍 국가들조차 미국식 모델을 ‘모방’하면서 싸운다. 이러한 미국의 문화적 헤게모니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영화감독, 사업가, 정부 관료, 배우, 아나운서, 에이전트, 로비스트, 기자, 문화 비평가, 교수 등 수많은 사람들을 찾아가 질문을 던진다. 방대한 탐문의 결과 저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그 요인으로 꼽는다. 다양한 언어권과 문화권 출신의 이민자들, 대학에서 지원하는 연구, 매우 분산된 공적 재정 지원, 높이 평가되는 반문화, 문화 산업 내부의 효율적 구조, 창의력과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열망 등. 물론 창작 산업체들의 막강한 자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것들이야말로 미국의 창작 산업과 예술, 엔터테인먼트가 전 세계적인 지배력을 확대해나가는 것을 설명해주는 결정적 요소다.
제1부에서 문화 산업의 최강자 미국을 해부한 저자는 제2부에서 그에 도전하는 또는 패배한 세계 여러 나라로 시선을 돌린다. 전 세계에 걸친 문화의 미국화는 이제 브라질, 중국, 인도, 한국, 아랍 등 떠오르는 나라들뿐 아니라 일본이나 유럽 같은 ‘늙은’ 나라의 경쟁과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이는 콘텐츠 산업의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현상이다. ‘메인스트림’에 대항하고자 했던 각종 ‘하위문화’와 ‘반문화’조차 이제는 그 안으로 포섭되고 있고, 문화의 다양성을 보장해주리라 믿었던 디지털 시대의 개막과 콘텐츠의 탈물화는 예상과 달리 메인스트림을 오히려 강화했다. 여기에서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복잡한 문제, 미국식 모델에 대한 매혹과 반감, 지역적 정체성의 고수와 세계적 성공 추구 사이의 갈등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지배적 국가와 피지배적 국가 사이의 심화되는 불평등도 드러난다.
저자는 할리우드만이 아니라 발리우드와 날리우드를 찾아가고, 멀티플렉스라는 새로운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미국의 교외와 외곽도시에 갔다가 영화관이라고는 거의 없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가며, ‘라티노’ 문화를 알아보고자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스라엘의 미국화를 이해하기 위해 텔아비브로도 날아간다. 검열로 상징되는 문화 산업과 정치의 관계를 탐문하고자 중국과 아랍의 여러 나라로, 경제와 문화 산업의 관계를 추적하기 위해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억만장자들을 만나러 간다. 저자의 발품에는 물론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케이팝과 한류 드라마가 어떻게 해서 하나의 ‘현상’으로 부각될 수 있었는지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라는 개념을 적용해 명쾌하게 분석한다.
이 책이 선사하는 방대하지만 압축적인 정보와 분석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 메인스트림 문화의 현장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으며, 모두가 모두에 맞서 싸우는 이 치열한 현장에서 ‘도전자’들이 각기 어떤 전략을 택하고 있는지, 그 명암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한마디로 대중문화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향방까지 대중문화의 모든 것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문화자본주의 시대의 작동 방식을 꿰뚫어 분석한 대중문화의 모든 것!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다. 알자지라의 사무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라틴아메리카의 드라마 제작 현장은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할리우드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어떠할까? 평소 접하기 힘든 문화 산업의 진실을 속속들이 파헤쳐 보여주는 이 책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손에는 현장에서 직접 수집한 어마어마한 양의 탐문 결과와 자료를, 다른 손에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깊이 있는 비판 정신을 무기 삼아, 저자 특유의 맛깔 나는 프랑스식 유머를 잘 배합한 『메인스트림』에서는 긴 분량인데도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완결된 서사가 빛을 발한다. 자칫 산만해질 수 있었을 이야기를 인물 소개에서 시스템 구조 비평으로, 충실한 현장 묘사에서 그 모순을 유쾌하게 꼬집는 것으로,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미시적인 것에서 거시적인 시각으로 종횡무진하며 지금 이 시대 대중문화의 모든 것을 꿰뚫어본다.
하드 파워에서 소프트 파워로 전환한 이 시대, 디지털 문명이 모든 것을 바꿔놓은 이 시대에 세계 문화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미국은 계속 1위의 자리에 군림할 수 있을 것인가? 날로 변화하고 복잡해지는 문화자본주의 시대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향후 미래를 전망하고 싶다면, ‘모두를 즐겁게 하는 그 문화에 대한 탐문’이 그 첫걸음이다.
■ 추천사
엔터테인먼트의 세계화와 문화자본주의 시대를 지배하는 미국 대중문화의 패권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어떤 새로운 도전자들이(한류의 자리가 아마도 여기일 터) 그 패권을 향해 쇄도하고 있는가? 저자는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30개국 150개 도시를 직접 방문해 1,250명과 인터뷰한다. 그 결과 문화적 메인스트림의 지정학을 보여주는 이 방대한 지도를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문화 연구의 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역작이다. _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마음의 사회학』 저자)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만난 전 세계 수많은 대중문화계 인사들을 통해, 생생한 대중문화의 ‘메인스트림’을 엿볼 수 있다. 점차 미국 중심에서 이탈하고 있는 ‘메인스트림’의 흐름을 짚어낸다는 점, 그리고 그 변화의 한가운데 있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독자들의 흥미를 끌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트렌드가 중요한 대중문화계에서 이토록 ‘지금 현재’에 충실한 저작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다. _송병준 PD(「꽃보다 남자」 제작자, ‘그룹 에이트’ 대표이사)
■ 책 속으로
이 책의 제목을 ‘메인스트림’이라고 하자는 생각이 떠오른 것은 미국에서, 즉 로스앤젤레스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번역하기 어려운 이 단어는 문자 그대로라면 ‘주류’나 ‘많은 대중을 가진’이라는 의미이고, 대개 많은 시청자들을 겨냥하는 미디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문화 상품에 사용된다. 메인스트림이란 반反문화, 하위문화, 니치 문화의 이면이다. 많은 경우 그것은 예술에 반대된다. 넓은 의미에서 이 단어는 모든 사람을 매혹시키고자 하는 생각이나 운동, 혹은 (주류에 속하려는) 정치적 입장과도 연관된다. [……] ‘모든 사람의 문화’라는 의미에서 ‘메인스트림 문화’라는 표현은 엘리트주의적이지 않은 문화라는 긍정적인 의미와 상업적이고 규격화되어 있으며 단일화된 ‘시장 문화’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프롤로그, p. 17)
나는 리우데자네이루, 부에노스아이레스, 멕시코, 그리고 카라카스에서도 미국 영화를 수호하는 MPA의 연결책들을 만나보았다. 영화사에 유리하도록 배급망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남아메리카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만난 아우베르투 플락스망은 이렇게 말했다. “돈 때문이죠. 코카콜라와 다를 게 거의 없어요. 당신도 다녀봐서 알겠지만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서도 시원한 콜라병을 볼 수 있잖아요? 지역별 영화 배급자들은 대부분 미국인이 아니에요. 여기서 브라질 사람들이 미국 영화 배급에 앞장서고 있는 건 이데올로기적 이유가 아니라 아주 단순하게 경제적 이득 때문이죠.” (제1장 잭 발렌티 혹은 할리우드의 로비, p. 36)
펩시콜라와 코카콜라 사이의 역사적 대결은 미국 역사, 그리고 할리우드의 역사 그 자체다. 그 대결은 병의 크기와 모양, 가격(펩시콜라는 항상 좀더 싼값으로 보다 서민적인 대중을 타깃으로 삼았다), 금속 캔, 그 후에는 페트병, 그리고 새로운 맛이나 원래의 맛 등을 놓고 벌어졌다. 이 싸움에 옥수수 싸움까지 가세하게 된다. 드라이브 인의 사장들은 이미 상습적으로 모튼이라는 소금가루를 팝콘에다가 뿌려왔는데 이것은 갈증을 엄청나게 증가시키는 것이었고, 이에 따라 음료의 소비는 더욱 촉진되었다. 멀티플렉스의 사장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 이 대결은 펩시 다이어트와 다이어트 코크(유럽에서는 코크라이트)를 놓고 식이요법의 현장에서도 이루어졌다. 이럴 때마다 어느 한쪽 편인 극장들 또한 마케팅 차원에서 합세해 싸웠다. 머지않아 할리우드의 스타들을 동원하는 차례가 온다. (제2장 멀티플렉스, p. 60)
예전에는 영화가 안정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그래서 작전 또한 신문 비평이나 입소문에 따라 몇 달 동안에 걸쳐 이어질 수 있었다. 이제는 출시 첫 주에 모든 자금이 다 지출된다. 이 첫 주의 실적은 선거 투표일 저녁에 발표되는 출구조사를 연상케 하는 영화관 출구조사 결과를 보조 자료로 삼아, 영화의 수명과 DVD 출시일자를 결정하게 한다. 할리우드식 기계가 성공을 거둔 것은 돈 많은 영화사들 덕분만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표적으로 삼은 관객에 따라 갖가지 수단을 지속적으로 적절히 써먹을 줄 아는 능력을 갖춘, 전문적이고도 복잡한 시스템 덕분이기도 하다. 공급과 수요는 끊임없이 상호 적응한다. 마케팅이 메인스트림 제작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제4장 뉴 할리우드, p. 113~14)
처음부터 위험한 도박이었던, 24시간 음악 방송만 하는 MTV는 시작하자마자 비디오 클립이라는 장르를 필요로 했고, 그래서 음반 산업으로부터 자기들을 지켜줄 매체인 비디오 시대로 전환하도록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라디오가 처음 출현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CD 리라이터나 오늘날 인터넷에 대해서도 그랬던 것처럼, 음반 산업계는 처음에는 비디오 클립을 만들기를 거부했다가 그 경제적 모델에 대해 다시 검토해보고 나서야 이를 수용했다. 1981년 MTV가 처음 방송한 비디오 클립은 예언적이게도 버글스의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였다. (제6장 팝 음악의 발명, p. 176)
불과 몇 년도 안 되는 사이에 지식인들은 더 이상 예술 전쟁을 이끌어가지 못하고 무기를 버리고 백기를 들었다. 1950년대에는 좌파였던 대중문화 비평가들이 1980년대 미국에서는 우파로 선회했고 로널드 레이건 편이 되었다. 한편 ‘늙은 좌파’들은 자신들의 환상을 지키기 위해 신조를 개조했고, 잭 케루악을 읽기 시작했으며, 밥 딜런을 듣기 시작했고, 히피적 반문화의 리더인 애비 호프만을 스승으로 삼았다. 그들은 낡은 마르크스주의를 새로운 반反권위주의적 무정부주의와 맞바꿨다. [……] 전임자들과는 반대로 미국의 새 문화 비평가들은 더 이상 예술과 엔터테인먼트의 경계선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이제 엘리트주의적이고 유럽적이고 귀족주의적인, 한마디로 말해 반민주주의적이라고 판명된 이 경계를 허물고 지우려고 애썼다. (제7장 폴린, 티나, 그리고 오프라, pp. 198~99)
폴린, 티나, 오프라. 이 세 명의 상징적 여성들의 공통점은 그녀들의 삶과 병행한 심오한 변화다. 1968년에서 오늘날에 이르는 동안 미국 문화 비평의 본질은 돌이킬 수 없게 변했다. 문화적 서열성이 종언을 고하고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사이의 장르가 뒤섞이는 것과 병행해 비평가는 더 이상 심판자가 아니라 ‘독려자’가 되었다. 예전에 그들은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사이의 경계를 지키는 ‘문지기’였고 취향을 결정하는 ‘감식가’였다. 이들이 이제 대중의 취향에 동조하는 방식으로 유행을 결정하고 화젯거리를 만들어내는 ‘엔터테인먼트의 중개자’와 ‘트렌드세터’가 된 것이다. 새로운 비평가가 좋아하게 된 것은 ‘쿨’인데, 쿨이야말로 문화적 차별을 혐오하는 것이다. 이렇게 일단 구분이 사라지자 서열을 다시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렵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누가 그것을 원할 것인가? (제7장 폴린, 티나, 그리고 오프라, p. 215)
케이팝이나 제이팝에서 흔히 그렇듯, SM 엔터테인먼트의 스타들은 대부분 ‘아이돌’(일본식 발음으로는 아이도루)이다. 이들은 몸매나 목소리 때문에 대개 열한 살에서 열다섯 살 사이의 어린 나이에 발탁된다. “잘생긴 외모야말로 한 미디어에서 다른 미디어로, 아시아의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가장 잘 옮겨갈 수 있는 값진 자질 중 하나죠”라고 이수만 회장이 진지하게 단언했다. [……] 그러나 지금 내가 있는 아시아에서 나는 보아와 슈퍼주니어를 통해 팝 음악의 현지화, 지역화 차원이 가진 진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지역에서 교류가 거의 없는 영화와 달리 음악은 한참 앞서 있었다. 음악과 텔레비전 시리즈물을 중국과 아시아에 수출하면서 일본과 한국이 실용주의에 입각해 깨달은 사실은 규격화된 제품을 강요해서도 안 되고, 자기네 언어만 고집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제11장 번역을 통해 사라지다, pp. 331~32)
알자지라(반도라는 뜻의 아랍어) 본사는 도하 시가지에서 20여 분 정도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철통같은 방어벽을 지닌 벙커였다. 외부에는 감시탑과 무장한 병사들이 있었고, 내부에는 푸른 잔디가 깔려 있었다(잔디판 상태로 수입된 것이라고 누군가가 내게 알려주었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나는 두 개의 경비 초소를 지나야 했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서는 구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대번에 나를 사로잡은 것은 엄청난 다양성이었다. 베일을 두른 수많은 여자들, 베일을 하지 않은 수많은 여자들, 청바지를 입은 사람들. 모든 게 섞여 있는 분위기였다. (제14장 알자지라는 어떻게 아랍 세계의 메인스트림 채널이 되었나, p. 400)
영화 분야에서 미국이 발휘하는 막강한 힘은 체코의 나머지 메인스트림 문화에서도 거듭 엿볼 수 있다. 출판 분야에서도 번역서의 60퍼센트는 미국 책이다(나머지 40퍼센트 중에서 20퍼센트는 독일 책, 6퍼센트는 프랑스 책이고 러시아 책은 2퍼센트 정도다). 거대 출판 그룹인 베텔스만에 속한 체코 출판사인 유로미디어의 사장 데니사 노보트나는 “이제 우리는 주로 미국 책을 번역하지, 러시아 책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 1989년, 한순간에 러시아어에서 영어로 옮겨간 거죠”라고 간단히 말했다. 벤체슬라스 광장에 있는 이 도시의 유서 깊은 서점을 돌아보면서, 나는 처음에는 멀리서 본 서가에 독일어, 영어, 그리고 프랑스어 책들까지도 꽂혀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분명 그것은 문화적 다양성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보았을 때 나는 그 대부분의 책들이 같은 제목의 책,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된 미국의 베스트셀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16장 유럽의 안티 메인스트림 문화, p. 504~505)
디지털 시대에 메인스트림 문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 역설적으로 디지털과 인터넷은 메인스트림을 약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했다. 오늘날 니치 문화 제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블록버스터와 베스트셀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신디케이트’ 현상은 사라지기는커녕 종종 국경 너머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인터넷이 담아두는 그릇이기보다는 편집 문제가 남아 있는 미디어라는 것을 확신하는 네티즌들 또한 전송에서 스트리밍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중은 흔히 같은 대중문화를 공유하기를 바라고 집단적으로 연대하기를 바란다. 많은 대중이 모호하기 짝이 없는 상품들을 선호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더 많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대중이 자신을 작은 공동체에 결속시켜주는 니치 문화 상품과 가장 메인스트림한 상품을 동시에 선택하는 것은 그것들이 자신을 집단적인 것에 연결시켜주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세계에 비해 디지털 세계는 ‘몰아치기hit-driven’, 즉 성공이 더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결론 디지털 시대의 문화와 정보의 새로운 지정학, p. 563)
프롤로그 5 | 일러두기 20
제1부 문화 산업의 지배자, 미국
제1장 잭 발렌티 혹은 할리우드의 로비 22
라틴아메리카의 공격에 직면한 MPAA
제2장 멀티플렉스 42
드라이브 인에서 멀티플렉스로 | 팝콘으로 돈을 벌다 | ‘교외’에서 ‘외곽도시’로 | 코카콜라 대 펩시콜라, 그 흥미진진한 대결
제3장 디즈니와 창작 산업 63
「토이 스토리」에서 「라이온 킹」까지 | 미라맥스와 드림웍스: 추락
제4장 뉴 할리우드 91
“영화사들이 은행이다” | “우리는 「스파이더맨」에 파란불을 켜주지 않았다” | 할리우드의 마케팅 전략과 소몰이의 관계 | 할리우드는 노조에 장악당했다?
제5장 「인디아나 존스」를 포함한 모든 ‘인디’ 120
“우리가 콘텐츠다” | 비밀 에이전트
제6장 팝 음악의 발명 140
“MP3 세대가 이겼소. 그러나 나는 그 세대가 아니지” | “쿨, 이건 힙에 상업적 성공을 더한 것이다” | 내슈빌, 미국에서 만난 또 하나의 음악의 수도 | MTV의 성공은 반문화와 함께
제7장 폴린, 티나, 그리고 오프라 184
티나 브라운 혹은 새로운 문화 저널리즘 | 오프라라는 브랜드 | 새로운 비평가
제8장 USC, 메인스트림 대학 226
연구와 개발 | 문화적 다양성
제2부 문화의 세계대전이 시작되다
제9장 「쿵푸 팬더」, 할리우드와 대결하는 중국 246
톈안먼 광장 근처, 중국 검열의 중심 | 워너 멀티플렉스의 강탈 | 홍콩, 아시아의 할리우드 | 머독은 어떻게 중국에서 수백만 달러를 잃고 한 여인을 얻었는가
제10장 발리우드는 어떻게 세계 정복에 나섰는가 289
뉴 발리우드
제11장 번역을 통해 사라지다 317
쿨 재팬 | 글로벌 미디어, 망가 | 제이팝과 케이팝의 전쟁
제12장 드라마, 라마단 연속극, 그리고 텔레노벨라의 지정학 337
포맷 전쟁 | 라마단 연속극 | (남북) 아메리카 정복에 나선 텔레노벨라
제13장 마이애미, 라틴아메리카 팝의 수도 375
“레게톤은 라틴 대중을 하나로 묶어준다” | 또 하나의 LA, 라틴아메리카
제14장 알자지라는 어떻게 아랍 세계의 메인스트림 채널이 되었나 397
카타르의 알자지라 본사 | 뉴스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 인포테인먼트 | 이미지 전쟁 | 알아라비야, 혹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참전 | 진실의 강 | 텔레수르, 남쪽의 텔레비전 | “이스라엘이 당신을 찾아가기 전에 이스라엘을 찾아오라”
제15장 사막의 미디어 왕자 456
레바논의 음악, 두바이의 텔레비전, 카이로의 영화 | 사막의 할리우드
제16장 유럽의 안티 메인스트림 문화 488
유럽 비디오 게임 성공의 착시 효과 | 중부 유럽의 범슬라브 문화? | 유럽 문화의 레바논화 | 런던과 파리, 아프리카 음악 세계의 수도 | 유럽, 아시아, 아랍 사이의 공간, 터키의 미국화
결론 디지털 시대의 문화와 정보의 새로운 지정학 530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 뜨는 나라들의 뜨는 문화 | 라마단 콘텐츠 | 할리우드에서 발리우드로, 그리고 귀환 | ‘오픈 업’을 중국어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 어떻게 창작 산업의 수도가 될 것인가 | 침몰하는 나라들 | 디지털 재생산 시대의 문화
출처 567 | 감사의 말 569 | 옮긴이의 말 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