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의미작용에 관한 에세이 2

크리스티앙 메츠 지음 | 이수진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1년 11월 21일 | ISBN 9788932022598

사양 신국판 152x225mm · 296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영화처럼 유연한 시스템을 지닌 랑가주는
그에 적합한 분석 틀을 통해 유연한 체계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구조주의 언어학의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영화’에 적용한 최초의 책!
‘영화 기호학’의 창시자이자 권위자인 크리스티앙 메츠의 가장 중요한 저작으로 손꼽히는 『영화의 의미작용에 관한 에세이』 1, 2권(이수진 옮김)이 나란히 문학과지성사의 ‘파라디그마’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같은 시리즈로 먼저 출간된 『상상적 기표―영화․정신분석․기호학』이 정신분석학을 영화에 적용한 최초의 시도였다면, 이 책 『영화의 의미작용에 관한 에세이』는 메츠가 영화 기호학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로로 발표된 논문들을 모아 재구성한 저작이자 그의 저작 가운데 가장 많이 인용되는 주저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기호학자 크리스티앙 메츠는 1970년대 기호학을 영화에 적용하면서 프랑스 영화비평 이론 분야에 중요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는 구체적인 작품이나 작가 중심이 아닌 추상적인 개념을 담론에 끌어들인 인물, 영화 연구를 정의하고 정립하는 데 크게 공헌을 한 인물로서, 그의 제자이자 유명한 영화학자인 자크 오몽에 따르면 “메츠는 기존의 연구 방식이 진정한 영화 연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고, 영화를 하나의 의미 체계로서 연구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피력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영화는 대단히 독창적인 방식으로 의미를 생산하고 이야기를 전달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메츠는 이미 탄탄한 방법론을 보유하고 있었던 구조주의 언어학에 기반을 두고 영화가 의미를 구축하는 방식을 분석하기 시작했으며, 결과적으로 ‘영화 기호학’을 창시하기에 이르렀다. (문학과지성사 刊, 2011)

‘영화 기호학’의 눈으로 영화의 본질을 새롭게 꿰뚫다!
메츠 사유의 가장 중요한 첫번째 단계의 이론을 집대성하고 있는 이 책은, 무엇보다 저자의 엄격하고도 주도면밀한 학자로서의 면모와 ‘영화 연구’라는 독자적인 분야를 개척하면서 내보인 창조적 모험성이 돋보인다. 옮긴이 이수진(이화여자대학교 HK 연구교수)의 꼼꼼한 번역과 전문성도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옮긴이에 따르면, 크리스티앙 메츠는 “개념을 만들어낸 학자, 사유 방식을 만들어낸 학자, 그 사유 과정을 체계화하여 영화 기호학이라는 이론을 만들어낸 학자”이다. 또한 그는 “영화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했던 당시 젊은이들의 목마름에 샘물로 답한 훌륭한 교육자”이기도 했으며, “68혁명의 정신을 공감한 시대의 지식인”이기도 했다. 이 책은 ‘영화 기호학’이라는 이론을 정립한 메츠 사유의 정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뛰어난 연구서이기도 하지만, 글 곳곳에 학문적 ‘혁신’과 ‘쇄신’을 감행한 학자로서의 내면이 녹아 있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하기 이를 데 없다. 이를테면 “공감할 줄 아는 마음이 연구자에게는 필요합니다. 똑바로 걸으려 노력하면서도 동시에 비뚤거리며 걸을 수도 있다고 포용하는 마음이요”와 같은 표현은 메츠의 인간적․학문적 면모를 동시에 드러내준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메츠는 영화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내며, 1970년대에 영화 기호학의 개념 정립, 용어 정의 등을 통해 학문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이후 1980년대에는 정신분석학을 접목한 정신분석학적 영화 기호학을, 1990년대에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끌어들인 담론에 근거하여 발화 상황과 발화 작용을 고려한 영화 기호학을 발전시켰다. 영화 기호학에서 메츠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며, 메츠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곧 영화 기호학, 나아가 기호학의 발전 과정을 공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이와 같이 메츠는 현대 영화 이론의 발전 흐름에서 3단계에 걸쳐 총 여섯 권의 영향력 있는 저서를 집필했는데, 이 책 『영화의 의미작용에 관한 에세이』 제1권(1968)과 제2권(1973)은 영화 기호학을 정립하는 시기인 첫번째 단계에 씌어진 글들을 모은 논문집이다. 대략 5년에 걸쳐 출간된 이 두 권의 책은 메츠 사유의 정수를 담은 가장 중요한 저작으로 인정받는다. 초기 메츠 이론의 독창성은 영화 미학, 영화 역사, 영화 비평 등에서 논의되는 담론과 확연히 차별되는 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관찰하는 데 있었고, 그 시각이 기호학적 접근이라는 데 있었다. 메츠는 “영화처럼 유연한 시스템을 지닌 랑가주는 그에 적합한 분석 틀을 통해 유연한 체계로서 인식되어야 한다”(1968)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영화의 각 숏은 그 자체로 이미 여러 요소가 결합된 한 문장이자 언표이며 담화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영화에 걸맞은 기호학, 즉 ‘영화 기호학’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영화의 의미작용에 관한 에세이』 제1권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영화에 관한 현상학적인 접근」은 영화의 특성들 중 이웃한 다른 매체와 구별할 수 있는 ‘고유한 특성’에 천착하고 있다. 1장은 영화가 다른 매체보다 더 대중적으로 친근한 매체가 된 가장 중요한 이유로 ‘현실 효과’를 설명한다. 2장에서는 영화가 탄생부터 이야기 매체로 발전하게 된 이유를 추적하며, ‘서사’에 대해 사유한다. 서사성은 메츠 이론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이후 제2부와 제4부를 걸쳐 점진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제2부 「영화에 관한 기호학적인 문제」에서는, 영화 기호학이 태동했을 당시 세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던 세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3장에서는 메츠의 영원한 테제라고 할 수 있는 ‘영화는 랑그가 아니라 랑가주이다’에 관한 상세한 주장이 펼쳐져 있다. 이 글이야말로 영화 기호학의 기틀을 다졌던 논문이며, 언어학을 적용하지만 언어학을 넘어선 영화 기호학을 천명한 글이기도 하다. 4장은 영화 기호학의 쟁점에 관해서 언급한다. 특히 서사성, 내포와 외연의 문제, 계열체와 통합체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제3부 「이미지의 통합체 분석」은 5장과 관련이 깊다. 영화는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랑가주’이며, 따라서 이미지 배열 법칙과 같은 일련의 통사 규칙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실제 적용한 것이 바로 6장과 7장이다. 제4부 「‘현대’ 영화에 관한 몇몇 이론 문제」는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유럽에서 등장한 누벨바그 영화들의 현대성을 지지한 글이다.
이어서 『영화의 의미작용에 관한 에세이』 제2권 또한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영화의 전통적 이론에 관하여」는 1963년부터 1966년까지 메츠의 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준 학자 장 미트리의 이론을 통해 선행 연구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2부 「다양한 기호학적 문제에 관하여」에서는 영화 매체의 주요 특성에 관해 사유하고 있다. 3장은 편집의 문제를, 4장은 내용과 형식, 기표와 기의의 문제, 5장은 영화에서 편집 지점을 표시하는 경계의 문제를 다룬다. 제3부 「유사성의 전과 후」에서는 이미지의 1차 특성으로 주저 없이 언급되는 ‘닮음’ ‘도상성’ ‘유사성’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마지막 제4부는 크리스티앙 메츠와 레몽 벨루르 간의 영화 기호학에 대한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메츠 자신이 직접 이야기하는 영화 기호학에 대한 내용이 진솔하고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있다.

■ 책 속으로
영화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우리가 영화를 새로운 유형의 랑가주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 내부에 현실을 재생산하는 파편들을 내포하고 있는 랑가주이며, 그 자체가 예술의 창작 노력으로 둘러싸인 랑가주이다. 예술과 기호학의 관계를 조명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아무도 기호학의 정통성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영화는 이 문제에 주목하면서 정확한 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부인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말이다. 일반 언어학이나 기호학의 현재 연구 결과를 보면 영화가 현실을 유사하게 재현하는 사실이나 예술적 구성 때문에 랑가주의 다양한 형태를 포함하고 있는 영역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설득할 만한 근거가 없다. 의미작용에 관한 일반적인 연구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말해진 대상을 포함하는 모든 시스템을 랑가주의 현상으로서 간주할 수 있다. 비非언어 랑가주에서 이중분절이 없는 것은 중요한 특성이며, 언어학적인 분석의 영향을 받은 방법론으로 그 차이를 규명할 때까지 연구해볼 만한 주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호학자는 영화인의 작업을 포함할 수 있는 폭넓은 범주에서 문제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제2권 제1장 영화에 관한 사유의 1단계, 18~19쪽)

연극은 재현의 예술이고, 영화는 제시의 예술이다. 이 표현은 미켈 뒤프렌의 『미학 경험의 현상학』에서 처음 제안되었다. 연극에서 작품의 실제 상연은 차후에 이루어진다. 매 공연은 예술 행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연극은 음악과 비슷하다. 영화에서 실제 상연은 이전에 이루어진다. 영화가 끝났을 때 각 상영은 작품을 위해 선택된 유일한 실제 상연의 보충적인 제시일 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영화는 그림과 비슷하다. 미트리에 따르면 현재를 실제 경험하고 있다는 느낌은 연극에서 훨씬 더 강하다. 왜냐하면 무대에서 행해지는 재현이 실제 배우들의 공연이기 때문이다. 매 공연은 약간씩 변화하고 결코 모든 공연이 동일한 법이 없다. 매번 다시 시도되는 공연은 연극의 근간을 만드는 중요한 원칙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연의 차이가 확연해서 새로운 연극이 탄생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소한 차이만이 존재할 뿐 본질은 항상 유사하고 중요한 원전을 중심으로 일어날 뿐이라서 결국은 연극에서 배우의 역할은 동일하고 매일 밤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셈이다. 요컨대 작품은 이미 항상 시작되기도 전에 결정되어 있고 모든 연극 작품은 자신에게로 닫혀 있는 과거의 담화라서 다소 비극적이다. 이에 반해 영화는 수천 번 상영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배우가 직접 연기하는 모습을 대할 수가 없다. 배우는 단 한 번 연기한다. 그리고 그의 연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가령 15년 전에 배우가 연기를 했다고 하자. 그의 현재는 필름 위에 고정되어 오늘날 우리가 그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현재로 다시 살아난다. 영화는 따라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제시된’다. 왜냐하면 매번 상영할 때마다 지나간 현재가 다시 현재화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감춘 채 새롭게 현동화되기 때문이다. 녹화된 이미지트랙은 거기에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그 속에는 샘솟는 삶의 신비마저도 다른 많은 것과 함께 들어가 있다. 그리고 상영 때마다 다시 활성화된다. “상영 때마다 매번 카우보이는 예고된 시각에 역마차와 마주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치명적인 총격을 당하는 순간에만 비로소 예견할 수 없었던 그의 운명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운명 또한 바로 이미지 속에 갇혀 있다(p. 435).” 다시 한 번 언급하자면 영화는 연극보다 훨씬 소설에 가깝다. (제2권 제2장 영화 이론의 실제적 문제들, 88~89쪽)

영화 기호학은 사실 두 가지 경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첫째 가시 세계를 둘러싼 형이상학입니다. 영화가 현실을 진짜처럼 복제하는 특성, 즉 사진적인 정확성에 기반을 두는 이 입장은 랑가주에 못 미친다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죠. 둘째는 순수 창조성을 신봉하는 입장인데, 막연한 관념론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이들은 영화가 랑가주를 넘어선다고 생각하죠.
제가 보기에 영화 기호학은 이상의 두 장애물을 모두 비껴갈 수 있습니다. 우선 영화는 영화적이지 않은 세상, 즉 ‘현실’에서 지각하는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다양한 광경을 배치합니다. 즉 랑가주 현상이란 것이죠. 또한 영화의 생산성은 전제된 약호들에 의해 구체화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때 약호들을 어떻게 결합하는가 혹은 파괴하는가 하는 행위는 온전히 창조적인 행위로 존재합니다.
가시성과 이미지의 아성을 수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결국 순수 언어학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이미지 수호자들은 기호학자들이 언어학이 아닌 대상에 접근하면서 언어학 개념을 사용한다고 비난합니다. 하지만 유성영화의 등장 이후 이와 같은 지적 역시 옳지 않게 된 지 오래입니다. 순수 언어학자들은 언어가 아닌 다른 분야에 언어학 개념을 적용한다고 비난합니다. 이상의 반박들은 각각 서로 다른 분야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서로 통하는 면이 많습니다. 그들은 모두 입을 모아 ‘확대 적용’이나 일반화는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리하여 영화 연구를 전통적으로 가장 좋지 않은 미학 보편론, 개론적 수준으로 끌어내리게 되는 것이죠. (제2권 제10장 크리스티앙 메츠와 레몽 벨루르 간의 영화 기호학에 관한 대담, 244~45쪽)

목차

서문
일러두기

제1부 영화의 전통적 이론에 관하여―장 미트리의 이론을 중심으로
    제1장 영화에 관한 사유의 1단계
    제2장 영화 이론의 실제적 문제들

제2부 다양한 기호학적 문제에 관하여
    제3장 영화의 편집과 담화
    제4장 영화 분석에 관한 몇 가지 방법론
    제5장 디제시스 영화에서의 구두점과 경계 표시

제3부 유사성의 전과 후
    제6장 이미지와 가르치기
    제7장 이미지, 유사성 너머로……
    제8장 내포 다시 보기
    제9장 특수 기법과 영화

제4부 기호학자가 말하는 기호학
    제10장 크리스티앙 메츠와 레몽 베루르 간의 영화 기호학에 관한 대답

옮긴이의 말
미주
찾아보기

작가 소개

크리스티앙 메츠 지음

1931년 12월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 베지에에서 태어나 1993년 12월 파리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프랑스 인문학 분야의 핵심 연구소인 프랑스 사회과학 고등연구원EHESS 교수를 역임했으며, 영화기호학의 창시자이자 권위자로 명성을 떨쳤다. 『영화의 의미 작용에 관한 소론Essais sur la signification au cinéma』 제1권(1968)과 제2권(1973), 『랑가주와 영화Langage et cinéma』(1971), 『상상적 기표Le Signifiant imaginaire』(1977), 『기호학 소론Essais sㅤㄹㅒㅤiotiques』(1977), 『비인칭적인 언표 상황 혹은 영화의 지점L’Ènonciation impersonnelle, ou le site du film』(1991) 등 영화기호학의 탄생과 발전과정의 궤적을 서술한 여섯 권의 역작을 남겼다.

이수진 옮김

서강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한국적 담화상황에 적용된 기호학: 임권택 영화 「춘향뎐」 읽기』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만화기호학』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이미지, 모험을 떠나다』 등이 있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7 +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