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에서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의 운율과 리듬을 분석한 독보적인 연구서!
이 책의 방법론의 핵심은, 시의 리듬 현상을 일단 박자로 살펴본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이 박자를 점점 크게 확대해나가면서 확대된 박자에 질서가 있느냐 없느냐를 살피는 것이다. 박자적 질서로 시간 현상을 설명하는 것을 우리는 “분할적divisive”이라고 한다. 그것은 같은 길이의 시간, 즉 박자를 전제로서 설정하고 난 뒤 그 안의 리듬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대되는 것은 “첨가적additive”이라고 하는데, 첨가적 리듬은 가장 짧은 단위의 상호 관계의 질서가 시간 현상의 질서의 기본이 된다. 이 질서는 보다 큰 길이의 동일한 간격, 즉 미터를 전제하지도 않고 그것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쉽게 설명하면 산문에서처럼 장모음과 단모음으로 이루어진 어떤 패턴의 반복은 있지만 그것들이 박자적 질서를 전제하지 않는 그런 리듬 현상이다.
〔……〕
리듬에 관심을 두며 시를 보자면, 시의 리듬은 사람의 모습이나 얼굴이고 시의 이미지는 사람의 마음으로 비유될 수 있다. 음악에서는 소리가 갖는 대상적 이중성, 즉 소리의 음향학적이고 객관적인 표면의 질서와 그 소리가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인 내면은 분리될 수 없게끔 밀착되어 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나도 시에 있어서는 음악과는 달리 이 간격이 아주 넓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즉, 시의 리듬은 리듬이고 시의 이미지는 이미지일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그러나 이 둘은 상호 작용을 하고 있고 좋은 시일수록 이들은 밀착되어 있다.
_「책머리에」에서
책머리에
리듬의 이해: 리듬과 미터
시조의 리듬과 박자: 4·4조의 변형
김소월: 7·5조의 변형
김영랑: 짧은 박의 도입
윤동주: 리듬으로의 도피
한용운: 불협화의 리듬
이상: 미궁의 리듬
유치환: 거문고의 리듬
서정주: 행미의 치켜올림
김춘수: 리듬의 속도
김수영: 정직함의 리듬
박재삼: 이미지의 리듬
김종삼: 무심한 리듬
황동규: 리듬의 열중
정현종: 견고한 리듬
맺는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