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갈수록 점점 더 가까워지는
전 세계 23개 언어로 번역되어 600만 독자와 만난 역사적인 그 책!
“모터사이클은 전적으로 이성의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
또한 모터사이클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공부는
실제로 합리적 이성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공부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1974년 출간 당시 열광적인 서평이 줄을 이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23개 언어로 번역되어 600만 권이 판매되었고, 언론으로부터 “일찍이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독자층을 확보한 철학서”라는 찬사를 받은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Robert Maynard Pirsig의 『선(禪)과 모터사이클 관리술―가치에 대한 탐구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 An Inquiry into Values』가 서울대학교 영문과 장경렬 교수의 정확하고 밀도 있는 번역을 통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미국 문학 역사상 가장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이 비범한 소설『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은 ‘아버지와 열한 살짜리 아들의 한여름 모터사이클 여행’을 따라간다. 과거 정신병의 경력을 가진 화자와 그의 아들 크리스가 17일간 함께한 모터사이클 여행의 기록이자 자전적 이야기인 이 책은, 동시에 가치에 대한 철학적 탐구서이기도 하다.
미네소타부터 캘리포니아까지 , ‘모터사이클의 관리술’부터 ‘과학과 종교와 인문주의를 망라한 철학적 탐구’까지 치닫는 이 ‘위대한’ 소설은 “과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일견 사소해 보이는, 하지만 거대할 수밖에 없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모터사이클에 올라타 엔진음이 불러일으키는 거센 바람과 속도의 열기를 함께할 독자들은, 길고 고독하고 위대한 이 아름다운 여정을 통해 어느 순간 인생의 가치와 그 가치를 탐색할 수 있게 만드는 사유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빠, 아빠는 항상 무얼 그렇게 생각하세요?”
-과거를 잃은 아버지와 그 아들의 특별한 여행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떠나는 철학적 오디세이
여행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주이면서 일상을 떨어져 바라보게 만드는 현미경이다. 여행이라 불리는 그 과정의 세세한 ‘사고’들과 대화는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고 우리 자신을 변화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떠난다. 어느 곳이든 그 거리와 수단을 상관하지 않은 채 떠난다. 그리고 도착했을 때 우리는 출발했을 때의 우리와 다르다. 물론 여행은, 장 그르니에가 자신의 놀라운 산문에서 밝히듯, 돌아오기 위한 과정이다. 화살표는 밖으로 뻗어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안으로 수렴된다. 이 “아버지와 아들의 17일간의 여행”은 이렇게 안으로 들어오기 위한 치유의 과정이다(그들은 실제로 정신병을 앓았거나, 앓으려 하고 있다). 그들은 길을 잃고, 악천후에 시달리며 내달린다. 도착하기 위해서, 달라지기 위해서. 하지만 이 책을 단순히 여행기라고 부를 수는 없다.
화자인 ‘나’는 끊임없이 ‘야외 강연Chautauqua’이라는 형태의 말 걸기로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치에 대해 탐구한다. 작가는 정신적 느낌과 기계 공학적 생각의 결합에 대해 고민하는데 “우리 시대의 불만의 근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것이 바로 이 둘 사이의 분리이며, 이와 관련하여 이단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궁극적인 의미에서 볼 때 이 책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이를 정비하는 일을 통해 삶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을 말하는 책이고 그러한 접근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고 묻는 책인 동시에, 무엇을 위해 왜 사는가를 탐구하는 책이기도 하다.
선(禪), 그리고 모터사이클 관리술
혹 이 책을 읽는 사람들 가운데 ‘모터사이클 관리술’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한 사람이 있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 선 및 모터사이클 관리에 관한 책이지만 저자는(화자는) 모터사이클의 관리술을 통해 철학적 탐구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모터사이클 관리술’은 ‘야외 강연’에 학습 보조 자료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모터사이클 관리술’은 선(禪)적인 의미를 획득한다. 작가(화자)는 오토바이의 부품 하나하나와 이들이 ‘조립’되어 발생하는 ‘공학적’ 원리를 우리의 정신과 결부한다. 전선이나 회로를 통해서가 아닌 마음과 의식을 통해서. 여기서 우리는, 모터사이클과 우리를 연결하는 것이 선(zen, 禪)임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마음의 평화는 올바른 가치를 낳고, 올바른 가치는 올바른 생각을 낳”으며, “올바른 생각은 올바른 행동을 낳고, 올바른 행동은 고요함이 물질적으로 현현(顯現)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그런 작업”(526)이라고 말하면서, 이것을 바로 “한국에서 본 성벽이 일깨워주”었다고 한다. 자아와 대상 사이의 거리가 없어진 자기 초월의 상태에서 인간이 무언가를 창조했을 때 그 결과물을 상징하는 것이 화자에게는 다름 아닌 “한국의 성벽”이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보았던 성벽은 … 아름다웠지만, 이는 노련한 지적 기획 때문도 아니었고, 작업에 대한 과학적 관리 때문도 … 아니었다. 그것이 아름다웠던 것은 그 성벽을 쌓는 일을 하던 사람들이 대상을 바라보는 나름의 독특한 방식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 초월의 상태에서 그 일을 제대로 하도록 자신들을 유도하던 방식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516쪽)
바로 여기에 암시되고 있는 삶의 태도가 주인공이자 작가 피어시그가 제안하는 ‘제3의 대안’이다. 물질적인 것의 노예가 되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할 때, 그러면서도 물질적인 것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히피적인 삶의 방식에 빠져들지 않고자 할 때 우리에게 가능한 ‘제3의 대안’으로 피어시그가 제시하고 있는 길은 바로 동양적 선(禪)의 논리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선의 논리에 따라 정신과 물질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합일을 보여주는 것 중의 하나가 모터사이클 관리술인 것이다. 작가에 따르면 “모터사이클이란 일차적으로 정신적 현상”으로 “모터사이클의 어떤 부분도, 어떤 형태도, 누군가의 마음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는 없다.”(182쪽) 또한 “모터사이클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공부는 실제로 합리적 이성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공부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175쪽)
바쁜 발걸음에 숨이 찬 당신을 위한 모터사이클 여행!
이 책은 한 편의 문학작품이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철학서이다. 작가 자신의 말대로, 이 책은 “관념에 관한 한 권의 책과 사람들에 관한 또 한 권의 책”이라는 “두 권의 책”(751쪽)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사람에 관한 또 한 권의 책”에 해당하는 것이 소설 형식의 문학 작품이라 할 수 있다면 “관념에 관한 한 권의 책”이 철학서인 셈이다. 이로 인해 이 책은 여느 문학 작품이 가질 수 없는 무게를 갖는 동시에, 여느 철학서가 지니기 어려운 현장감과 생동감을 확보하고 있다. 이른바 ‘읽는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매력은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로, 우리 시대의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책이 제시하는 대안이 더할 수 없이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물질적 성공의 문제와 관련하여 문화적으로 격변이 이어지던 시기”―그러니까 “물질적 성공이라는 미국인의 꿈”을 앞세우는 “보수주의자들”도, “이 같은 물질적 성공을 아예 거부”하는 “히피들”도 모두 당시의 미국인들이 앞으로의 삶을 이끌어 가는 데 적절한 안내자가 되지 못하고 있던 바로 그 시기―에 사람들이 목말라하던 제3의 대안 역할을 할 수 있었던(739~40)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과학과 기술 공학이 가져다주는 물질적 안락함이나 풍요로움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자각은 단순히 현대 미국인들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동시에 물질적인 것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이른바 히피적 삶의 방식이 궁극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자각 역시 현대 미국인들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 제시하는 이른바 제3의 대안은 단지 미국인들만을 향한 것일 수는 없다. 어쩌면 23개국 언어로 번역될 만큼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 많은 언어권에 호소력을 가졌던 이유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선(禪)과 모터사이클 관리술―가치에 대한 탐구』의 25주년 기념본을 번역한 것이다. 책을 출간하기 위해 저자가 연락한 122군데의 출판사 중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본 윌리엄 모로우 출판사의 편집자 제임스 랜디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책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눈부신 생각을 담고 있다. 이는 아마도 천재적이고 강한 의지력을 지닌 사람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담하건대, 이 책은 고전의 지위를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 피어시그와 초판 편집자 랜디스와의 각별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서한문 모음도 볼 수 있다. 현실적 어려움을 무릅쓰고 출간해 상상을 초월하는 성공을 거둔 책에 얽힌 각별한 사연을 전해주는 두 사람의 서한문 역시 이 책의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
비교를 불허하는 탁월한 책 _조지 스타이너
오늘날 우리를 가장 난처하게 하는 딜레마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주는 … 대단히 중요한 작품 _뉴욕타임스
이 책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며 매우 독창적인 작품이다 … 서술 방식은 비평의 여지가 없이 완벽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단연 『모비딕』과 비견될 만하다. _뉴요커
이 책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 책 전체가 매우 특별한 품위에서 뽑아낸 것처럼 아름답게 쓰였다. _더 선
기적과도 같은 책 … 로맨틱 컴퓨터(electric dream)와 같이 재기발랄하다. _빌리지 보이스
그 누구도 잊을 수 없는 여행 _타임
■ 본문 속으로
사물들이 현재 여기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이 깨닫고 있는 전부이다. …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하는 데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모를 일이다. … 또는 깨닫지 못하도록 길들어 있었다고 하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진정한 사건은 대도시에서 일어나며 시골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지루한 것들뿐이라는 투의 속임수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정말로 영문을 알 수 없다. 진리가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꺼져, 나는 지금 진리를 찾고 있어”라고 말하자 진리가 가버리고 만 꼴이다. 왜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지 영문을 알 수 없다. (27쪽)
모든 사람이 모터사이클 관리라고 하는 이 작업이 얼마나 철저하게 합리적 절차 속에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이런 작업은 일종의 “숙련된 기술”을 발휘하는 것이라거나 “기계에 대한 호감”이 발동하여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숙련된 기술이란 거의 순전히 합리적 이성의 운용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모터사이클은 전적으로 이성의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 또한 모터사이클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공부는 실제로 합리적 이성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공부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175쪽)
모터사이클이란 바로 그런 것일 뿐이다. 말하자면, 강철 작업을 통해 구체화된 개념 체계다. 모터사이클의 어떤 부분도, 어떤 형태도, 누군가의 마음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는 없다. … 모터사이클이란 일차적으로 정신적 현상이라는 사실을…(182쪽)
파이드로스가 한국에서 보았던 성벽은 … 아름다웠지만, 이는 노련한 지적 기획 때문도 아니었고, 작업에 대한 과학적 관리 때문도 … 아니었다. 그것이 아름다웠던 것은 그 성벽을 쌓는 일을 하던 사람들이 대상을 바라보는 나름의 독특한 방식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 초월의 상태에서 그 일을 제대로 하도록 자신들을 유도하던 방식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516쪽)
당신이 앞에 놓고 작업을 하는 진정한 모터사이클은 바로 “당신 자신”이라 불리는 모터사이클이오.(5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