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누군가 책장을 연다!”
현상과 환상을 넘나드는 결정적 상상력
제7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수상자 최제훈. 그가 보여주는 믿거나 말거나, 새로운 세계
■ 놀라운 신인의 탄생!
“최제훈의 소설은 계보학적 상상력을 바탕에 깔고 이루어진 새로운 서사 형식의 발견, 바로 그것이다.”
2007년 봄 계간 『문학과사회』는 제7회 신인문학상의 수상자로 최제훈을 선정하며 위와 같은 선정의 말로 이 놀라운 신인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리고 3년이 조금 더 지난 2010년 가을의 초입, 재기 넘치는 상상력 그리고 이야기를 다루는 탁월한 힘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아온 신예 소설가 최제훈의 첫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이 출간되었다. 최제훈은 이번 소설집을 통해 그간의 기대가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소설가 정이현 씨가 추천사에 밝힌 것처럼 그의 소설은 재미있다. 그런데 이 재미가 범상치 않다. 기존 서사를 해체하여 이야기의 본질로 접근하는 독특한 상상력과 이 과정을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능수능란한 재주, 함부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속도감 넘치면서도 탄탄한 문장 그리고 허를 찌르는 위트는 ‘신인’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뛰어나다. 서사의 과감한 개진, 전통적 서사의 익숙함과 이를 실험하는 낯섦을 하나로 엮어 이야기판으로 만들어내는 구성력은 쏟아지는 신인들 사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놀라운 신인의 탄생이다. 그가 지난 3년간 발표했던 소설들을 모아 출간하는 이번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에는 표제작이자 등단작인 「퀴르발 남작의 성」과 각종 앤솔러지에 선정되었던 「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 등 총 8편의 소설을 수록하고 있다. 이 여덟 편의 소설들은 이번 가을, 재미와 새로움에 목말라 있는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한국소설의 신선한 또 다른 가능성의 핵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최제훈의 소설은 재미있다. 이 재미는 우선, 빠른 독서의 쾌감으로부터 찾아온다. 과다한 수사가 배제된 정확한 문장 덕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건을 전개하는 힘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을 유발하고 다른 사건들이 앞 사건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독자들은 그의 소설에 몰입하게 된다. 최제훈은 이 몰입의 속도를 밀고 당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장르와 형식, 신선한 소재들을 소설 속에 영입한다. 웃음을 유발하고, 시미치 떼며 중요한 이야기를 흘린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어색하지 않게 한 편의 소설로 만들어낸다. 모든 것이 적재적소에 위치한다.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긁어주듯이. 이는 최제훈 소설의 구조적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준다. 최제훈은 한 편의 소설을 탈고하기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놓는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들여 소설을 완성해나간다. 하지만 들이는 시간과 공만으로는 그의 구조의 완성도를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있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한 방울의 묘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제훈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그 마법의 묘약이 있다.
최제훈의 글쓰기는 여러 가지 장르적 문법들을 서로 접속시키면서 원작자와 등장인물의 욕망, 아울러 해석자의 욕망을 흥미롭게 역추적해 들어간다. 이는 이 텍스트가 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진실과 허구의 분할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아울러 한 편의 이야기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겹의 존재론적 외피를 탐구하고 동시에 해체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_강동호(문학평론가)
최제훈이 가지고 있는 마법 묘약의 첫번째 방울은 ‘이야기’이다. 그는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소설가이다. 그렇게 이야기 된 ‘이야기’로 인간과 세계에 대해 말해준다. 그 ‘이야기’는 옛이야기, 역사적 사실, 추리소설, 고전이 된 명작이다. 아니, 이는 최제훈의 서사 구조를 단편적으로 설명하는 데에 불과하다. 최제훈은 그런 구조를 빌려와, 지금-여기의 삶을 이야기한다. 지금-여기가 바로 ‘이야기’다. 그렇다. 우리의 삶 중에 ‘이야기’가 아닌 것은 없다. 최제훈은 이 ‘모든 것’을 허구로 바꾸는 데 드는 노력과 시간을 조금도 아끼지 않는다. 아니 그에게는 이것이 일상처럼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허구인지 우리는 모른다는 것을 최제훈은 간파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담론은 새롭지 않다. 오히려 오래전의 것이다. 胡蝶之夢. 장자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우리의 ‘이야기,’ 그 구조는 조금만 비틀어도 진짜와 가짜의 분별이 되지 않는 것이다. 최제훈은 그 경계를 허물어뜨리기로 한다. 과감하게. 그는 소설을 진짜처럼 이야기하고, 없었던 일을 진짜처럼 꾸민다. 어차피 소설 속에선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잠깐. 진짜라고? 진짜가 있기는 한가. 지금이 가짜가 아니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여기서 ‘최제훈만의 상상력’이 폭발한다.
좋은 대로 생각하라 했겠다.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다._「괴물을 위한 변명」 부분
평론가 강동호 씨가 말한 대로 최제훈의 소설은 “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진실과 허구의 분할”을 해체한다. 이른바 서사의 재구성이다. 「퀴르발 남작의 성」「마녀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고찰」「괴물을 위한 변명」「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등의 단편들은 소설의 구조 및 소재를 차용한다. 기존 서사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표제작 「퀴르발 남작의 성」은 하나로 보이는 이야기를 역추적함으로서 이야기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소설을 구성하고 있는 총 12개의 에피소드들은 각기 다른 시간대의 6월 9일에 있었던 일들이다. 이 일들은 ‘퀴르발 남작 전설’이라는 허구의 구전 설화를 통해 또 다른 한 묶음의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그야말로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무한 반복이다. ‘이야기’의 속성, 거울 속 무한 반복과 변형과 복제이다. 최제훈은 이러한 무한 복제 과정을 역추적함으로써 이야기라는 것이 어떻게 변용·왜곡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이야기의 본질에 접근한다. ‘이야기’ 속 ‘진실’이라는 것은 실상 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변용과 왜곡이 본질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가정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다. 사실 그렇지 않는가.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편의에 따라 삶을 굴절시키고, 진심을 왜곡한다. 한데 이 왜곡이 과연 틀린 것인가. 어쩌면 그것은 현실 속에서 ‘진짜’로 작동하지 않는가. 오히려 이를 통해 현실이 작동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진심은 무엇인가. 글쎄 그게 중요한 것일까?
상상력에 근거하는 이야기의 재구성 역시 흥미롭다. 최제훈은 「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이라는 단편에서 코넌 도일의 죽음을 추적하는 셜록 홈즈를 보여준다. 이 가능하지 않은 설정은 그 자체로 흥미를 유발한다. 그리고 이 사건은 명탐정 홈즈 생애 최대의 사건이자 미스터리이다. 그는 과연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중요한 것은 홈즈의 추리가 아니다. 저자는 이 지독한 농담을 통해 저자가 탄생시킨 소설 속 인물이 저자의 죽음(자살)을 추리하는 아이러니를 선사한다. 독자들은 이야기의 자의성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가 탄생과 그 존립의 근거를 너무나 사실적인 ‘이야기’ 속 주인공의 편지를 읽는 충격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이 추리소설의 장르를 차용하여 소설에 대한 새로운 소설이 되었다면 괴물을 위한 변명은 이제는 고전이 된 메리 셜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재구성한다. 이 소설에서 저자는 왜곡된 프랑켄슈타인과 작가 자신이 독창적으로 해석한 『프랑켄슈타인』을 근거로 하여 이 소설의 결말과 진실을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저자 메리 셸리와 불쾌한(그리고 불가능한) 통화를 하며 있지도 않은 진실을 밝혀내려고 한다. 하지만 결말에서 우리는 어느 순간 우리 삶에 편입되어 있는 괴물을 그리고 그 괴물을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실체를 맞닥뜨린다. 이는 현실/비현실의 경계가 붕괴되는 체험인 동시에 인간 내면 괴물과의 조우와 다름 아니다. 이는 「마녀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고찰─휘뚜루마뚜루 세계사 1」이라는 긴 제목의 단편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기고문의 양식을 빌려온 이 소설은 눈을 뗄 수 없는 독특함과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소설의 마지막에는 인간의 잔혹함이라는 어두운 면과 만나게 된다. 외면해서는 안 되는 그러나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최제훈의 소설은 단순한 재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최제훈의 소설은 한바탕 난장이다. 시공을 뒤섞고 각종 서사소들을 얽히고설키게 하여 경쾌한 서사적 탈주를 단행한다. 그 난장의 탈주를 통해 다채로운 이질혼성적 이야기들이 변형생성된다. 그 난장판에서 독자들은 새로운 문학적 성찰을 얻는 즐거움을 누린다. 확실히 최제훈의 소설은 문화공학적인 새로운 출구다._우찬제(문학평론가)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우찬제 씨(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말처럼 최제훈의 소설은 “서사적 탈주”이자 “난장의 탈주”이다. 시공간을 ‘함부로’ 넘나들고, 그런 것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천연덕스럽다. 대뜸 명작을 가지고 와 자기 마음대로 만들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마리아, 그런데 말이야」「그녀의 매듭」「그림자 박제」등의 소설들은 그의 문장의 힘과 속도 그리고 상상력의 전개가 얼마나 단단한 것인지 엿볼 수 있는 수작들이다. 이는 인간에 대한 꾸준한 관찰과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그는 이 모든 심각한 이야기들을 전혀 심각하지 않게 이른바 재미있게 다뤄낸다. 그러므로 그는 ‘이야기꾼’의 계보에 놓인다. 구조적 상상력과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최제훈은 그리고 그의 소설은 바로 여기서 기타 ‘이야기’의 이야기꾼과 차별된다. 어쩌면 이제 막 한 권을 출간한 소설가에게 과분한 상찬일 수도 있지만, 최제훈은 없었던 소설가이다.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지금껏 없었던 소설가라는 것이 아니다. 그가 재미있는 소설가라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는, 지금껏 없었던 재미있는 소설가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최제훈의 이 소설들이 주목받아야 할 이유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 ‘놀라운 신인’에게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소설가 최제훈, 그의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본문에서
“홈즈 선생님…… 말씀대로 아령이 나오기는 했는데, 이게……”
경관의 손에 들린 것을 보고 나는 너무 놀라 그대로 차링크로스까지 날아갈 뻔했네. 자네가 옆에 있었다면 아마도 셜록 홈즈 최고의 얼빠진 표정을 목격했을 걸세. 아령에는 예상대로 줄이 묶여 있었지. 하지만 줄의 다른 쪽 끝에는 칼 대신 국자가 매달려 있더군. 국자! 스튜나 닭고기 카레를 뜰 때 사용하는 그 국자 말일세. 내 머릿속 다락방은 지진이 난 것처럼 뒤죽박죽 헝클어졌네. 포레스터 부인이 전날 주방에서 사라진 국자라며 펄쩍 뛰었고, 시골 경위는 런던의 명탐정을 비웃을 기회를 놓치지 않더군.
“홈즈 선생님, 역시 훌륭하십니다. 막간을 이용해서 국자 납치사건을 해결하셨군요.”
왓슨, 앞으로 내가 능력을 과신하여 성급한 결론을 내리거나 사건 수사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가 있거든, 내 귀에 살짝 ‘국자’라고 속삭여주게. 그럼 나는 자네에게 한없이 감사할 걸세._「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 중에서
■ 해설에서
삐딱하게 보기, 뒤집어 보기, 물구나무서서 보기와 같은 식으로 사태를 전복하면서 최제훈은 탄력적인 위트와 유머 감각으로 서사적 난장에 신명을 지피는 작가이다. 그는 기존의 문화의 지도, 생각의 지도를 가로지르고 거스르면서 지도 바꾸기를 격렬하게 시도한다. 문화의 지도, 생각의 지도 바꾸기는 곧 서사의 지도 바꾸기와 통한다. 바뀐 최제훈의 서사 지도에는 기존의 서사 문법으로부터 활달하게 벗어난 가능성의 공간들이 많다. 실제와 허구, 상상, 환상, 망상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독자의 상상과 추론의 범역을 유쾌하게 넓혀준다. 그러면서 새로운 상상 지도에 독자들을 기꺼이 초대하고자 한다. 독자들은 거기서 신명나는 서사적 추론의 향연을 함께 주재할 수 있다._우찬제, 해설 「난장의 문화 공학과 그 그림자」
■ 추천사
그가 묻는다. 당신 셜록 홈즈를 아십니까? 홈즈? 어떤 어려운 살인사건도 척척 해결해낸다는 명탐정 말인가. 그가 또 묻는다. 그렇다면 괴물 프랑켄슈타인은 어떠십니까? 고양이 톰은? 생쥐 제리는? 최제훈은 그 친숙하게 박제된 이름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어 내동댕이친다.
그의 소설은, 아아, 재미있다. 안다고도 모른다고도 할 수 없는 인물들. 믿거나 말거나 마구 질주하는 이야기들. 최제훈이 들려주는 능청스런 거짓말에 정신없이 홀려 따라가다 보면 진부하고 명료하던 이 세계가 돌연 낯설게 느껴진다. 서늘하고 쓸쓸해서 몸을 떨게 된다. 시침 뚝 떼고서 그가 다시 묻는다. 자, 그런데 이 소설을 읽는 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_정이현(소설가)
■ 작품 줄거리
「퀴르발 남작의 성」 퀴르발 남작이라는 인물과 그에 대한 소문(이야기)이 변형되어 각기 다른 시공간의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소설이다. 옛 이야기로, 소설로, 영화로 또 프랑스로, 미국으로, 일본과 한국으로 전달되면서 전달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맞춰 어떻게 재해석되는가에 초점을 맞춘 이 소설은 이야기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질문이자 고민이며 답이다. 제7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작이다.
「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 서간문 형태의 소설. 셜록 홈즈는 모리어티 교수와의 최후에 전쟁을 치룬 뒤 한적한 시골(사우스시)로 내려와 따분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기괴한 사건을 의뢰받게 된다. 추리 소설가 코넌 도일의 의문사가 바로 그것이다. 홈즈는 코넌 도일의 죽음이 자살임을 직감하지만 코넌 도일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잘못된 추리를 하고 망신을 당한다. 분노한 홈즈는 이를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골몰하게 되고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 그는 이야기의 자생성과 이로 인해 죽음에 이른 저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사건의 전모를 적어 왓슨 박사에게 편지를 보내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그녀의 매듭」 차화연은 광고 디자이너이다. 그녀에게는 성호라는 아주 오래된 친구가 있다. 어느 날 성호가 차화연에게 자신의 애인 강지민을 소개한다. 차화연은 그녀를 소개 받는 순간 자신이 성호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질투를 견디지 못한 차화연은 성호의 출장을 틈타 그의 미니홈피에 그가 다른 여자와 함께하는 조작 사진을 올려놓는다. 그녀의 계획대로 성호와 강지민은 헤어지고 차화연은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기뻐한다. 하지만 성호는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 그 대상이 합성했던 사진의 주인공임을 알게 되면서 차화연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그 다른 여자(이현정)는 대뜸 차화연에게 나타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느냐며 차화연을 윽박지른다. 그리고 과거 묻어놓았던 이야기들이 하나둘 밝혀진다.
「그림자 박제」 모노드라마 형태의 소설. 기러기 아빠이자 회계사인 ‘나’는 어느 날 해리성 정제감 장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는 자신에게 또 다른 캐릭터를 부여하기로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또 다른 자아 ‘톰’은 소심한 나와 달리 거칠고 제멋대로 굴지만 경험한 적 없는 짜릿함에 ‘나’는 만족하게 된다. ‘나’는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고 이번에는 ‘제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이 특이한 동거는 그의 외로움을 없애주지만 이는 점점 파국을 향해 치닫고 드러나는 ‘나’의 어둡고 슬픈 과거. 결국 나/톰/제리는 살인을 저지른다.
「마녀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고찰」 최제훈 소설의 장기가 마음껏 발휘된 소설. 기고문의 형태를 빌려 중세의 마녀 사냥을 고발한다. 마녀 사냥이 시작된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고, 각종 신화와 텍스트를 통해 소개된 마녀들의 인터뷰를 통해 인간의 잔인성과 기형적 상상력 그리고 집단적 광기의 우매함을 밝혀낸다.
「마리아, 그런데 말이야」 드라마 촬영 감독에 돌싱인 성민은 우연히 대학 후배 수연을 만난다. 곧 편한 데이트 상대가 된 그들. 이혼남과 결혼예정자라는 편한 위치 덕택이다. 수연은 성민에게 회사 동료 마리아의 흉을 보기 시작하고 그들은 곧 마리아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게 된다. 즐거운 관계가 된 두 사람. 하지만 수연의 결혼 상대를 만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우연히 수연의 과거와 마리아가 실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 속임을 알게 되고 그들은 만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과거와 화해하는 법을 배우는 성민. 수연은 도자기 굽는 법을 배우기 위해 드레스덴으로 떠나고 성민은 이혼한 아내를 그리고 자신을 이제 용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괴물을 위한 변명」 메리 셰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분석하고 재해석한 소설. 여러 시체들을 모아 한 사람의 괴물을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여러 개의 추론과 형식 실험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오해의 과정들을 보여주고,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모순들을 찾아내 새로운 결말을 만들어내는 최재훈의 솜씨는 저절로 감탄의 숨을 쉬게 만든다.
「쉿! 당신이 책장을 덮은 후……」 『퀴르발 남작의 성』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총출동 한바탕 난장을 벌인다. 작가의 말을 대신하는 이 소설은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작가 최제훈이 생각하는 소설의 정의를 ‘소설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재기를 엿볼 수 있는 엽편이다.
퀴르발 남작의 성 목차
퀴르발 남작의 성
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
그녀의 매듭
그림자 박제
마녀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고찰-휘뚜루마뚜루 세계사 1
마리아, 그런데 말이야
괴물을 위한 변명
쉿! 당신이 책장을 덮은 후……
해설 난장의 문화 공학과 그 그림자_우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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