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통해 배운 우정의 참맛이 유쾌하게 전해진다!
■ 멋지다 멋져, 내 친구 허스키!
『날마다 뽀끄땡스』로 2008년 제4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으며 많은 주목을 받은 오채의 신작 동화가 출간됐다. 작품마다 가슴 저릿한 감동과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 주고 있는 오채는 이번 작품에서도 경쾌하면서도 속 깊은 마음 씀씀이를 보여 준다. 멋진 시베리안 허스키를 두고 한편으론 여리고, 한편으론 대범한 4학년 남자아이의 심리를 맛깔나게 그리고 있는 이 작품에서 작가의 관심은 여전히 ‘사람을 이루는 것’에 모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열한 살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우정과 질투와 화해의 이야기를 애완견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따뜻하고 유쾌하게 버무려 놓았다.
아이들은 필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 내 마음속에 들어온 것처럼 내가 원하는 것,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척척 알아서 들어주고 해결해 준다면 얼마나 멋질까! 그럼 굳이 엄마를 조를 일도, 억지로 말 잘 듣는 아이로 탈바꿈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대개의 아이들은 어른들(특히 엄마 아빠)이 자기들의 맘을 잘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아이들은 속으로 불만이 쌓여 갈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주인공 4학년 한솔이도 엄마 때문에 맘속에 불만이 가득한 남자아이다. 스스로 씩씩한 아이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 결심을 이루게 해 줄 멋진 개를 생일선물로 받고 싶었는데…… 세상에나! 생일날 한솔이 눈앞에 놓인 건 강아지 로봇이었다. 살아 있는 개가 아니라 로봇이라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한솔이에게 더욱 속상한 일이 생겼다. 과일 가게 아저씨네 집에 무지 당당하고 늠름해 보이는, 이름도 생소한 시베리안 허스키 한 마리가 생긴 것이다.
한솔이는 비록 자기 개는 아니지만 어느새 아저씨네 허스키한테 마음을 쏙 빼앗기고 만다. 늘 당당하게 서서 푸른 눈을 빛내고 있는 허스키를 볼 때마다 자기에게는 없는 용기와 자신감이 마구 생겨나는 것만 같으니까. 또 어릴 때 자전거를 타다가 다리를 다친 이후로 뛴다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허스키는 그런 한솔이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멋진 모습으로 달리기까지 하니까……
■ 시기와 질투를 넘어서면 우정이 보여요!
한솔이는 점점 허스키를 독점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허스키를 좋아하는 건 한솔이만이 아니었다. 같은 반 깍쟁이 민지도 허스키를 무지 좋아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과일 가게 아저씨가 허스키의 이름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솔이는 멋진 허스키에게 딱 어울릴 만한 ‘왕자’라는 이름을, 민지는 과일 가게 개인만큼 그에 걸맞은 ‘블루베리’라는 이름을 지어 가며 이름 짓기에 열을 올린다.
왕자와의 우정이 점점 두터워질 무렵 한솔이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아저씨와 함께 참석한 허스키 동호회에서 갑자기 왕자의 공격을 받게 된 것이다. 그것도 충격이 큰데 그사이 왕자는 깍쟁이 민지랑 더 친해진 것이 아닌가! 질투심과 복수심에 눈이 먼 한솔이는 왕자에게 감자 독인 솔라닌을 먹일 어처구니없는 계획까지 세우게 된다. 그리고 왕자가 진짜 누굴 좋아하는지 민지의 자전거 타기 대결을 받아들인다. 한솔이는 아픈 다리 때문에 자전거를 못 타는데도 말이다.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솔이는 자기가 진짜 왕자를 사랑하는 걸 깨닫게 되는 결정적 사건을 맞게 된다. 과일 가게 아줌마가 왕자를 팔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왕자를 구출할 방법을 궁리하던 한솔이는 결국 왕자의 목줄을 풀어 준다. 개장수에게 팔려 가느니 왕자가 자유를 찾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왕자와의 슬픈 이별은 한솔이, 민지, 과일 가게 아줌마와 아저씨에게 또 다른 행복을 안겨다 준다. 왕자가 엄마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동물과의 우정, 친구들 사이에서의 질투 같은 아이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내면의 이야기를 작가는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개를 통해 경쾌하면서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그 안에 연약하고 소심한 남자아이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과정도 세심하게 보여 준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우정이란 얼마나 크고도 넓은 바다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어른의 눈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소소한 일들이 아이들에겐 감당하기 버거운 큰 파도가 되기도 한다. 시기와 질투 때문에 친구와 전쟁도 치러 보고, 자신의 실수 때문에 눈물 쏙 빠지게 후회도 해 보면서 아이들은 자기에게 닥친 파도를 헤쳐 나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며 성숙해 가는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