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책 속에서 꿈을 되찾은 열세 살 진진이의 유쾌한 여행
우리 아동문학의 첫 길을 연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한국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주)문학과지성사가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의 제6회 수상작이 출간됐다. 『이모의 꿈꾸는 집』은 책에 관한, 가볍고 사랑스러운 판타지이다. 일류대 진학이 목표인 주인공 진진이 특목고 입학을 위한 특별 캠프 대신 책과 인간, 사물과 인간의 소통의 장소인 ‘꿈꾸는 집’에 초대되어 자신의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깨달아 가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리고 있다.
■ 잃어버린 꿈을 찾아 드립니다!
『이모의 꿈꾸는 집』은 모범생 진진이 특목고 진학을 위한 특별 캠프 대신 엉뚱한 캠프인 ‘꿈꾸는 집’에 초대되어 진정한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활기차고 개성 있게 그린 작품이다. 꿈조차 주체적으로 꿀 수 없는, 자신의 꿈보다는 획일화된 부모의 꿈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짓눌린 아이들의 삶을 예리하고도 유쾌하게 담아내어 건강한 웃음을 전해 준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지워진 어른들의 기대와 그에 따른 부담을 들어내고 마음껏 자신의 꿈을 그릴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다.
진진은 만화책은커녕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딸이다. 그래서 특목고와 서울대를 나와 의사나 변호사가 되어 주길 바라는 엄마의 꿈이 곧 자신의 꿈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만우절 아침, 진진은 엄마가 건넨 ‘꿈꾸는 집’ 캠프 안내장을 받아 든다. 애들 낙서 같은 안내장 때문에 처음에는 만우절 장난인 줄 알았지만 엄마에게 ‘특목고 입학에 도움이 되는 아주 특별한 캠프’라는 말을 듣는 순간, 진진은 자기도 모르게 가방을 메고 약속 장소로 나간다. 그리고 털털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진진을 마중 나온,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모’라는 이름의 여자를 따라 얼결에 ‘꿈꾸는 집’으로 향하게 된다.
이모를 따라 도착한 곳은 커다란 동백나무와 우물과 연못까지 있는 운치 있는 기와집이었다. 게다가 방에는 도서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책들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깜짝 놀란 진진에게 이모는 책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소개하며 넌지시 귀띔까지 해 준다. “진심일 때만 읽어야 해. 여기 있는 애들은 자존심이 높아서 진심이 아니면 놀아 주지 않는단다. 진심이 아닐 때 책을 펴 봤자, 아무도 안 나올걸?”
이모는 여느 어른들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자신은 선생님이 아니며 가르치는 건 질색이라고 하는가 하면, 일류대가 꿈이라는 진진의 말에 고작 꿈이 학교에 가는 것이냐며 웃음을 터뜨린다. 진진은 아무래도 잘못 온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친구들에게 뒤지지 않으려면 공부해야 하는데 말이다. 책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만 초대 받을 수 있는 ‘꿈꾸는 집’에 과연 누가 진진을 부른 것일까? 아리송한 일들로 가득한 일주일간의 특별한 캠프가 진진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 책과 사람, 사물과 사람의 소통의 공간, ‘꿈꾸는 집’
‘꿈꾸는 집’에서 진진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사람과 말이 통하는 사물과 동물과 식물이었다. 하늘을 마음껏 나는 것이 꿈인 거위 ‘어기’, 4분의 3박자로 꼬리를 흔드는 게 꿈인 개 ‘덩치’, 춤추는 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두레박 ‘퐁’, 수다스러운 책들까지 자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캐릭터들은 자신들의 매력을 한껏 뽐내며 ‘꿈꾸는 집’을 더욱 생기발랄하게 만든다. 어린 아이들에게나 통할 법한 이 물활론적인 세계가 아기자기한 매력을 발산하며 읽는 이의 시선을 잡아끈다.
모든 사물과 동물과 식물이 의인화되어 등장인물들과 함께 떠들썩한 놀이의 장을 펼치는 이 판타지적 세상은, 정겹고 편안한 시골 배경, 이모가 주는 친근한 느낌과 잘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독자들을 ‘꿈꾸는 집’으로 끌어들인다. 고운 선과 부드러운 색채의 수채화 그림은 일상과 신비가 맞닿아 있는 ‘꿈꾸는 집’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면서 꿈을 찾는 진진의 여정을 한결 경쾌하게 빚어낸다.
■ 드디어 내 꿈을 만났어요!
자유와 생기가 가득한 ‘꿈꾸는 집’에서의 생활은 공부벌레였던 진진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덩치, 어기, 퐁 등과 친해지게 되면서 공부밖에 몰랐던 진진은 아이다움을 되찾는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들만 찾던 진진에게 처음엔 하얀 백지만 보이던 책들도, 진진이 진심 어린 마음으로 책을 펼치자 기꺼이 자기 안의 이야기를 드러내 보여 준다.
캠프 마지막 날, 마침내 진진은 자신을 ‘꿈꾸는 집’으로 초대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자신의 옛 꿈과 만난다. 진진을 부른 것은 진진이 여섯 살 때 직접 만든 그림책 ‘분홍 눈사람’이었다. 언젠가는 분홍 눈이 와서 분홍 눈사람을 꼭 만들 거라던 여섯 살 아이의 꿈…… 원하는 건 뭐든 이루어지는 ‘꿈꾸는 집’에서 진진은 연분홍 벚꽃 잎 눈으로 분홍 눈사람을 만들어 어릴 적 꿈을 이룬다. 책과 함께 즐겁게 놀고 자유롭게 꿈꾸던 그때의 자신을 되찾게 된 것이다.
진진은 남들이 보기에 아무리 거창하고 멋져 보여도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는다. 꿈을 꾸며 행복을 느낄 때, 그때야 비로소 꿈은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진은 엄마가 원하는 특목고와 일류대가 아닌, 정말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꿈을 향해 용기 있는 걸음을 내딛는다.
작가는 이모라는 캐릭터와 가상 세계인 ‘꿈꾸는 집’을 통해 어른들의 꿈과 목표를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또 그것을 이뤄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있는 사회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진정한 꿈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또한 꿈은 그것을 꼭 이루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꿈을 향하는 모든 걸음걸음이 즐거우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다는 것을 경쾌한 한 편의 이야기를 통해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게 들려준다.
■ 심사평에서
『이모의 꿈꾸는 집』은 주제를 이끌어 가는 이야기의 구조와 전개도 섬세하고 진지하다. 4분의 3박자로 꼬리를 흔드는 게 꿈인 덩치, 날고 싶은 어기, 매일 행복한 꿈을 꾸는 두레박 퐁, 꿈꾸는 집이 꿈인 이모. 그 집에서 주인공 진진의 계획된 꿈을 황당해하는 이모가 진진에게 행복한 꿈을 심어 주는 과정이 경쾌하게 음악처럼 전개된다._이상배
『이모의 꿈꾸는 집』은 톡톡 튀는 개성 있는 이야기였다. 저학년 아이들한테나 통할 만한 이런 물활론적인 세계가 아기자기한 매력을 발하며 사람을 잡아끈다. 꿈에 관한 통찰력 있는 문장들이 도처에 포진하고 있는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어른도 저절로 ‘이모의 꿈꾸는 집’에 가고 싶다는 꿈을 잠시 꾸게 된다. 아주 오래간만에 만난, 동화의 본령에 맥이 닿아 있는 작품이었다._최윤정
『이모의 꿈꾸는 집』은 가볍고 사랑스러운 판타지이다. 모범생 진진이가 괴상하고 엉뚱한 캠프장인 ‘꿈꾸는 집’에 엉겁결에 초대돼서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깨달아 간다. 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 주는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내놓으면서 이 작가가, 그리고 다른 작가들도 더 풍성하고 자유로운 책의 세계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_김서정
■ 수상 소감에서
조심스럽게 내민 손을 이렇게 선뜻 맞잡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직은 날것의 비린내가 풀풀 나는 작품이지만 기대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쓰라는 따뜻한 격려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상상하는 것이다.” 동화가 존재하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라고 믿습니다. 상식과 권위가 두려워 차마 상상조차 못하는 꿈, 그런 꿈을 버젓이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아무 것도 가르치려 들지 않는 동화, 이것만이 옳다고 윽박지르지 않는 동화를 쓰겠습니다._정옥
1. 벚나무가 솜사탕처럼 꽃피운 날, 꿈꾸는 집에 가다
뭘 그리 놀라? 만우절이잖아 11
자존심 높은 책들은 진심이 아니면 놀아 주지 않아 20
어른들도 꿈이 있어요? 29
하늘이 연둣빛으로 빛나고, 땅이 연분홍으로 물들 때 33
2. 봄 햇살 반짝이는 날, 꿈속에 빠지다
춤추는 두레박 처음 봐? 41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불안해지는 기분, 그게 공부벌레들의 먹이란다 53
책을 읽지 않아도 함께 노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61
왜 나랑 대화할 생각을 안 하니? 67
3. 대나무 숲 너머, 상수리의 꿈속으로
상수리한테 가자 77
네 손가락들은 생각할 줄 모르니? 83
피아노가 나랑은 놀 마음이 없나 봐 93
코딱지 파는 일은 왜 늘 나만 시키니? 98
4. 봄바람이 부는 날, 상수리의 꿈을 되찾다
날 ‘코끼리’라고 읽었어 107
우울할 땐 햇빛을 쬐어야지 112
꿈꾸는 동안 즐겁지 않다면 그게 무슨 꿈이니? 118
꿈은 이루기 위해 있는 게 아니구나 126
동백나무 꽃등 아래에서 열린 음악회 132
5. 달빛 밝은 봄밤에 진진, 옛 친구를 만나다
이 집이 내 꿈이야 143
안녕, 꽃마리야 152
분홍 눈사람 158
6.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날, 눈사람을 만들다
눈사람을 만들러 가자 173
분홍 꽃보라 속에서 179
이 엉뚱한 꿈은 네 건데 186
꿈은 깨지 않아, 새로운 꿈꾸기가 시작되지 194
7. 나무들이 새로운 꿈을 꾸는 날, 꿈꾸는 집을 떠나다
해마다 네 앞에 내 꽃잎을 피워 줄게 201
영원히 깨지 않을 멋진 꿈이구나 204
8. 안녕, 나의 진진
엄마의 꿈은 뭐야? 213
나의 진진, 나의 꿈 217
• 이모네 집에서 만난 책과 주인공들
• 이모네 집에서 만난 음악들
[국민일보] 2010.06.03
■ 책꽂이
△이모의 꿈꾸는 집(정욱 지음·정지윤 그림)=일류대 진학이 목표인 진진이가 특목고 입학을 위한 특별 캠프 대신 책과 인간, 사물과 인간의 소통의 장소인 ‘꿈꾸는 집’에 초대돼 진정한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 제6회 미해송문학상 수상작(문학과지성사·9000원).
[부산일보] 2010.05.29
■ 공부벌레 진진의 색다른 경험
공부벌레 모범생 진진이 특목고 진학을 위한 특별캠프 대신 엉뚱한 캠프인 ‘꿈꾸는 집’에 초대된다. 꿈꾸는 집에서 마중 나온 ‘이모’라는 이름의 여자는 진진을 책으로 가득 찬 기와집으로 데려간다. 특목고와 서울대가 자신의 꿈이라고만 생각했던 진진은 자유와 생기가 가득한 생활을 하면서 점점 아이다움을 되찾는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만 찾던 진진이 꿈꾸는 집의 책을 ‘진심으로’ 펼치는 순간 그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침내 진진은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꿈을 향해 용기있는 걸음을 내딛는다.
작가는 이모라는 캐릭터와 가상 세계인 ‘꿈꾸는 집’을 통해 어른들의 목표를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사회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면서도 아이들의 삶을 유쾌하게 담아내 건강한 웃음을 준다.
진정한 꿈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야 하고, 꿈을 향하는 길이 즐거우면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다는 뼈 있는 교훈을 주는 책. ‘이모의 꿈꾸는 집’은 어린이책이지만 어른들도 읽어볼 만 하다. 제6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초등 고학년용. 정옥 지음/문학과지성사/227쪽/9천원.
[국제신문] 2010.05.29
■ 공부보다 소중한 잃어버린 꿈 찾아서
이모 집에 온 모범생 진진, 두레박 ‘퐁’·오리 ‘어기’와 친해져
어릴적 손수 만든 그림책 통해 분홍 눈사람 만들며 꿈 되찾아
이모의 꿈꾸는 집 – 정옥 지음/정지윤 그림/문학과지성사/9000원
누구에게나 꿈은 있었고 실제로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 내가 어떤 꿈을 꾸었는지, 그 꿈으로 내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다 잊어버린다. 자타가 인정하는 모범생 진진도 마찬가지였다. 진진은 특목고 진학을 위한 ‘특별한 캠프’라는 엄마의 말에 따라 이 캠프에 참가하게 된다.
진진이는 이 곳에 도착하면서부터 뭔가 공부와는 거리가 먼 이상한 장소에 온 듯한 기분이다. 하루 계획표도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과에 불안해진 진진이 공부거리를 찾자 캠프 운영자격인 이모는 “공부벌레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생겨나는 불안을 먹고 산다”며 진진의 머리속 공부 벌레를 꺼내 잡아준다. 공부하라는 말을 달고 사는 부모라면 얼굴이 화끈해질 장면이다.
게다가 꿈꾸는 집의 모든 것들은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진진을 괴롭게 한다. 이모의 꿈꾸는 집에 등장하는 모든 물건이나 생물은 저만의 이름으로 불리는데 그 말맛이 참으로 좋다. 춤추기를 좋아하는 두레박을 ‘퐁’이라고 부르고, 매일같이 날아오르는 연습을 하는 오리에게 어기적대며 걸어다닌다고 ‘어기’라는 이름을 붙인 데는 절로 웃음이 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진도 그들에게 익숙해지며 잃어버렸던 꿈을 되찾기 시작한다.
이렇게 이모가 속한 세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진진을 이 집으로 불러들인 것은 진진이 어린시절 손수 만든 그림책이다. 그림책은 “이모의 집에 올 수 있는 책들은 읽는 사람의 가슴에 와닿은 책들”이라며 진진이 꿈과 행복을 느껴보라고 권유한다. 그림책을 찾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된 진진은 어릴적 꿈꾸던 분홍 눈사람을 만들면서 자신의 꿈을 되찾는다.
집으로 돌아온 진진은 엄마에게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 꿈꿔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깨달았다며 이전의 자신을 기대하지 말라고 선언한다. 엄마는 날벼락을 맞은 얼굴이지만 진진이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아이가 되었다. 책 속에 언급된 음악과 책들의 목록이 따로 정리돼 있어 독서 연계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문학과지성사가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의 제6회 수상작이기도 하다.
[한겨레] 2010.05.28
■ 묻어둔 꿈을 꺼내주는 곳으로 출발!
‘공부모범생’이 만난 아주 특별한 캠프
자존심 센 책·하늘을 날고 싶은 거위…
서울대 가는게 꿈이라고? 너무 웃겨!
〈이모의 꿈꾸는 집〉
정옥 지음·정지윤 그림/문학과지성사·9000원
이런 캠프가 있다면 가고 싶다. 꿈을 꾸게 해주는 캠프. 잊었던 마음속 꿈을 꺼내주고 꿈꾸는 법을 깨닫게 해주는 캠프.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열세 살 ‘공부 모범생’ 진진이 특목고 대비 특별캠프라며 엄마가 쥐여준 쪽지를 들고 집결 장소인 느티나무 아래로 간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엄마의 쪽지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삐뚤빼뚤 박힌 글씨처럼 느티나무가 은행나무로 변하질 않나, 늦게야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이름이 ‘이모’라는 여자는 “자전거가 피곤하다고 조는 바람에” 조금 늦었단다.
이모의 자전거를 타고 진진이 도착한 산속. 커다란 동백나무와 아담한 우물, 소담스런 장독대가 놓인 집. 문을 열면 세상 여기저기서 온 책으로 온 방이 그득한 이모의 ‘꿈꾸는 집’, 진진의 캠프장이다.
그 집에서 진진은 출렁출렁 춤을 추는 게 즐거운 두레박 ‘퐁’을 만나고, 4분의 2박자로 달랑거리는 꼬리를 지녔지만 4분의 3박자로 달랑거리는 게 꿈인 개 ‘덩치’를 만나며, 하늘을 나는 게 꿈인 거위 ‘어기’와 피아노가 소리를 내지 않아 상심에 잠긴 아이 ‘상수리’를 만난다. 진진이 만난 벗들 중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센 게 책들이다. 학교 독서시험에서 만점을 도맡는 진진에게 책은 제 몸에 박힌 글씨들을 드러내지 않는다. 함께 놀기보다는 공부에 도움이 될 책을 찾는 아이에게 책들은 그저 하얀 백지를 봬줄 뿐이다.
“뭐야! 무슨 이따위 캠프가 다 있어.”
‘꿈꾸는 집’이 제 꿈에 맞는 학습 프로그램을 짜주는 거냐고 묻는 진진에게 이모는 되묻는다. “네 꿈이 뭔데?” 진진이 “일단 특목고에 가야죠. 그다음엔 서울대”라고 답하자 이모는 “너처럼 황당한 꿈을 꾸는 애는 처음”이란다. “꿈이 겨우 학교 가는 거라니, 너무 웃기잖아.”
은 세상의 책들과 우리의 두고 온 꿈들과 함께 노니는 동화다. 책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진심이 아니면 놀아주지 않는다거나, 꿈은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사려 깊은 문장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꿈이라는 것이 이 순간의 모든 즐거움을 미뤄둘 만큼 대단한 것이냐고, 꿈꾸는 동안 즐겁지 않다면 그것이 무슨 꿈이냐고 묻는 이 동화의 성찰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진진을 ‘꿈꾸는 집’으로 부른 주인공의 실체가 드러나고, 마침내 진진은 여섯 살 적 그렸던 그림책 속 분홍눈사람 만들기에 성공한다. 이제 새 꿈을 꾸는 진진은 과거의 진진이 아니다. “이젠 엄마의 진진이 아니거든, 그러니 엄마도 진진의 엄마로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진진에게 엄마는 어떻게 대처할까? 마해송문학상 제6회 수상작. 초등 5학년부터.
[대전일보] 2010.05.28
■ 한줄읽기
△이모의 꿈꾸는 집(정옥 지음·정지윤 그림)=모범생 진진이 특목고 진학을 위한 특별 캠프 대신 엉뚱한 캠프인 ‘꿈꾸는 집’에 초대되어 진정한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활기차고 개성있게 그린 작품이다. 꿈조차 주체적으로 꿈 수 없는, 자신의 꿈보다는 획일화된 부모의 꿈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짓눌린 아이들의 삶을 예리하고도 유쾌하게 담아내어 건강한 웃음을 전해 준다.문학과 지성사, 9000원
[소년한국일보] 2010.05.27
■ [화제의 책] 책의 나라에서 되찾은 꿈
태어날 때부터 입시 경쟁에 놓이는 어린이들에게 어른이 되어 진짜 하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 줄 만한 동화가 나왔다. 제6회 마해송 문학상 수상작인 ‘이모의 꿈꾸는 집’은 엄마에 의해 어릴 적부터 변호사의 꿈이 정해진 소녀 ‘진진’이 우연히 ‘이모’란 이름의 아줌마를 만나 자신의 진짜 꿈에 눈을 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진은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은 절대 보지 않을 정도로 모범생이다. 엄마 말도 잘 듣는 착한 아이라 특목고에 진학해 서울대를 가고 변호사가 돼야 한다는 엄마의 꿈이 곧 자신의 꿈이라 여긴다. 만우절날 아침, 진진은 엄마가 건넨 ‘꿈꾸는 집’ 캠프의 초대장을 받는다. 크레파스로 쓴 삐뚤빼뚤한 글씨로 ‘999번 버스 종점, 느티나무 아래로 오세요.’란 문구를 보고 정확히 5시에 약속 장소로 간 진진은 그곳에서 ‘이모’란 이름의 아줌마를 만난다. 그리고 이모의 자전거를 얻어 타고 도착한 곳은 커다란 동백나무에 우물과 연못까지 있는 기와집이다. 더 놀라운 것은 집 안 풍경이었다. 커다란 벽마다 책이 빈틈 하나 없이 빼곡하게 차 있어 마치 작은 도서관에 온 느낌이었다.
이모는 책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소개하면서 말한다.
“진심일 때만 읽어야 해. 여기 있는 애들은 자존심이 높아서 진심이 아니면 놀아 주지 않는단다. 진심이 아닐 때 책을 펴 봤자, 아무도 안 나올 걸?”
이모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자존심 때문에 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진은 처음엔 책에서 한 글자도 보지 못하지만, 차츰 책과 노는 방법을 알아가게 된다. 하늘을 마음껏 나는 것이 꿈인 거위 ‘어기’, 4분의 3박자로꼬리를 흔드는 게 꿈인 개 ‘덩치’ 등은 이제껏 공부를 위해 읽었던 책에서 만날 수 없던 소중한 친구란 걸 느낀다. 그리고 마침내 진진은 꿈꾸는 집에서 머무는 일주일 동안 책 속의 인물과 동물 등과 친구과 되면서 엄마의 바람과 분신으로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으로 꿈을 꾸는 사람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야기의 중심 공간인 꿈꾸는 집과 그 안에서 만나는 모든 인물은 판타지 소설의 배경과 인물과 같은 느낌을 주지만 장래의 ‘꿈’과 잘 어울려 환상 동화 이상의 현실적 가치를 심어 준다. 이 때문에 독자는 이 동화가 얘기하고자 한 어린이들의 순수하고, 소중한 꿈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책을 통해 그 꿈을 만나는 법도 알려 준다. 조금은 딱딱할 법한 주제이지만 이야기는 시종일관 경쾌하고, 흥미롭다.(문학과지성사 펴냄ㆍ값 9000원)
[연합뉴스] 2010.05.20
■ 특목고 지망생, 진정한 ‘꿈’을 만나다
특목고에 진학해 서울대를 가고 변호사가 돼야 한다는 엄마의 꿈을 자기 꿈인 줄 알고 살아가던 초등학생 ‘진진’이 우연히 ‘꿈꾸는 집’에 들어가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된다. 제6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인 ‘이모의 꿈꾸는 집’은 청소년들이 부모의 기대 속에 입시 공부에만 매몰된 세태를 꼬집으면서 청소년들이 마땅히 꾸어야 할 꿈의 세계를 판타지 소설로 펼쳐 놓았다. 마해송문학상은 아동문학가 마해송(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한국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고자 문학과지성사가 2004년 제정한 상이다.
모범생인 진진은 만우절 아침 엄마에게서 ‘특목고 입학에 도움이 되는 아주 특별한 캠프’라는 말을 듣고 ‘꿈꾸는 집’ 캠프를 찾아가게 된다. 진진을 마중나온 사람은 ‘이모’라는 이름의 여자. 이모를 따라 도착한 곳은 커다란 동백나무에 우물과 연못까지 있는 운치 있는 기와집이다. 그 안에는 도서관을 방불할 만큼 많은 책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모는 책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소개하면서 말한다. “진심일 때만 읽어야 해. 여기 있는 애들은 자존심이 높아서 진심이 아니면 놀아주지 않는단다. 진심이 아닐 때 책을 펴 봤자, 아무도 안 나올걸?”
위인전이나 역사책, 과학책이 전부인 줄 알았던 진진은 처음엔 그곳의 책에서 한 글자도 보지 못하지만 책들과 노는 방법을 배우면서 차차 책들과 친해지게 된다. 진진은 그곳에서 책과 사물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꿈을 꾸는 사람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소설은 ‘꿈꾸는 집’이라는 환상적인 공간을 섬세하게 그려냈으며 밝고 경쾌한 문체는 소설에 쉽게 몰입하게 한다. ‘꿈꾸는 집’에 소장된 책으로 ‘몽실언니’ ‘빨강머리 앤’ ‘연어’ ‘소피의 세계’ 등 양서들과 ‘퀸’과 ‘비틀즈’ 등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기도 한다.
정옥 지음, 정지윤 그림. 227쪽. 9천원.
[소년조선일보] 2010.05.25
■ 한 줄 읽기
▨이모의 꿈꾸는 집|정옥 글|정지윤 그림|고학년
엄마 말씀 잘 듣는 공부벌레 ‘진진’. 어느 날 특목고 진학을 위한 특별 캠프 대신 엉뚱한 캠프인 ‘꿈꾸는 집’에 초대된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이모’라는 이름의 여자를 따라 ‘꿈꾸는 집’에 도착한 진진은 자유와 생기가 넘치는 생활을 통해 진정한 꿈을 찾는다. 제6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으로, 아이들의 짓눌린 삶을 예리하고 유쾌하게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문학과지성사, 9000원
[한국일보] 2010.05.21
■ 새 책
▦이모의 꿈꾸는 집 정옥 글ㆍ정지윤 그림. 공부벌레였던 소녀가 동물, 책과 소통하는 환상적인 캠프에 참가한 뒤 자신만의 꿈을 갖게 된다. 마해송문학상 수상 동화. 문학과지성사ㆍ227쪽ㆍ9,000원.
책에 얽매여, 정확히 말하면 엄마에 얽매여 살던 진진은 엄마가, 보낸 ‘특목고 입학에 도움이 되는 캠프를 하는 꿈꾸는 집’ 에서 일주일을 보내기로 한다.
그런데 그 캠프는 이름에 성이 없는 ‘이모’라는 여자와 말하는 동물들인 개 덩치, 거위 어기, 말하고 춤 추는 두레박 퐁, 말하는 제비초리와 수다쟁이 책들밖에 없다.
하지만 진진은 그 캠프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책을 진심으로 읽지 않으면 책의 내용을 읽을 수 없다는 것과
검은 그림자를 가진 사람은 자기 속을 숨기기 때문에 그림자가 자기 기분대로 색깔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 등……
아무튼 판타지와 만화책은 유치하다고만 생각했던 진진은 바뀌게 되고, 자신을 부른 어릴 적 자신이 직접 만들었던 분홍 눈사람 이야기 책도 기억나게 된다.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상수리라는 남자 아이도 도와주고, 책도 진심으로 읽게 된 진진.
나는 진진이 자신의 특목고, 서울대에 간다는 계획적인 꿈을 버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11.9.9. 이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