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

최시한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0년 2월 19일 | ISBN 9788932020372

사양 신국판 152x225mm · 257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소설을 소설답게 읽고 즐기는 법

―우리는 이야기문학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 책 소개

 

이야기문학, 특히 소설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교과서에 자주 실리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해석의 실제를 보여주는 책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이야기의 이론과 해석』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오랫동안 대학에서 문학과 문학교육에 대해 가르쳐온 최시한 교수(숙명여대)가 “소설을 소설답게 읽고 즐기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지은” 책이다. “무엇보다 소설에 관한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소설 자체를 합리적으로 체험함으로써 사고력과 감성적 능력을 기르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한편, 교과서에 자주 실리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삼아 이야기문학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

저자는 그간 소설교육에 관해 다룬 명작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에 수록)을 발표하고, 이후 청소년을 위한 독해력 학습서 『고치고 더한 수필로 배우는 글읽기』, 주입식 문학교육을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 『소설의 해석과 교육』을 집필하는 등 문학교육의 현장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학구파 산증인’이다. 특히 ‘교과서 문학’ 교육의 잘잘못을 짚어내고 소설을 해석하는 데 있어 보다 깊이 있는 방법론들을 제시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출간한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 역시 전작인 『소설의 해석과 교육』을 보다 구체화하면서도 ‘이야기문학으로서의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가장 적합한 작품들을 실례로 하여 적시하고 있다.

본래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전국국어교사모임’이 펴내는 잡지 『함께 여는 국어교육』에 2005년부터 2007년까지 8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것들이다. 그 후 저자는 2년여에 걸쳐 몇몇 용어와 방법론을 다듬고, 몇 장의 글을 추가하고, 이론적 모색을 덧붙여 이번에 단행본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용어 하나, 표현 하나, 그리고 구분법과 제시된 표들에 이르기까지,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보면 저자의 소설에 대한, 그리고 소설 교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교육 자료로서 잘못 제시된 작품들을 분석하며 소설 읽기 방법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라든지 각 작품의 판본 및 서지사항까지 제시하며 잘잘못을 짚어내는 꼼꼼함은 저자의 탁월한 교육자적 면모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 분석 방법론을 바로잡고 있는 작품들, 그리고 판본의 오류들에 대해 적시하고 있는 작품과 그 내용들 중에서 대표적인 것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

‘신뢰할 수 없는 서술자’를 내세운 경우로서, 시점이나 초점화를 교육하는 데 적절한 작품이라 보기 어렵다. 소설에서 주인공인 ‘옥희’의 어머니는 사랑손님과의 재혼을 포기하는데, 어린아이(옥희)의 시선으로 처리된 서술은 ‘젊은 여인의 재혼 포기’를 억압적인 상황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고 ‘순수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작가한테 ‘자연화’되어 있는 남성중심주의가 서술자 설정과 초점화 방식의 선택에 작용하고 있고, 그것이 작품에 금이 가게 하였다. 이 작품에서 ‘순수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은 독자들은 서술자와 서술 대상을 혼동하고, 이 작품에 깔려 있는 남성중심주의를 당연시하는 잘못에 빠질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은 오늘날 교육 자료로서, 특히 서술방식에 관한 교육 자료로서 부적합하다.

국어 교과서 『중학교 국어 2-1』(교육인적자원부, 2002)에는 전문이 수록되어 있는데, 원문에 충실하지 않거나 그것을 변조한 데가 많음. 우선 장(章) 번호가 모두 빠짐. “우리 사랑” → “윗사랑”, “상(床) 심부름” → “잔심부름”, “구슬프고 고즈넉한 곡조” → “구슬픈 곡조” 등으로 바뀜. 일부가 빠져서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한 곳도 세 곳이나 됨(229쪽의 “예배당에?” 다음의 두 줄, 232쪽의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글쎄” 사이의 네 줄, 242쪽의 “두 팔을 쫙쫙 벌리었습니다” 다음의 한 줄).

 

이범선의 「오발탄」

국어 교과서 『중학교 국어 3-1』(교육인적자원부, 2003)에 일부가 수록되어 있는데, 처음 발표된 것을 대상으로 삼은 듯하고, “약속한 선”을 “약속한 것”으로, “잘라 낼 여유”를 “갈라 낼 여유”로 잘못 적고 있음.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이 작품은 본래 연작소설집 『원미동 사람들』에 수록된 「일용할 양식」인데, 소설 내용에 부합하는 그 제목을 교과서에 실으면서 구태여 바꾼 데서부터 문제점이 엿보인다. 이 작품은 1980년대 도시 서민들의 삶을 잘 그리고 있기는 하나, 그 갈등이 과연 교육적으로 얼마나 적절한지 의문이다. 소설은 어떤 현실을 그려 보여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매개로 자신과 주변 환경을 반성적으로 인식하고 깨닫게 한다. 그런데 청소년이 이 작품에서 인식하게 되는 것은 한국사회의 야박함,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성, 약자(弱者)의 설움 등 매우 부정적인 것이 많다. 대립하는 양편 모두가 못 가진 계층의 ‘일용할 양식’ 문제에 매여 있고, 그래서 서로 싸움은 하지만 양편 모두 불쌍하고 참혹한데, 이 갈등에 대해 청소년은 비판적ㆍ창의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그저 현실의 냉혹함에 질려버리고 말기 쉬운 것이다.

국어 교과서 『중학교 국어 3-1』(교육인적자원부, 2003)에 수록하면서 이 작품의 제목을 전체 연작의 제목으로 바꾸어 혼란이 일어남. 교과서 수록분에서는 여러 곳의 표현이 표준어로 바뀌고, 싱싱청과물 사내와 김반장이 상스런 말을 뱉으며 싸우는 대목 두 곳의 여러 문장이 삭제됨. “어느 쪽으로 가나 한 쪽의” 다음에 “눈총이”가 누락되고, 아이 이름 “시내”를 잘못 표기하여(“네 살짜리 사내 하나”) 문맥이 통하지 않는 오류가 있음.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과장하여, 불합리한 태도로 서술하고 있으며, 또한 부정적인 면이 있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현재’의 현실을 적절하게 재현하고 비판했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의 ‘어린 나’는 어린아이이기에 실력에 맞는 대접을 받거나 누구를 이기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데, ‘어른 나’는 어른인데도 여전히 그것을 중요시한다. 이는 새 담임에 의해 자율과 용기를 배웠다는 인물답지 못한 행동이다. 이런 맥락에서, ‘어른 나’가 삶에 패배한 처지에서 새 담임을 그리워하지 않고 엄석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이 작품에서 새 담임에 의한 개혁이 오직 거듭된 매질, 즉 또 하나의 폭력에 의해 이루어진 모순적ㆍ피동적인 것일 뿐이며, 역시 자유나 정의라는 가치는 ‘나’라는 인물에 의해 적극 추구되거나, 이 작품에서 절대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그려져’ 있지 않다고 해석하게 한다. 나아가 이 작품이 개혁이나 우상 파괴에 관한 상승적 이야기라기보다, 개혁 실패와 그것을 조장하는 사회 환경을 “비관”하는 하강적 이야기라고 보게 한다. ‘나’ 중심으로 보면 성장한다기보다 퇴보하는 이야기로 보게 하는 것이다.

 

 

윤흥길의 「장마」

이 작품의 총 6장 중 마지막 장이 국어 교과서 『고등학교 국어(상)』(교육인적자원부, 2002)에 수록되었는데, 원본과 달리 단락을 많이 나누고, “양쪽 팔”을 “한쪽 팔”로 잘못 적었으며, 하나의 독립된 절인 마지막 문장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를 그냥 이어서 적었음.

 

 

주지하는 바와 같이 “소설은 문화산업 시대가 요구하는 스토리의 보고일 뿐 아니라 매우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것을 읽는 일은 체험을 풍부하게 하는 일이요, 값진 내면적 능력을 기르는 활동이다.” 우리가 소설을 읽고, 또한 문학교육을 지속적으로 행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일 터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답습하다시피 가르치고 배운 소설은 “소설을 소설답게 읽고 즐기는” 법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다. 적절하지 않은 항목에 욱여넣듯이 예시로 든 작품이라든가, 적절하지 않은 주제를 강요하다시피 암기시킨 예들은 이런 사실을 증명한다. 이야기(서사)의 시대라고 하는 지금, 그리고 한국의 문학교육 현실에 있어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출간은 의미하는 바 크다. “부디 이 책이 이야기 이론에 보탬이 되고, 소설교육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하며, 자신의 말과 정신으로 인생을 더 깊이 체험하고 세련시키는 일에 대한 관심을 북돋우”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 「머리말」 중에서

 

바야흐로 ‘이야기(서사)의 시대’라고 한다. 전자 매체의 발달로 이른바 문화산업이 융성하면서 자주 듣게 된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이기에, 인간의 시대는 항상 이야기의 시대였다. 원시인들도 동굴 안에서 입담 좋은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밤늦도록 울고 웃었다.

소설은 문자언어를 매체로 삼는, 매우 발달된 형태의 이야기이다. 현대가 이야기의 시대라면 이 언어예술은 큰 대접을 받을 것 같은데, 오히려 매체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영화한테 왕좌를 빼앗겨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소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까? 세력은 꺾여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말은 가장 편리하고 정교한 삶의 도구일 뿐 아니라, 말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곧 우리 삶의 핵심을 이룬다. 소설을 쓰고 읽는 행위는 고도로 긴장된 삶을 사는 행위이다. 한 편의 소설이 전개되는 과정, 또 그것을 읽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고 재미있는 체험이요, 진지하게 사는 삶 자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말이 존재하는 한, 형식은 달라질지 몰라도, 말의 예술은 존재할 것이요 그 가치를 잃지 않을 터이다.

소설은 다른 이야기 갈래에 비해 인간의 내면을 깊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온갖 사물과 영향을 주고받는 그 내면의 움직임을 독자 스스로, 정신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시각·청각을 사로잡는 영화나 연극에 비해 감각적 강렬함은 떨어져도, 소설은 내면적 강렬함을 불러일으키고 독자 자신의 삶을 쇄신시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는 소설을 읽다가 자기도 모르게 멈추고, 한참 동안 사색에 빠지는 독자의 모습을 상상하면 얼른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소설은 문화산업 시대가 요구하는 스토리의 보고일 뿐 아니라 매우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소설을 읽는 일은 체험을 풍부하게 하는 일이요, 값진 내면적 능력을 기르는 활동이다.

 

오늘의 한국에서 소설은 그 정체와 가치가 적절히 인식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소설‘에 관한’ 조각 정보를 암기하는 데 몰두하는 문학교육 탓도 있지만, 전통적인 이야기, 특히 고소설과 연의류(演義類)를 바탕으로 형성된 효용론적 소설관에 매인 데 원인이 있다. 게다가 근대소설이 일제강점기에 자리 잡다 보니 왜곡도 일어났다. 그래서 한국의 소설계는 비교적 단조롭고 딱딱하며, 대중소설과 외국소설들이 그 빈자리에 왕성하게 기생하고 있다.

이 책은, 소설을 소설답게 읽고 즐기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지은 것이다. 무엇보다 소설에 관한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소설 자체를 합리적으로 체험함으로써 사고력과 감성적 능력을 기르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였다.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는 인간과 환경, 현실과 상상, 이미지와 이념 등이 얽힌 수풀 속에서 멀리 깜박이는 불빛을 향해 나아간다. 지금 한국에서 이 여행 혹은 탐색을 도우려면, 작품 해석의 방법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중등학교 문학교육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 책이 교과서에 자주 실리는 작품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읽기의 실제 모습을 보인 것은 그 때문이다. (5~7쪽)

목차

머리말

 

1. 소설, 소설 읽기

2. 서술상황과 초점화

3. 사건(1)

4. 사건(2)

5. 플롯

6. 시간

7. 공간

8. 인물

9. 인물형상화

 

* 참고서적

* 주요 대상 작품 목록

* 찾아보기

 

작가 소개

최시한 지음

소설집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간사지 이야기』와 문학교육서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 『수필로 배우는 글읽기』 『소설의 해석과 교육』 등을 펴냈다. 스토리텔링에 관하여 『스토리텔링, 어떻게 할 것인가』를 펴내고, 논문 「이야기 콘텐츠의 창작과 전용」 「다중매체 시대의 이야기 교육―지역 역사문화 이야기 창작을 예로」를 발표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특임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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