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다리 / 두만강

최인훈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9년 10월 28일 | ISBN 9788932019215

사양 신국판 152x225mm · 352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철저하게 지적이고 예술적인 언어의 실험으로 빛나는
새로운 글쓰기의 전범!

최인훈의 소설과 희곡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글은, ‘문학 혹은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이방인, 피난민이 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자각 혹은 작가적 운명에 지극히 충실한 작품들이다. 그 작품들은 최인훈 자신이 쓸 수 있고 또 써야만 하는 문학적 주제에 탐닉하게 된 계기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려낼 뿐만 아니라, 그가 평생에 걸쳐 탐문한 추억과 현실에 기반을 둔 ‘관념적 재현체’의 실재들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최인훈은 그의 초기작들에 해당하는 『광장』(1960) 『회색인』(1964) 『서유기』(1966) 등에서 도저한 ‘관념’으로 그 문학적 글쓰기의 과정을 수행했고 훌륭하게 상징화된 리얼리티의 세계를 선보인다. 이어지는 『총독의 소리』(1967) 연작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71)에서는 ‘패러디’의 기법을 도입하여 다른 텍스트와의 적극적인 길항 속에 개인의 관념이 갇힐 수 있는 주관성의 세계를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하늘의 다리」(1970)와 「두만강」(1970)은 앞서 시도된 관념과 패러디 형식의 특징을 끌어안으면서도 주체의 내­외부를 분석하는 발판으로 ‘환상’이라는 기법을 새롭게 도입하고 있다.

지적으로 추상화되고 우화적으로 관념화된 이 땅 위의 이방인들,
그 소외된 관찰자들이 그려내는
추억과 현실이 길항하는 환상의 세계

「하늘의 다리」(1970)는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삼십대 중반의 월남민 출신 화가 김준구가 고향에서의 학창 시절 은사였던 한동순 선생의 부탁으로 그의 딸 성희를 찾는 이야기를 기본 줄기로 삼고 있는데, 소설은 그 줄기 사이사이에 김준구의 관념과 하늘에 떠 있는 여자 다리의 환각, 그리고 그의 짝패인 소설가 한명기와의 대화가 수시로 틈입하며 전개된다. 작품 전반에 걸쳐 같은 형태의 문장들이 반복되어 서술되는 가운데 함께 출현하는 하늘에 떠 있는 여자의 다리라는 환각은 다름 아닌 김준구 자신의 내면에서 발생한 낯설고도 낯익은 현상이다. 여기에서 최인훈이 의도하는 바는 생성된 환상의 유희가 아니라, 환상을 바라보는 화자의 의식 속에서 그러한 환상이 발생하게 된 현실적 근거를 탐색하고자 함이다. 이미지의 치환과 중첩을 통해 빈번하게 등장하는 환각 그리고 인간 의식의 불투명성에 대한 비유와 언급은, 상징화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회의와 그러한 상징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내밀한 욕망이 불러낸 결과에 해당한다.

「하늘의 다리」가 기억과 의식 사이의 복잡한 치환과 압축의 고리, 그리고 그 고리에서 일탈된 낯선 환각을 보여준다면, 작가 최인훈의 실제적인 처녀작에 해당하는 「두만강」(1970)은 작가의 읽어버린 고향 회령을 무대로 한 일제 말기의 ‘일상 속에 주저앉은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현실 부정의 의지와 더불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민감한 존재들, 그들 스스로 난민들이고 이방인들, 경계인들이라는 소외 의식 속에 사회의 주변인으로 전락하는 군상이 등장한다.

이렇듯 소설 「하늘의 다리」와 「두만강」을 통해 우리는 환각과 현실을 한 작품 속에서 동시에 제시하고 그 상호 관련의 폭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최인훈 소설의 고유한 구도를 재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사적인 기억 혹은 트라우마가 객관화 ․ 보편화되어 현실에 대한 문학적 인식으로 성립되어나가는 극적 파노라마와 만나게 된다. 이는 곧 자유 연상 기법 그리고 이미지들의 무한 반복과 변이 속에서 (문학) 언어에 대한 반성은 물론이요, 본질에 해당하는 이 세계와 언어의 상징으로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가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찰나를 쉼 없이 모색하는 최인훈 문학의 본령이라 하겠다.

살아 있는 지식인의 표상이자, 삶과 소설이 쉽게 분리되지 않는 운명을 지닌 작가의 상에 가장 적확한 최인훈. 그의 문학적 진면모를 오늘에 되살려 독자들이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학과지성사는 2008년 11월부터 새로운 판형, 정교한 편집으로 독자들에게 ‘최인훈 전집’을 새로이 선보이고 있다. ‘최인훈 전집’ 7권으로 펴내는 『하늘의 다리/ 두만강』 역시 최인훈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과 예술적 깊이를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텍스트로써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다.

***

최인훈의 처녀작 「두만강」은 작가의 잃어버린 고향 회령을 무대로 한 일제 말기의 ‘일상 속에 주저앉은 비극’을, 중편 「하늘의 다리」는 ‘따라지’로 월남한 지식인 예술가의 ‘환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그리고 있다. 따라서 소년기와 성숙기의 두 작가적 체험이 상상적 공간으로 옮겨진 이 두 소설은 전환기의 정신적 ․ 풍속적 한계 의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 바로 이 한계 의식이야말로 예술과 현실의 배반을 지양하려는 작가의 꿈일 것이다. 천이두(문학평론가)

「하늘의 다리」와 「두만강」은 피난민 의식을 지속적으로 탈주관화, 객관화하는 과정의 한 국면을 보여준다. 최인훈은 문학 혹은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이방인, 피난민이 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자각적이었고 그것을 작품을 통해, 삶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문학 작품을 쓴 것이라기보다 문학을 살았다. 손정수(문학평론가)

[표지 그림] 서용선, 돈암동 건널목, 200×339cm, acrylic on canvas
[작가 컷] 이제하

작가 소개

최인훈 지음

1934년 4월 13일 함북 회령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법대에서 수학했다(2017년 명예졸업). 1959년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이 『자유문학』에 추천되어 등단했다. 1977년부터 2001년 5월까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품 집필과 후진 양성에 힘써왔다. 『광장/구운몽』 『회색인』 『서유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 『하늘의 다리/두만강』 『우상의 집』 『총독의 소리』 『화두』 등의 소설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길에 관한 명상』 등을 출간했다. 동인문학상(1966),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1977), 중앙문화대상 예술 부문 장려상(1978), 서울극평가그룹상(1979), 이산문학상(1994), 박경리문학상(2011) 등을 수상했다. 『광장』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으로, 『회색인』이 영어로,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가 영어와 러시아어 등으로 번역, 간행되었다. 2018년 7월 23일 별세했다. 사후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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