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상상할 수 없는 세계다. 그러나 우리가 기다리던 세계다.”
동생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떠난 기묘한 여행,
아름다운 거짓과 잔인한 진실이 드러난다!
■ 무한한 상상력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그려낸 장대한 판타지
2007년 『플로라의 비밀』(2007년 문예진흥기금 수혜작)로 국내 아동문학계에 새로운 판타지의 문을 연 오진원의 새로운 판타지가 출간됐다. 새로운 공간과 인물을 창조해 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오진원은 이번 작품 『꼰끌라베』(2006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작)에서도 가상의 세계를 놀랍도록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이 가상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잃어버린 기억을 밀도 있게 다루어, 그 기억들을 찾아 떠난 (우리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정말 존재함직한 세계로 뚜렷하게 묘사하고 있다.
뚜렷한 주제와 다채롭고 개성적인 소재, 탄탄한 구성을 갖춘 이야기 안에는 온갖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포진해 있다. 복잡다단한 인물과 배경을, 날실과 씨실을 엮듯 탄탄하고 안정감 있게 그려 나가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곳곳에 은유와 상징을 숨겨 놓았다. 또한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 안에는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미의 발견과 성장의 메시지도 잘 부각되어 있다.
■ 꼰끌라베, 무수한 기억들로 이루어진 세계
주인공 리디아는 자신이 세상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떠난 아빠, 자식들을 삼촌에게 맡긴 채 돌아오지 않는 엄마, 하녀만도 못한 취급을 하며 이들 남매를 학대하는 숙모. 리디아에게는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힘겹고 고통스럽다. 그 아이를 삶에 붙들어 매 주는 유일한 힘은 기억을 잃어버린 온전하지 못한 정신으로 사는 동생 다니엘을 돌보아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동생이 짐처럼 느껴질 때도 많지만 동생이 있기 때문에 그 모진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삼촌 집의 꼭대기 층에 거의 갇혀 있다시피 한 친할아버지 루치펠에게서 ‘꼰끌라베’로 가면 다니엘의 기억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리디아는 동생과 함께 그곳을 향해 미지의 길로 뛰어든다. 꼰끌라베는 인간이 잃어버린 기억을 저장해 두는 영묘한 세계다.
“이곳은 기억의 세계야. 무수한 기억들로 만들어진 세계지. 우주에 떠돌아다니는 기억들을 재창조해서 만든 세계라고 생각하면 돼. 내 말이 어려워? 잘 들어 봐 아가씨. 예를 들어 아가씨가 어렸을 때 정말 좋아한 꽃이 있다고 쳐. 크면서 아가씨가 그 꽃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면, 버려진 기억은 기억의 세계로 와서 새로운 기억으로 재창조 돼. 버려진 기억은 이 세계에서 꽃이 되기도 하고 바람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나무가 되기도 해. 아가씨가 바라보고 있는 저 나무들도 누군가의 버려진 기억이야. 이 세계에서 사는 법을 터득하게 된 기억들은 두 번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해. 하지만 꼰끌라베에 숨겨진 기억들은 달라.” _본문 140쪽에서
그리하여 꼰끌라베를 향해 가는 장대한 판타지가 펼쳐진다. 이들의 여정은 수수께끼와 위험으로 가득 차 있고, 이들이 만나는 존재들은 신비롭고, 불가사의하다. 열 개의 문을 통과해야만 갈 수 있는 꼰끌라베,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열 명의 문지기들이 각기 지닌 열 개의 열쇠를 찾아야만 한다. 이 험난한 여정을 통해 리디아는 문지기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 주며 그들을 어둠에서 빛으로 인도한다. 하지만 열 개의 문을 지나 마침내 꼰끌라베에서 찾아낸 다니엘의 잃어버린 기억은, 충격적이고 고통스럽다.
■ 진실-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성장하고, 치유하는 힘
여러 번 목숨을 잃을 위기를 넘기고 도착한 목적지에서 기다리고 있던 무서운 진실. 리디아가 그토록 사랑한 동생 다니엘. 그 아이가 기억을 잃을 정도로 잔인하게 대했던 오래전 기억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면서 겪는 혼란과 아픔은 전율할 만한 감동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러나 길고 험한 여정 동안 충분히 강해진 리디아는 그 진실을 받아들이고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그것은 동생의 기억을 찾아 주는 대신 동생에 대한 기억을 두고 와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것을 내준 뒤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리디아.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만큼 사랑한 동생에 대한 기억을 모두 떨어 버린 채 살아가야 하는 리디아의 삶을 작가는 독자들에게 맡겨 둔다.
“다니엘이 말없이 누나를 바라보았다. 리디아는 아이의 눈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그들의 얼굴 위로 눈부신 햇빛이 쏟아져 내렸을 때, 리디아는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 왔음을.” _본문 493쪽에서
『꼰끌라베』는 흥미진진한 판타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것은 주인공 리디아가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면서 겪는 내면의 성장을 통해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상처뿐만 아니라 꼰끌라베로 가는 여정 중에 만났던 문지기들의 상처도 치유한다는 것이다. 의심과 미움, 소외감과 절망감, 죄책감과 정죄 등으로 가슴 깊이 상처 입었던 그들을 빛으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극적인 이야기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어우러진 장대한 판타지를 통해 상처의 치유와 성장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된다.
[국민일보] 2009.10.16
■ 책꽂이
꼰끌라베
판타지소설. 동생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아름다운 거짓과 잔인한 진실이 드러난다. 꼰끌라베는 잃어버린 기억을 저장해 두는 영묘한 세계를 말한다.
[독서신문] 2009.10.27
■ 꼰끌라베
세상을 떠난 아빠와 집을 나간 엄마 때문에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동생 다니엘을 돌봐야하는 리디아는 힘들 때도 있지만 동생이 있어 견딜 수 있다. 어느 날, 친할아버지 루치펠에게 ‘꼰끌라베’로 가면 다니엘의 기억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리디아는 동생과 함께 미지의 길을 찾아 길을 나서게 되는데…. 꼰끌라베는 인간이 잃어버린 기억을 저장해 두는 영묘한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