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아이들 100호 기념 단편집
일곱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한 이야기
자신의 모습을 찾아 나선 아이들의 비밀스런 하루하루가 힘 있게 펼쳐진다!
문학과지성사의 어린이 책 ‘문지아이들’이 시리즈 100호째를 기념하는 단편집을 출간했다. 국내외의 문학성 높은 ‘어린이문학’을 소개하고자 했던 문지아이들은 1999년 로베르토 피우미니의 『할아버지와 마티아』, 영미 동시 모음집 『동생의 비밀』, 다니엘 페나크의 『까보 까보슈』 등을 선보이며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로 수지 모건스턴의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등의 화제작 등을 출간하며 열린 교육과 교육자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며 아동문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 바람은 국내 아동문학 작가의 발굴로 이어져 2004년 ‘마해송문학상’을 제정하여 의미 있는 작품들을 출간해 오고 있다. 100호를 기념하여 내놓은 『천둥 치던 날』은 마해송문학상을 인연으로 모인 작가들 일곱 명의 단편을 모아 엮은 단편집이다.
■ 기획의 말
마해송의 「바위나리와 아기별」로 우리 창작동화가 첫발을 뗀 이후 팔십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바위나리와 아기별」은 꽃과 별 사이의 애잔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지만, 식민지 시대의 아픔이나 아이들의 억눌린 삶에 대한 안타까움도 읽어 낼 수 있는 함의 풍부한 이야기였다. 이후 유쾌한 유머로, 예리한 풍자로, 꼼꼼한 관찰로 동화의 지경을 넓혀 간 마해송의 작품들은, 우리 동화 문학이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를 가리켜 주는 좌표 같은 자리에 놓인다. 그리고 마해송 문학은, 그 좌표를 읽을 때 갖추어야 할 도구로서 부당한 힘에 억눌린 작고 약한 것들을 보는 연민 어린 눈, 그들에게서 나오는 가녀린 소리를 향해 열어 놓는 귀를 제시한다.
‘마해송문학상’을 제정해서 새로운 작가,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기에 힘써 온 문지아이들이, 백 번째 책으로 마해송문학상으로 인연을 맺은 작가들의 작품집을 내놓는다. 우리는 이들의 눈과 귀가 무엇을 보고 무슨 소리를 듣는지를 확인하고, 그럼으로써 마해송의 첫발 이후 길지 않으나 험한 길을 꾸준히 걸어온 우리 동화가 가고 있는 길 한 부분을 점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문지아이들이 여기까지 오도록 힘을 보태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조심스레 이 책을 길 위에 올린다.
기획위원
김서정, 최윤정, 황선미
■ 일곱 개의 상자에 담긴, 깊고도 빛나는 아이들의 이야기
『천둥 치던 날』에는 일곱 명의 작가가 바라본,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제각기 다른 소재와 주제, 문체와 시각으로 개성을 드러내는 이야기 안에는 가볍고 경쾌하게 아이들의 일상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어둡고 불안한 아이의 환상이 읽는 이의 마음을 묵직하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다. 심각한 가정 폭력 문제가 어린 화자의 천진한 화법을 따라 제기되기도 하고, 남자와 여자의 성 역할을 구분 짓는 일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이들의 현실이다.
우리는 일곱 편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물리적인 삶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삶을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아이들은 변화무쌍한 존재들이다. 외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이들의 내면에 흐르는 정서를 세밀하게 들여다봄과 동시에 밖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대해 깊고 예리한 눈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작가들은 각기 다른 상황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등단 이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곱 작가들은 아이들이 직면해 있는 (자칫하면 어른들의 눈에는 가벼워 보일 수 있는) 현실을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묵직하게, 때로는 환상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나가며 문제를 제기하고 그 답을 독자들에게 던져 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듯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작가들이 들려주는 메시지는 한결같다. 작지만 놓쳐서는 안 될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아이들의 세계로 한 발짝 다정한 걸음을 내디디게 될 것이다.
■ 내용 소개
•「앙큼한 일곱 살」-김려령
가정 폭력에 노출된 일곱 살 현지가 바라보는 엄마 아빠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이의 천진한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진다. 현지의 눈에 들어온 폭력의 모습은 엄마의 커다란 흰색 선글라스와 엄마가 자신의 모습을 찍는 카메라로 다가온다. 아빠의 폭력이 불러온 암울한 현실을 어린 현지가 일곱 살 눈높이에 맞춰 받아들이는 모습은 제목처럼 앙큼하게 읽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읽는 이를 애잔하게 만든다. 짐을 싸서 쉼터로 향하는 엄마와 딸의 뒷모습이 가벼워 보이지만은 않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토요일과 일요일」-김양미
어느 주말, 할아버지 댁에 다녀온 날 윤주와 진욱이네 집에 도둑이 들었다. 다행히 도둑은 엄마의 결혼반지만 가져갔지만 이 일로 가족 안에 자리 잡고 있던 모순이 낱낱이 드러난게 된다. 하지만 이 소동은 가족이면서도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모습을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며 책망 혹은 원망이 따스한 흥겨움으로 바뀐다. 불청객이었던 도둑으로 인해 한층 단단한 결속력을 갖게 된 가족의 모습은 흐뭇한 웃음을 자아낸다.
•「천둥 치던 날」-배미주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챙겨야 하는 유나는 친구에게 생일 초대를 받던 날, 자기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동생 유일이가 너무 귀찮게 느껴진다. 동생을 떼어놓을 심산으로 숨바꼭질을 하다가 정말 동생을 잃어버리고 만다. 동생을 찾는 과정에서 느끼는 작은 불안,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이 아이들에겐 흐린 날의 무서운 천둥소리처럼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보여 준다.
•「클릭! 뚱보 스킬」-오채
청일점으로 교내 스킬 대회에 참가한 동민이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남자가 운동보다 스킬을 좋아한다는 것에 선생님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보여 주겠다던 동민이는 선생님이 스킬부 반장의 마무리를 도와주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소심했던 동민이가 용기를 내어 원칙을 지키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과정이 경쾌하게 그려진다.
•「바나나우유 형」-유영소
거의 매일 피시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주완이는 늘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고학년 형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마음속 우상으로 자리 잡은 형이 어느 날 친절을 베풀며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지만 주완이는 그래도 형이 좋기만 하다. 주완이에게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던 형과 그런 형이 마냥 좋기만 했던 주완이.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쏟아내는 자신만의 이야기에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건 비밀이야, 비밀」-이성숙
뚱뚱하고 공부도 못해서 늘 놀림을 받던 여자 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바비 인형에게 투영시켜 이야기를 풀어낸다. 상상 속의 뚱보 바비는 당돌한 토끼의 도움을 받아 갖은 놀림과 무시를 이겨내고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자신을 괴롭히는 삶의 조건을 넘어설 수 있는 환상 속의 에피소드가 웃음을 터뜨리며 그 웃음 속에 감춰진 아이의 억눌린 내면을 오히려 밝게 비춰 준다.
•「두근두근, 장똥구」-이송현
자신을 진짜 사나이라고 생각하는 열 살짜리 장동구가 미술 학원 선생님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벌이는 갖가지 해프닝이 좌충우돌 펼쳐진다. 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욕망과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안간힘, 그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동구의 모습이 웃음을 터뜨리지만 성숙으로 향하는 아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문화일보] 2010.03.09
■ ‘문지아이들’ 100호 기념호 단편집 ‘천둥 치던 날’ 출간
국내외 어린이 문학시리즈인 ‘문지 아이들’이 100호를 맞았다. 이를 기념해 기념 단편집 ‘천둥치던 날’(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됐다.
‘문지 아이들’은 1999년 로베르토 피우미니의 ‘할아버지와 마티아’, 영미 동시 모음집 ‘동생의 비밀’, 다니엘 페나크의 ‘까보 까보슈’ 등을 선보이며 시작됐다. 이후 수지 모건스턴의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등 화제작을 출간해왔다. 이번 100호 기념 단편집은 지난 2004년 제정돼 문학과지성사가 주관하고 있는 ‘마해송 문학상’ 수상자와 이 상과 인연이 있는 작가 등 동화작가 7명의 단편 7편을 묶은 것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고민과 상처를 포함해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 있다.
김려령씨의 ‘앙큼한 일곱 살’은 가정 폭력을 다룬 작품으로 일곱 살의 현지가 아빠의 폭력이 불러온 암울한 현실을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받아들이는 모습을 애잔하게 풀어냈다. 또 오채씨의 ‘클릭 뚱보 스킬’은 운동보다 스킬자수를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통념의 비웃음 속에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이성숙씨의 ‘이건 비밀이야, 비밀’은 뚱뚱하고 공부도 못해 늘 놀림을 받다가 자신의 모습을 바비인형에 투영시킨 여자아이 이야기를 통해 요즘 아이들의 새로운 고민들을 드러낸다.
한편 김양미씨의 ‘토요일과 일요일’은 집안에 도둑이 들면서 벌어진 소동을 통해 가족들이 서로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렸고, 배미주씨의 ‘천둥치던 날’은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챙겨야 하는 일이 힘겹고 귀찮기만 했던 유나가 동생을 진짜 잃어버리면서 벌어지는 불안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일러스트레이터 정문주씨가 일관성이 있으면서도, 각각의 작품 분위기를 살리는 삽화를 그렸다.
[연합뉴스] 2009.09.16
■ 복작복작 살아가는 무지갯빛 아이들
어떤 아이는 엄마를 때리는 아빠의 ‘등 뒤에 달린 무서운 곰’이 밉고, 어떤 아이는 좋아하는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가지 못하게 하는 동생이 귀찮다.
또 어떤 아이는 처음 찾아온 ‘사랑’에 어쩔 줄 모르고, 어떤 아이는 뚱뚱하고 공부도 못해서 사는 게 괴롭다.
문학과지성사의 어린이책 ‘문지아이들’이 10년 만에 내놓은 100번째 책 ‘천둥 치던 날’은 작가 7명의 단편을 모은 동화집이다.
‘완득이’의 김려령, ‘찐찐군과 두빵두’의 김양미, ‘웅녀의 시간 여행’의 배미주, ‘날마다 뽀끄땡스’의 오채, ‘알파벳 벌레가 스멀스멀’의 유영소, ‘화성에서 온 미루’의 이성숙, ‘아빠가 나타났다!’의 이송현 작가가 참여했다.
문학과지성사는 2005년부터 선정해온 마해송문학상의 수상자 또는 후보자였던 이들 7명에게 원고를 청탁하면서 주제를 아동문학가 마해송(1905∼1966) 선생의 작품세계와 연관 지으려 했다. 그러나 마해송 문학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하나의 ‘주제’로 묶을 수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결국, 작가들은 저마다 자유롭게 글을 썼고 서로 다른 빛깔을 내는 작품들이 탄생했다.
이 7편에서 굳이 공통점을 꼽자면, 어른들도 살기 힘들고 각박한 이 세상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애를 쓰며 살고 있는지 보여준다는 것, 고민 많고 생각도 많은 아이들에게 “괜찮아, 너희가 잘못된 게 아니야”라고 토닥인다는 것이다.
김려령의 ‘앙큼한 일곱 살’은 일곱 살 현지의 눈에 비친 가정폭력의 공포와 아픔을 그리며 김양미의 ‘토요일과 일요일’은 윤주네 집에 도둑이 든 사건을 계기로 가족 안에 도사리고 있던 모순이 슬금슬금 고개를 드는 모습을 꼬집는다.
배미주의 ‘천둥 치던 날’은 동생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어린 소녀의 불안감을 천둥소리로 형상화했으며, 오채의 ‘클릭! 뚱보 스킬’은 교내 스킬 자수 대회에 참가한 동민이를 통해 고정된 성역할이 아이를 옭아매는 현실을 보여준다.
유영소의 ‘바나나우유 형’은 유괴 사건을 통해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애정을 보여주며, 이성숙의 ‘이건 비밀이야, 비밀’에서는 자신을 바비 인형에 투시하는 뚱뚱한 소녀의 내면을, 배미주의 ‘두근두근, 장똥구’에서는 미술학원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아이가 성숙해 나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현실에 맞서 싸운다. 작가들은 애처로워 보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마음의 키를 한 뼘씩 키워나가며 꿋꿋하게 나아가는 아이들을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김서정 기획위원은 “이 작품집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울려 나온다. 비밀스러운 목소리, 앙큼한 목소리, 떨리는 소리, 울음 섞인 소리, 볼멘소리… 이 소리들의 공통점이라면, 쪼그리고 앉아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작은 소리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2009.09.19
■ 가슴에 울려 퍼지는 일곱 빛깔 창작 동화
이 책은 국내외 어린이 문학시리즈인 ‘문지 아이들’ 100호를 기념하는 단편동화 모음집이다. 1999년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피우미니의 ‘할아버지와 마티아’로 시작한 시리즈는 미국 작가 수지 모건스턴의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김려령의 ‘기억을 가져온 아이’ 등 다수의 화제작을 선보였다.
이 책엔 7편의 창작 단편동화가 수록됐다. ‘두근두근, 장똥구’는 미술학원 여자 선생님을 사모하는 열 살짜리의 이야기다. 동구가 좋아하는 막내 선생님은 동구를 ‘똥구’라고 부르며 놀린다. 동구는 자신의 필살기인 코딱지 날리기를 선보이지만 선생님은 더럽다며 외면하기만 한다. 어느 날 동구가 필살기를 연습하다 코딱지가 선생님에게로 날아간다. 코딱지를 피하던 선생님은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비명소리가 교실 가득 울려 퍼진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집 안에 도둑이 들면서 벌어진 유쾌한 소동을 담았다. 외출했다 돌아온 진욱이네 가족은 도둑이 들어 아빠의 카메라와 엄마의 다이아몬드반지가 없어진 것을 발견한다. 보물 1호를 잃어버린 아빠는 크게 낙담한다.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리고 이를 되찾는 속에서 가정과 물건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을 그렸다.
‘앙큼한 일곱 살’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의 마음을 애잔하게 그렸다. 공원에 간 일곱 살 현지는 엄마의 싸구려 선글라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감을 엉망진창으로 섞어놓은 것처럼 멍든 엄마의 얼굴이 가려지지 않아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지만 아빠는 또 벤자민고무나무 화분을 집어던진다. 이럴 때마다 현지는 ‘떴다, 떴다, 비행기’ 노래를 소리 높여 부른다.
이 밖에 ‘클릭! 뚱보 스킬’은 운동보다 스킬자수를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비웃음 속에서도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바나나우유 형’은 결손가정 출신 청소년과 어울린 아이가 엄마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을, ‘이건 비밀이야, 비밀’은 뚱뚱하고 공부도 못한다고 놀림받는 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바비인형에 투영시킨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일보] 2009.09.18
■ ‘문지아이들’ 100호 기념 단편 동화집
게임 속 몬스터 물리치는 법, 케로로 스티커, 경찰 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들이 가득하다.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함이자, 책을 읽을 아이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치다. 하지만 결코 현 시대에 한정되는 폭 좁은 이야기는 아니다. 책은 항상 그들 세계에서 일어났지만 쉬 언급할 수 없었던 ‘가정폭력’이나 ‘고정된 성 역할’과 같은 일들을 7명의 동화작가들이 만나 경쾌하게 그려냈다.
<천둥 치던 날>은 문학과지성사가 내는 어린이책 시리즈 ‘문지아이들’의 100호를 기념하는 단편동화집이다. 참여 작가는 출판사가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 수상자들. <완득이>의 김려령을 비롯해 김양미, 배미주, 오채, 유영소, 이성숙, 이송현이다.
문지아이들 시리즈는 청소년 도서와 그림책이 흔치 않던 1999년 시작됐다. 이 중 <보물 찾는 아이들>은 영국 여성 아동작가 에디스 네스빗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작품이고, 수지 모건스틴의 <조커>는 지금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첫 권부터 참여한 김서정 기획위원은 “초기에는 세계 각국의 고전 그림책을 소개하는데 주력했고, 이후 국내의 좋은 창작동화 발굴에도 힘썼다”며 시리즈의 의미를 설명했다.
[소년한국일보] 2009.09.24
■ [화제의 책] 천둥 치던 날
어린이의 진짜 고민,상처… 희망으로 꽃피다
‘문지아이들’ 시리즈… 100호 기념 단편 동화집
지난 1999년 로베르토 피우미니의 ‘할아버지와 마티아’로 시작한 그 동안 수지 모건스턴의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등 숱한 화제작을 선보였던 ‘문지 아이들’시리즈가 드디어 100 권을 채웠다.
이번에 100 호 기념으로 나온 ‘천둥 치던 날’은, 국내 동화 작가 7 명이 저마다 요즘 어린이들의 고민과 상처를 다룬 창작 단편 동화로 엮어졌다.
‘두근두근, 장똥구'(이송현 글)는 미술 학원의 여자 선생님을 좋아하는 열 살짜리 진짜 사나이 장동구의 이야기다. 동구가 사모하는 선생님은 동구를 ‘똥구’라 부르며 놀린다.
동구는 자신의 필살기인 코딱지 날리기를 선보이지만 선생님은 더럽다며 오히려 외면한다. 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욕망과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안감힘, 이 모순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동구를 통해 요즘 어린이들의 성 의식을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앙큼한 일곱 살'(김려령 글)은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어린이의 마음을 그렸다. 공원에 간 일곱 살 현지는 엄마의 싸구려 선글라스가 영 마음에 안 든다. 물감을 엉망진창으로 섞어 놓은 것처럼 멍든 엄마의 얼굴이 가려지지 않아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지만 아빠는 또 벤자민 고무나무 화분을 집어 던진다. 이럴 때마다 현지는 ‘떴다, 떴다, 비행기’ 노래를 소리 높여 부른다. 아빠의 폭력이 불러온 어두운 현실을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받아들이는 모습이 안쓰럽다.
이밖에 집 안에 도둑이 들면서 벌어진 소동을 그린 ‘토요일과 일요일'(김양미 글), 자수를 좋아하는 남자 아이가 비웃음 속에서도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가는 ‘클릭! 뚱보 스킬'(오채 글), 결손 가정 출신 청소년과 어울린 아이가 엄마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 ‘바나나우유 형'(유영소 글) 등 작품마다 오늘의 어린이들이 겪는 현실을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국민일보] 2009.09.25
■ [책과 길] ‘문지아이들’ 시리즈 100번째 기념 단편집… ‘천둥 치던 날’
아이들의 일곱빛깔 목소리 들어보세요
동화집 ‘천둥 치던 날’은 문학과지성사의 어린이 책 ‘문지아이들’ 시리즈 100번째 책이다. 문지아이들은 1999년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일곱 살 소년 마티아의 신나는 모험을 그린 ‘할아버지와 마티아'(로베르토 파우미니 지음)를 시작으로 10년 동안 꾸준히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펴냈다. 장편동화가 주를 이뤘지만 동화집과 동시집도 간간이 선보였다.
‘천둥 치던 날’은 국내 아동문학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 수상자나 후보 작가 7명이 쓴 단편 7편을 묶었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행복하고 즐겁지만은 않다. 가정폭력에 노출돼 있거나, 뚱뚱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PC방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표제작 ‘천둥 치던 날'(삽화)은 유치원에 다니는 남동생을 돌봐야 하는 초등학생 누나의 고민과 책임감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유나는 친구의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았지만 갈 수 없다. 장난꾸러기 남동생 유일이가 껌처럼 딱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다. 생일잔치에는 가지 못하고 동네 놀이터에서 숨바꼭질하던 유나는 동생을 잃어버린다. 무서운 생각들이 스치고 하늘에는 ‘번쩍’하고 마른번개가 친다.
수록작 ‘앙큼한 일곱 살’은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는 엄마를 둔 일곱 살 현지의 이야기다. 엄마는 아빠의 거듭된 폭력으로 얼굴과 몸이 상처투성이다. 현지는 엄마를 못살게 구는 아빠가 싫다. 결국 엄마는 짐을 싸 현지와 함께 아빠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쉼터로 향한다.
집에 도둑이 든 것을 계기로 가족들이 몰랐던 서로의 생각들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결속력을 다지게 되는 ‘토요일과 일요일’, 뚱뚱하고 공부도 못해 놀림을 받던 여자 아이가 이를 극복해 가는 이야기인 ‘이건 비밀이야, 비밀’ 등도 아이들의 정서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두근두근, 장똥구’에서는 미술학원 선생님을 좋아하는 열 살짜리 장동구가 벌이는 갖가지 해프닝이 좌충우돌 펼쳐진다.
[경향뉴스] 2009.09.25
■ [책과 삶] 천진난만 동심들, 좌충우돌 이야기
<천둥 치던 날> 문학과지성사가 1999년부터 펴내고 있는 ‘문지아이들’ 100권째를 기념하는 단편동화집이다. 마해송 문학상과 인연이 있는 작가 7명의 신작을 모았다.
김려령의 ‘앙큼한 일곱 살’은 남편에게 매를 맞는 엄마를 둔 일곱살 여자아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렸다. 김양미의 ‘토요일과 일요일’은 평범한 중산층 가족이 토요일 밤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을 맞은 것을 발견하고 티격태격하면서 일상이 흐트러졌다가 한층 단단한 가족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다. 표제작인 배미주의 ‘천둥 치던 날’에서 엄마가 일을 하기 때문에 남동생을 돌봐야 하는 누나는 동생을 잠깐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으면서 가족의 의미를 새삼 깨닫는다. 오채의 ‘클릭! 뚱보 스킬’은 손뜨깨의 일종인 ‘스킬’에 재능을 보이면서 놀림을 받는 뚱보 남자 아이가 갈등을 거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당당하게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유영소의 ‘바나나우유 형’은 피시방에서 만난 형이 돈 때문에 자신을 유괴하려는 것도 모르고 따라나섰다가 갈등을 느낀 형이 돌려보내줘서 엄마에게 돌아오는 아이의 이야기다.
이성숙의 ‘이건 비밀이야, 비밀’은 소심하고 뚱보라서 친구들에게 놀림받고 선생님에게 무시당하던 여자아이가 씩씩하고 용감한 토끼의 도움으로 난관을 헤쳐나가는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누나와 동생의 대화 방식으로 박진감 있게 그려냈다. 이송현의 ‘두근두근, 장똥구’는 미술학원 선생님을 짝사랑하게 되면서 가슴을 두근거리는 10살 소년이 벌이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이야기의 소재와 풀어가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각각의 작품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은 저마다의 고민과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중엔 가정폭력이나 유괴 같은 심각한 것도 있고 선생님에 대한 짝사랑처럼 발랄한 것도 있지만 대체로 어두운 느낌을 준다. 어른들이 외면하려 해도 이것이 바로 이 시대를 사는 아이들의 현실인 것이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민감한 동화작가들의 작품을 어른들이 ‘천둥소리’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이다.
[한겨레] 2009.09.26
■ 9월 26일 어린이 새 책
<천둥 치던 날> 문학과지성사의 ‘문지아이들’ 100호째를 기념하는 단편집. 마해송문학상으로 인연을 맺은 작가 일곱 명의 단편을 모았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제각기 다른 소재와 주제, 문체와 시각으로 개성을 드러낸다. 가볍고 경쾌하게 아이들의 일상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어둡고 불안한 아이의 환상이 읽는 이의 마음을 묵직하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