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가 집에 돌아왔을 때

캐서린 애킨스 지음|유제분 이찬영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9년 6월 30일 | ISBN 9788932019741

사양 · 272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국제독서협회 ‘청소년문학 최다 인용’ 부분 선정

“아빠, 왜 이런 일이
저한테 일어나야 했을까요?”

2년 전 납치당한 제프―
그가 악(惡)에 저항했던 가장 현실적인 방법

아직 미성숙한 소년이 흉기로 위협당한 채 누군가에게 납치된다면, 그리고 알 수 없는 곳에 감금당해 풀려날 희망조차 없다면, 그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반면, 2년 넘게 감금당한 채로 연명하다가 소년이 가까스로 풀려나게 된다면, 그는 정상적인 삶으로의 복귀가 가능할까? 만약 그것이 쉽지 않다면, 우리는 그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까?

‘문지 푸른 문학’ 시리즈로 출간된 캐서린 애킨스(Catherine Atkins)의 『제프가 집에 돌아왔을 때(When Jeff Comes Home)』는 열네 살 소년의 납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자의 고향 근처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에 기초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두 해가 넘도록 끔찍한 육체적, 정서적, 그리고 성적 학대를 겪은 후 가족에게 돌아온 소년의 심리와 그가 부딪혀야 했던 비극적인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두려움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주인공 제프는 범인이 체포되기 전까지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비밀에 부치려 한다. 언뜻 보기에 범인을 변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제프의 행동들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것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자신을 변태 취급하는 동급생들에게 제프는 속 깊은 내면의 소리를 내지른다. “공평하지 않아, 이 바보들아. 나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었어. 너희 누구라도 될 수 있었다고. 그렇다면, 너희들이 이런 식으로는 대접하지 않을 텐데.”

애킨스의 데뷔작인 『제프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여러 면에서 문제적이다. 우선 납치당한 인물이 소녀가 아닌 소년이라는 점, 그것도 야구선수를 꿈꾸는 유망한 운동선수라는 점이 그렇다. 제프의 치명적인 몰락은 그의 불운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게다가 납치당한 이후 그가 건장한 체격의 남성으로부터 2년 넘게 성적으로 유린당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을 다시 고려”하도록 만드는 이러한 설정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성적인 학대’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님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납치 이후 풀려나기까지의 생활은 묻어둔 채, 사회에 복귀하는 제프의 심리를 치밀하게 따라가는 구성은 한 개인을 비참하게 만드는 악(惡)이 비단 ‘철창’ 안에 갇힌 범죄자에 국한되지 않음을 극렬하게 보여준다.
제프가 범죄자에 대항해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를 되살리는 장면이 가족애(특히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에 의한 것임은 성장소설의 전형적인 코드를 따라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의 성장소설들에 비해 『제프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분명 소재 면에서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준다. 번역자인 유제분 교수(부산대 영어교육과)가 교육대학원에서 현직 교사들과 함께 이 작품을 읽었을 때 “한국의 현재 상황보다는 앞서 나가지만, 앞으로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했고, 특히 남학생들에게 읽혀야 할 작품으로 이해했다”는 언급은 주목할 만하다. 국제독서협회로부터 ‘청소년문학 최다 인용’ 부분에 선정된 것 또한 이러한 특별함에서 기인했을 터. 『제프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색다른 감동을 통해 ‘성장’과 ‘극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 줄거리
열네 살 제프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칼로 위협당한 채 레이라는 사십대 남자에게 납치되었다. 그리고 2년 뒤…… 레이가 갑자기 집으로 돌려보내자, 제프는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가족과 재회를 했지만, 그는 좀체 적응하지 못한다.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친 2년이라는 긴 시간 이후, 제프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고립된 채 소외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제프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 말할 수 없다. 사람들이 물어오면 물어올수록,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될 뿐이다. 그 누구도 제프가 얼마나 끔찍한 학대를 받았으며, 왜 그가 그런 방식으로 행동했는지,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사건을 담당했던 FBI 직원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제프는 2년 전의 자신이 아니고, 다시는 그렇게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프는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과 친구 빈의 우정을 느끼면서 아주 조금씩 용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홀로 고립되어 처절하게 저항했던 긴 시간 동안, 아버지 역시 자신을 찾기 위해 전국을 찾아 헤맨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경찰에 잡힌 레이가 비겁한 허위 자백들을 하며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제프는 이제 모든 것을 증언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한다.

작품 속으로
갑자기, 건장한 남자가 내 뒤 가까이에서 담배와 땀에 찌든 내를 풍기면서 허리를 팔로 감쌌다. 차가운 금속이 내 목젖에 들이대어지면서 내 머리는 뒤로 더욱 젖혀졌다. 들고 있던 캔이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구르면서 루트비어가 거품을 내며 쏟아져 나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발버둥치고 팔을 휘둘렀지만, 날카로운 금속이 내 피부에 닿는 것을 느끼는 순간 얼어붙어버렸다.
“그래야지, 네 목에 댄 게 칼이거든.” 남자의 차분한 목소리가 더욱 소름 끼치게 들렸다. “잘 들어.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나는 움직이거나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칼에 더욱 힘을 주었다. 칼끝이 나를 찌르기 시작하자 작은 비명이 내 목에서 터져 나왔다. 그는 나지막하게 웃었다. 손을 천천히 들어 내 목을 만지자 적은 양의 끈끈한 피가 느껴졌다. (13~14쪽)

아빠는 좋은 게임을 말할 수 있었다. 레이가 나를 ‘다치게’ 했는지, 아닌지. 그리고 그가 ‘다치게’ 했더라도 ‘괜찮다든지.’ ‘다치게 했다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우리 모두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아빠는 그 말을 입 밖에 낼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괜찮지’ 않았다. 결코 괜찮아지지 않을 것이다. (30쪽)

“사람들이 절 아는 것 같아요, 자꾸 쳐다보는 게……” 내 얼굴이 타올랐다. 아빠는 내 이마에 손을 짚었다. 너무 힘이 없어서 그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머리를 상점의 유리창에 댔다.
“땀이 끈적거리네,” 찡그리면서 아빠가 말했다. “무슨 일이냐? 아파?”
겁이 나요. 이 사람들 주위에 있고 싶지 않아요. 내가 변태처럼 느껴져요. 저 사람들은 저에 관해 알아요.
“아직 피곤한가 봐요.”
아빠가 고개를 흔드셨다. “포기할 수 없어. 네가 성취해야 하는 일이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 앞에 한 발을 계속 내디뎌야 할 거야.”
격려연설 고마워요. 아빠. (74~75쪽)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너에게는 도전이겠지. 당연해. 그러나 난 너를 알아. 너는 해낼 거야.”
아빠는 저를 전혀 모르세요.
“올해는 괜찮을 거다. 그리고 내년에도. 그러면 너는 반 학생들과 졸업하게 될 거야. 그 다음엔, 대학……”
“대학이요!”
“그렇게 멀지 않았어. 일 년하고 한 학기야. 네가 버클리에 가는 게 보인다. 내가 간 곳이잖니, 대학과 법학전문대학원. 그러면 우리는 베이 애리아로 이사해서 집에서 통학하면 되지.”
“아빠……”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하구요? 새엄마는 직장이 여기에 있어요. 샬롯도 그렇고. 걔는 이미 아빠가 나 말고는 아무도, 쥐뿔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브라이언은 절 더 편안하게 하려다 망쳐놨어요. 그리고 저는. 대학이요? 아빠, 농담하지 마세요. 저는 중학교 삼학년 중퇴자예요. 어떻게……? (151~52쪽)

우리가 걸어온 길은 축구장과 야구장과 나란히 나 있었다. 나는 동경과 회한으로 그것들을 쳐다보았다. 레이 슬래이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웨인 고등학교의 축구와 야구의 스타 선수로 뛴 지 3년이 되었을 것이다. 빈은 나의 팀 메이트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겠지. 열여섯 살이라면 아마 이미 가벼운 관계의 여자 친구들이나 심각한 관계의 여자 친구도 있었을 것이다. 웨인 고교 아이들은 나를 단지 운동선수이자 착실한 학생이고 우정 깊은 친구들 사이에서 안정된 아이로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시간에 그 장소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아이이자 변태가 되었고, 기껏해야 동정할 가치가 있는 누군가가 된 것이다.
공평하지 않아, 이 바보들아. 나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었어. 너희 누구라도 될 수 있었다고. 그렇다면, 너희들이 이런 식으로는 대접하지 않을 텐데.
그때 나를 휩쓴 분노가 너무도 커서 오히려 나는 등을 꼿꼿이 하고 머리를 든 채 나머지 길을 마저 걸어갔다. (208~09쪽)

처음으로 후튼은 자신 없는 듯 했지만, 곧 말을 내뱉었다. “야, 쳐다보지 마, 동성애놈아.”
뒤로 물러서면서 나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어떻게 하나의 단어가 그다지도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내가 레이를 견뎌낸 그 모든 것 이후에 남은, 한 단어 말이다. (215쪽)

“너의 동정을 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야. 그 어떤 동정도 충분하지 않아. 너를 찾아내지 못했어. 그것이 결론이야. 너는 스스로를 구해야 했지.”
내가 옳게 들었는지 미심쩍어서 아빠를 올려다보았다. “네?”
“너를 구해낼 수 없었어,” 아빠가 말했다. “그래서 네가 너 자신을 구한 거야.”
아빠의 생각이 너무도 극단적이어서 나는 단지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저를 구했다고요? 어떻게…… 저는 저 자신을 구하지 않았어요. 저는 망가졌어요, 아빠. 망가지고 또 망가졌어요,” 나는 침착하게 덧붙였다.
아빠는 움찔하지 않았다. “너는 살아 있어. 슬래이트가 너를 집으로 데려오도록 확신을 시킨 거야. 네가 이긴 거야.”
“아빠는 제가 확신시킨 방법을 아세요?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셨죠?”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것을 아시면서 어떻게 조금도 저를 미워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제프.” 아빠는 내가 자기의 눈을 마주칠 때까지 기다렸다. “슬래이트가 너한테 한 짓, 그가 너를 성적으로 이용한 사실,” 아빠는 그 말을 강조했다. “물론 그것 때문에 그 작자를 증오해. 네가 아니라. 결코 너일 수가 없지.”
“하지만 저도 거기 있었어요, 아빠.” 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어쨌든 단순히 섹스만이 아니었어요. 레이는 저를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그는 저한테 그렇게 말했고 저는 그걸 믿었어요. 그때는 저에게 더 친절했죠. 그래서…… 그것이 제가 그와 싸운 방식이에요. 저도 레이에게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시켰어요. 저는 키스를 되받았어요, 아빠. 아시겠어요? 키스를 되받았다고요.” (254~55쪽)

티셔츠를 벗어 침대 위로 던지고는 천천히 등을 거울 쪽으로 돌렸다. 손거울을 얼굴의 오른쪽에 대고 그 속을 들여다보았다.
등이 하얗게 빛나는 것을 보자 희망과 분노가 뒤섞이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내가 본 것이 사실일 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손님 침대 옆의 램프를 켜고 방을 더 환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좀더 가까이 장롱 거울을 돌아봤다. 깊은 숨을 쉬면서 손거울을 다시 들고 더 잘 보려고 아래로 각도를 맞추었다. 그때서야 그다지도 오랫동안 느꼈던 것의 존재를 보았다. 나의 등에는 나의 목 뒤로부터 엉덩이 바로 위까지 하얀 줄 자국들이 나 있었다. 상처는 희미했지만 보였다. 내 등쪽 아래로 두 개의 줄 자국이 피부로부터 약간 올라와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사실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등에 흉측하고 볼꼴사나운 혹이 누더기져 있을 거라는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 그 경우는 아니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 내가 그리고 있었던 또 하나의 환상은, 처음 납치당한 그 날처럼 나의 등은 깨끗하고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또한 사실은 아니었다. (259~60쪽)

옮긴이 해설 중에서
캐서린 애킨스Catherine Atkins의 『제프가 집에 돌아왔을 때When Jeff Comes Home』는 독자로 하여금 젠더Gender에 대한 고정관념을 다시 고려할 것을 독려하는 작품이다. 성폭력의 희생자를 여성이 아닌 남성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이 소설은 기존의 남성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제프가 납치와 강간의 희생자라는 사실은 희생자를 일방적으로 여성으로 보는 사회적 통념을 전복시킨다. 따라서 이 작품의 독서는 충격적이면서 긴장되고 때로는 괴롭기까지 하다. 더욱이 제프가 건장하면서도 유망한 운동선수였으며 중산층의 백인 청소년 남학생이라는 사실은 강간당한 희생자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기존의 남성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여느 청소년문학 작품처럼 이 작품 역시 성인 되기, 즉 남자 주인공을 소재로 ‘남성 되기’를 다룬 작품이다.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열여섯 살 청소년의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는 변환된 서체(원서에서는 이탤릭체)로 활자화되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리얼리즘적 글쓰기는 아동문학이나 청소년문학에서 성 학대를 예방하는 훌륭한 독서를 유도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말하자면 심리주의적 리얼리즘 소설인 것이다.
작품의 프롤로그는 제프가 납치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제1장부터 제프의 납치 생활이 소개될 것으로 기대하던 독자의 예상과는 달리, 납치 생활 2년 반 이후 제프가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전체 이야기는 2년 반 동안의 제프의 행적에 대한 FBI의 상상과 추적, 제프가 새로 가정과 학교 생활에 적응하면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에 관한 것이다. [……]
제프의 갈등과 혼동은 자신의 등에 난 상처 자국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납치범이 남긴 등의 채찍 자국은 제프가 납치와 강간의 경험에서 얻은 육체적 정신적 외상의 증표이다. 제프는 레이의 채찍질이 등에 남긴 상처가 보기에도 끔찍할 것으로 상상하고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작품의 끝 부분에서 아버지가 거울에 비추어준 자신의 상처가 생각만큼 끔찍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것은 제프가 상상한 만큼 울퉁불퉁하거나 옹이 지지 않고 그저 가느다란 흰줄로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자신의 등에 남은 상처처럼 그가 완전히 치유되는 데는 세월이 필요하겠지만, 제프가 생각했던 것만큼 치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가 주문하는 남성성이 지나치게 고정적이고 정형화되면 될수록, 과거의 트라우마(Trauma,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늪에서 빠져나올 길은 요원할 수 있다. [……]
동성 간의 우정과 동성애를 구별하기 어려워하는 청소년들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이성애적 남성성과 자신이 생각하는 성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주인공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빈마저도 제프에 대한 자신의 우정이 주위에서 동성애로 이해된다는 사실에 무척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이러한 혼란을 청소년문학의 ‘동성애 금기’라는 엄격한 검열 기준으로 논의하는 것은 동성애에 대한 성인들의 공포 내지 강박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문학 작품들에 대한 성인 독자들의 민감한 반응은 모두 청소년문학이란 과연 무엇이며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 물음으로 회귀하게 만든다. 말하자면, 많은 가치가 흔들리는 동시에 많은 것이 가능해진 포스트 시대에 청소년문학을 오로지 기존의 교육적 측면에만 국한하여 엄격한 검열의 틀을 고집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초콜릿 전쟁The Chocolate War』의 저자 로버트 코마이어Robert Cormier는 이 물음에 하나의 답변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네버랜드에 살게 될 뿐입니다. 그곳은 성장도 승리의 가능성도 없는 곳이지요.” 이혼, 성폭력, 동성애가 청소년문학에서 금기시되었던 1950~60년대와 지금의 21세기는 엄청난 시대적 차이가 있다. 청소년문학이라고 이러한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성장과 자기 정체성을 중시하는 청소년문학은 넓은 범주에서 아동문학으로 구분되기 쉽지만, 청소년문학 독자의 정신적·미학적 의식의 수준은 오히려 성인문학 독자의 그것에 가깝다 할 수 있다. 문학의 기능이 현실의 재현을 기본으로 할 때, 청소년문학 역시 현실 재현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옮긴이 해설, 「등에 남은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중에서)

작가 소개

캐서린 애킨스

미국의 청소년문학 작가로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서 대안교육 교사로 재직 중이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기자와 유명인사 인터뷰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일하기도 했다. 『제프가 집에 돌아왔을 때(When Jeff Comes Home)』(1999)는 그녀의 첫 작품으로, 국제독서협회의 ‘청소년문학 최다 인용’ 부분에 선정되었다. 이어 그녀의 두번째 작품인 『대안교육(Alt Ed.)』(2004)도 뉴욕 공립도서관의 ‘자주 거론되는 2004년도 청소년문학서적’으로 선정되었다.

유제분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알바니에 있는 뉴욕 주립대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서강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영문학과 교환교수, 하버드 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등에서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부산대 영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페미니즘의 경계와 여성문학 다시 읽기』가 있고, 역서로는 『순수와 위험: 오염과 금기 개념의 분석』 『치즈와 구더기』가 있으며, 편역서로는 『탈식민페미니즘과 탈식민페미니스트들』 등이 있다.

이찬영

부산 지산고등학교를 거쳐 현재 미국 코네티컷 주 캔터베리 학교 10학년에 재학 중이다(Chan-young, Lee. 10th grader, Canterbury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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