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생일

오스카 와일드 지음 | 두산 칼라이 그림 | 김서정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9년 6월 30일 | ISBN 9788932019611

사양 양장 · · 41쪽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19세기 대표적인 탐미주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
그의 통찰력이 빚어낸 잔혹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 극한의 아름다움에 뒤에 숨겨진 잔혹한 진실

『행복한 왕자』로 잘 알려진 오스카 와일드의 그림책이 출간됐다. 마흔여섯(1854~1900)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 오스카 와일드는 길지 않은 삶을 사는 동안 여러 장르에 걸쳐 자신의 예술성과 문학성을 펼쳐 보였다. 소설가, 시인, 극작가로 활동하며 동화에도 깊은 관심을 보인 그는 『행복한 왕자The Happy Prince and Other Tales』(1888)와 『석류나무 집A House of Pomegranates』(1891), 두 권의 동화집을 발표하며 어린이를 위한 글쓰기에도 힘을 기울였다. 아름다움을 최고로 여겼던 탐미주의의 대표적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선보이는 동화 속 캐릭터와 문체는 과연 어떨까? 『공주의 생일』은 오스카 와일드가 추구했던 문학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스페인의 공주가 열두 살이 되는 생일날 아침, 궁궐은 공주를 축하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꽃들은 그날따라 더욱 달콤한 향기를 풍겼고, 나비들은 날개에서 금빛 가루를 날리며 꽃들 사이를 아름답게 날아다닌다. 공주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공주 또래의 아이들, 귀족 소년들의 멋진 모의 투우 시합, 아프리카 곡예사의 신기한 마술, 털북숭이 곰, 원숭이와 함께 멋진 공연을 펼친 집시들까지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공주의 생일을 맞아 온 궁전이 들썩인다. 공주도 자신의 생일을 한껏 만끽하며 자신을 축하해 주러 온 무리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그날 축제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조그만 곱사등이 난쟁이의 출현이다. 난쟁이가 다리를 양옆으로 흔들며 뒤뚱뒤뚱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본 공주와 아이들은 기쁨에 넘친 함성을 지른다. 하지만 이러한 극한의 화려함과 즐거움에 뒤에 작가는 잔혹하리만큼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을 숨겨 놓았고, 이제 그 깊고도 깊은 슬픔의 세계로 독자들을 서서히 끌어들인다.

공주와 사람들의 비웃음과 쑥덕거림을 알아채지 못한 난쟁이는 공주가 선사한 하얀 장미 한 송이에 마음을 빼앗겨 공주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공주와 함께할 날들을 상상하며 화려한 궁전을 배회하며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마냥 들떠 있다. 공주와 사랑에 빠졌다고 믿는 난쟁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그러나 자신이 안짱다리에 곱사등이 난쟁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거울 앞에서 난쟁이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그리고 공주의 웃음이 사랑이 아니라 한낱 비웃음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냉혹한 현실과 진실 앞에서 그만 심장이 멎고 만다.

■ 유려한 문장과 화려하고 섬세한 그림의 이중주

『공주의 생일』은 탐미주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자연의 위대함과 건축물의 웅장함, 의상의 화려함과 예술의 아름다움이 휘황찬란하게 묘사되어 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길고 길게 이어지는 문장 안의 풍성하고 화려한 수식들, 음악적인 울림들은 읽는 이를 금세 사로잡는다. 사물 혹은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토록 섬세할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진실의 모습을 통찰력 있게 그려낼 수 있는 오스카 와일드의 예리함 때문일 것이다.

이토록 화려하고 수식이 가득한 문장을 더욱 빛나게 해 준 것은 바로 그림이다.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 거짓과 진실 사이의 거리를 완벽하게 그려낸 두산 칼라이의 그림은 이 이야기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완벽하게 전달한다. 극도로 화려하고 섬세한, 그러면서도 너무나 투명해서 금세 깨질 것 같은 그림은 공주의 기쁨과 난쟁이의 슬픔을 충만한 감정을 실어서 표현하기보다는 약간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절제된 시선을 보여 준다. 그래서 그들의 기쁨 혹은 슬픔이 더욱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오스카 와일드의 유려한 문장과 두산 칼라이의 섬세한 그림의 완벽한 조화는 공주와 난쟁이의 이야기를 한 발 더 가깝게 다가오게 한다.

■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이처럼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동화가 또 있을까. 『공주의 생일』에 나오는 공주는 지금껏 우리가 보아 왔던 착하고 선하고 이타적인 모습의 공주가 아니다. 난쟁이가 숨을 멎은 것을 보고도 동정은커녕 “다음부터 나하고 놀러 오는 애들은 심장이 없어야 해” 하고 소리치며 정원으로 뛰어나가는 공주는 너무도 냉정하다. 이런 캐릭터를 통해 오스카 와일드는 인간(혹은 사회)의 모순과 이기심, 오만함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는 작품을 통해 자신이 살았던 시대(빅토리아 시대)나 사회의 부조리, 모순 등을 날카롭게 꼬집기도 하고 풍자하기도 하며 어린이를 뛰어넘어 세상사에 휘둘리는 어른들에게 따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또한 권위와 위선, 허영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하며 실제적 인간성에 대한 존엄함을 보여 주기도 한다. 흔히 동화에서 보여 주는, 주인공은 반드시 착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 식의 권선징악적 구조를 과감히 탈피함으로써, 위선적인 모습에 강렬한 비판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풍자와 비판은 오스카 와일드가 살았던 시대를 뛰어넘어 개인만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작가 소개

오스카 와일드 지음

오스카 와일드(1854~1900)는 영국의 소설가로 아름다운 외모, 탐미적 소설, 수많은 스캔들 등으로 살아생전에 이미 전설이 되어 있었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같은 소설이 있지만, 오늘날에는 『행복한 왕자』 『욕심쟁이 거인』 『공주의 생일』 등 동화가 더 널리 사랑받고 있다.

두산 칼라이 그림

두산 칼라이는 슬로바키아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과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대상 등을 받았다. 『십이월의 친구들』 같은 작품이 있다. 그는 『공주의 생일』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김서정 옮김

어린이책 작가, 평론가, 번역가입니다. ‘김서정스토리포인트’에서 동화 쓰기와 그림책 글 쓰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잘 만났다, 그림책』 『잘 나간다, 그림책』 『판타지 동화를 읽습니다』 등의 평론서, 『나의 사직동』 『두로크 강을 건너서』 『용감한 꼬마 생쥐』 등의 창작서, 『안데르센 메르헨』 『그림 메르헨』 등의 번역서가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과 중남미 그림책의 교류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김서정"의 다른 책들

관련 보도

[독서신문] 2009.07.30

공주의 생일

스페인의 공주가 열두 살이 되는 생일날 아침, 궁궐은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바쁘다.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꽃들은 그날따라 더욱 달콤한 향기를 풍겼고, 나비들은 날개에서 금빛 가루를 날리며 꽃들 사이를 아름답게 날아다닌다. 그러나 그날 축제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조그만 곱사등이 난쟁이의 출현이다. 난쟁이가 다리를 양옆으로 뒤뚱뒤뚱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본 공주와 아이들은 기쁨에 넘친 함성을 지른다.
난쟁이는 공주가 선사한 하얀 장미 한 송이에 마음을 빼앗겨 공주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고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마냥 들떠있지만 자신이 안짱다리에 곱사등이 난쟁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거울 앞에서 난쟁이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그리고 공주의 웃음이 사랑이 아니라 한낱 비웃음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냉혹한 현실과 진실 앞에서 그만 심장이 멎고 만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 작품에서 난쟁이가 숨을 멎은 것을 보고도 동정은커녕 냉정한 말을 던지고 돌아서는 지금까지와는 정 반대의 공주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인간 혹은 사회의 모순과 이기심, 오만함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고자 했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9 +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