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토대─구조기능주의 입문

로만 야콥슨·모리스 할레 지음 박여성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9년 6월 15일 | ISBN 9788932019666

사양 · 139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현대 구조주의 사상과 기능주의 언어학의 기틀을 마련한 로만 야콥슨과 모리스 할레의 공저 『언어의 토대─구조기능주의 입문』(박여성 옮김)이 문학과지성사의 새로운 학술총서 파라디그마의 두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 『언어의 토대』는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1916), 트루베츠코이의 『음운론』(1939), 옐름슬레우의 『언어이론 서설』(1943)과 더불어 20세기 구조언어학의 백미로 꼽히는 고전이다. 특히 이 책은 구조언어학의 한 획을 그은 앤솔러지이자 기호학과 신화학의 바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큰 의의를 갖는다. 차이와 대립을 에피스테메(認識系)로 설정한 선구적 업적과 공분모를 지니지만, 프라하학파의 정신적 유산을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확산시킨 야콥슨과 할레의 이 책은, 인간 언어의 보편적 본성을 변별특징들의 조합과 대립 쌍들의 체계에서 모색하여 구조음운론을 확립하고 생성언어학의 탄생을 예비했다는 점에서 학문사적 차별성을 가진다.
이렇게 로만 야콥슨은 현대 언어학의 거의 모든 기저 개념을 확립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언어 습득과 실어증, 시학, 언어사, 기호학과 인류학, 미학 및 커뮤니케이션 이론에도 탁월하게 적용하여 새로운 논고를 내놓을 때마다 20세기 사상사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던 위대한 언어학자이자 문예이론가였다. 또한 이 책의 공저자인 할레는 야콥슨의 제자로 구조음운론에서 출발하여 생성음운론의 패러다임을 정립한 생성음운론 분야의 석학이다. 멀게는 동구권 출신의 유대계 이민자이며 가깝게는 하버드와 MIT를 중심으로 아메리카 구조주의를 발전시킨 야콥슨과 할레, 이 두 석학은 말하자면 패러다임 전회paradigm shift의 선구자였다. 구조인류학을 정립한 레비-스트로스, 생성언어학을 개척한 촘스키, 선구적인 매체이론가 맥루언 등의 세계적인 학자가 야콥슨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가 20세기 인문사상사에 끼친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프라하학파에서는 음소를 변별자질의 다발〔束〕로 정의했다. 야콥슨과 할레는 인간의 모든 언어에서 사용되는 변별자질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청각적 음향 특성에 따라 운율자질과 고유자질을 추출하고, 그것을 다시 열두 개의 이항대립의 쌍으로 환원한다. 야콥슨의 변별자질 이론이 발화자 입장의 조음(造音) 음성학적 특성과 청자 입장의 청음(廳音) 음성학적 특성을 명확하게 분리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라, 생성음운론에서는 음소는 더 이상 설명단위가 아니며 변별자질 자체를 곧바로 음운 분석의 최소단위로 삼는다. 이렇게 변별자질 이론의 일관성에 대한 소소한 문제점이 지적되었지만, 자연언어의 음운 구조를 기술하는 필수적인 변별자질들의 목록을 최초로 제시한 이 책의 학문적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아가 변별자질들의 집합과 대립 쌍의 상관속에서 언어의 본질을 간파한 야콥슨의 통찰은 음운론과 의미론은 물론이거니와 기호학과 신화학, 텍스트언어학과 문학비평 및 매체이론에 이르는 광대한 연구 스펙트럼의 초석이 되었다. 트루베츠코이와 야콥슨을 위시한 프라하학파의 음소 개념이 없었더라면, 레비-스트로스의 신화소mytheme나 에코의 기호소semiotic primitives, 코세리우가 정의한 어휘소lexeme의 개념은 공허해졌을 것이다. 언어이론에만 머물지 않고 언어 습득과 실어증에도 주목한 야콥슨의 착상은 생리학에 국한되었던 심리언어학과 신경언어학에도 혁명적인 영향을 주었다.

책의 제1부 「음운론과 음성학」은 야콥슨과 할레가 함께 작업한 논문을 수록한 것이며, 제2부 「언어의 두 측면과 실어증의 두 유형」은 야콥슨 단독 논문으로 이루어졌다. 본인이 언어학자이기도 한 옮긴이(박여성, 제주대 교수)는 필요한 부분에 옮긴이 주를 달았으며, 텍스트언어학 및 기호학 등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 보충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렇듯 이 책 『언어의 토대─구조기능주의 입문』은 현대 언어학의 방법적 과학성을 확립한 선구적 저작으로, 언어학과 기호학에 입문하는 학생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차례

머리말
일러두기

제1부 | 음운론과 음성학
1. 언어의 자질 층위
1.1. 기능적 변별자질 | 1.2. 변별자질의 구조 | 1.3. 대립과 대조 | 1.4. 메시지와 코드 | 1.5. 생략과 구체성

2. 자질의 다양성과 언어학적 처리
2.1. 음운론과 음소론 | 2.2. 음성과 관련하는 음소에 대한 ‘내적’ 접근 | 2.3. 자질의 유형 | 2.4. 음성과 관련하는 음소에 대한 ‘외적’ 접근 | 2.5. 상호 보완적인 기법으로서의 암호 해독자의 수단과 코드 해독자의 수단

3. 변별자질의 규명
3.1. 음절 | 3.2. 두 종류의 변별자질 | 3.3. 운율자질의 분류 | 3.4. 운율자질과 고유자질의 비교 | 3. 5. 음소 체계화의 일반 법칙 | 3.6. 고유자질의 세 부류 | 3.7. 발화 사건의 단계들

4. 음소의 체계화
4.1. 성층화 | 4.2. 이분법의 등급 | 4.3. 음소적 연산의 시공간적 체계

제2부 | 언어의 두 측면과 실어증의 두 유형
1. 실어증의 언어학적 문제
2. 언어의 이중적 속성
3. 유사성 장애
4. 인접성 장애
5. 은유와 환유의 양극

옮긴이 해설─대립, 조합, 구조의 변증법
일반음운론에 관한 참고문헌(1966년까지 출간된 논저 기준)
(부록) 주요 참고문헌
찾아보기(용어)
찾아보기(인명)

작가 소개

로만 야콥슨

20세기의 위대한 언어학자이자 문예이론가. 1896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으며, 198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서 8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920년 체코 프라하로 건너가 1926년 프라하 언어학 서클을 창립했으며, 트루베츠코이, 마테시우스 등과 함께 기능적 구조주의를 정립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정권의 박해를 피해 미국에 정착했다. 뉴욕에 설립된 프랑스 (망명정부) 인문과학 고등연구원ㅤㄱㅢㄼole libre des Hautes Études, 컬럼비아 대학, 하버드 대학을 거쳐 1957년부터 MIT의 초빙교수를 역임했으며, 미국언어학회LSA 회장으로 활동했다. 변별자질, 이항대립, 유표성, 잉여성, 보편소 등의 핵심개념들을 확립하여 현대언어학을 정초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토대로 언어습득과 실어증, 커뮤니케이션학, 기호학, 시학, 언어사에도 탁월하게 적용하여 새로운 논고를 내놓을 때마다 20세기 사상사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던 거인이다. 전 세계에 걸친 왕성한 활동과 학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2년에 국제 문헌학·언어학 상과 헤겔 상을 수상했다.

모리스 할레

1923년 발트 해 연안 라트비아 공화국에서 태어났으며, 1940년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MIT 교수, 미국언어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스승 야콥슨과 더불어 구조음운론에서 출발한 그의 학문적 궤적은 제자 촘스키와의 만남을 통하여 생성음운론의 완성으로 이어졌다. 생성음운론의 대표적인 석학이자 교육자, 행정가로도 큰 명망을 떨쳤으며, 은퇴 후에도 연구와 저술 및 활발한 강연을 지속하고 있다. 구조주의와 생성음운론이라는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인도했던 할레의 또 다른 획기적인 업적으로는 촘스키와 함께 저술한 『영어의 음성 체계The Sound Pattern of English』(1968)를 꼽을 수 있다.

박여성

고려대학교 독어독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학교 독일학과와 사회교육대학원 스토리텔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지식의 최전선』 『기호학으로 세상 읽기』 『기호학과 철학 그리고 예술』 『텍스트언어학의 이해』 『문화와 기호』(이상 공저) 등 다수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구성주의』 『미디어인식론』 『괴델, 에셔, 바흐─영원한 황금 노끈』 『칸트와 오리너구리』 『사회체계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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