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환 깊이 읽기

오생근 정과리 엮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9년 6월 18일 | ISBN 9788932019628

사양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454쪽 | 가격 23,000원

책소개

실존적 관계로서의 문학을 향한 열정적인 학문의 궤적

연륜이 더해질수록 그 힘 있는 문학 세계를 펼쳐 보이며 우리 문학계에 훌륭한 자양분의 역할을 담당해온 문학인들의 면면을 정리하고자 기획된 문학과지성사의 <우리 문학 깊이 읽기> 시리즈는 그동안 소설가 홍성원·김주영·이청준·박상륭·김원일·오정희, 시인 황동규·마종기·정현종·김광규·오규원, 평론가 김병익·김치수·김주연·오생근 등을 대상으로 그들의 문학 세계를 조명해온 바 있다. 명실공히 한국 현대 문단사의 한 매듭 매듭마다 크고 작은 울림을 가져오며 고난과 영광을 같이한 살아 있는 증인들을 한데서 일별하는 뜻깊은 기획으로 자리매김해온 <우리 문학 깊이 읽기> 시리즈가 그 열여섯번째 주인공으로 불문학자이자 평론가로 한국 문학과 반세기를 함께해온 정명환 선생을 초대한다.

1945년 해방 이후 1950~53년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물질적·정신적 폐허 위에서 한국의 지성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았다. 그리고 이 불모지에서 삶과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인식의 초석을 처음부터 새롭게 다지는 일은 고스란히 당시 새로이 등장한 인문학자들 앞에 놓이게 되었다. 일제 강점 36년 동안 한국 안에 뿌리내린 식민주의적 학문 풍토를 지우는 일과 올바른 학문 태도 및 연구 방법론을 성립하는 일이 그들의 몫이었다. 이 새로운 인문학자들은 서양의 학문적 태도와 연구 방법론을 일차적인 준거 틀로 삼되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한국인의 삶과 조응하고 사실에 적확하며 윤리적으로 올바른 것이 학문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기준으로 선별하여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것은 그들이 후대의 인문학자들에게 물려준 소중한 정신적 유산이 되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바로 정명환 선생이다.
중학교 3학년 무렵 읽은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으로부터 시작된 정명환 선생의 학문의 궤적은 사르트르로, 산뜻하고 충격적인 프랑스 소설 읽기로, 한국 문학으로, 그리고 졸라로 나아갔으며, 각각의 연구에서 이룬 성과들은 선생의 열정의 크기만큼이나 한국 지성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었다.

정명환 선생은 프랑스 문학과 철학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문학과 지성의 윤곽을 구성하는 데 전심전력하였다. 특히 사르트르의 실존 철학에 깊은 영향을 받아서 그의 치밀한 부정의 논리와 치열한 생성의 의지가 한국인의 지적 유전자에 새겨질 수 있는 길을 모색하였다. 선생의 이러한 노력은 전후 한국 문단의 정신적 박약 상태를 구출하는 데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주입하였다.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던 『사상계』를 비롯, 『현대문학』 등 당시의 문화와 문학의 장을 주도했던 간행물들에서 선생이 참여한 평론, 번역, 좌담 등 하나하나는 선생의 열정과 지적 치밀함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증거물들이다.
─「책을 엮으며」 중에서

『정명환 깊이 읽기』는 이렇듯 한국의 인문학적 지형을 새로이 구축하여 그 큰 틀을 완성한 정명환 선생의 학문적 성과와 그 의의를 되새기며 그의 학문 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하여 드러낸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제1부 「뒤돌아본 학문 한 생애」는 정명환 선생이 직접 쓴 자신에 대한 글과 대담, 그리고 이 책의 책임 편집을 맡은 오생근 선생의 글을 통해 정명환 선생의 학문적 궤적을 짚어본다. 제2부 「세계의 지성과 더불어」에는 정명환 선생의 사르트르 연구, ‘부정과 생성’으로 대표되는 비평 세계, 문학론, 정명환 선생 번역의 의미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 논문과 서평들을 실었다. 제3부 「사람 정명환의 품격」에서는 선생의 제자 및 후배 불문학자들의 눈에 비친 교육자 정명환과 사람 정명환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정명환 선생의 학문 세계를 조감하고 이해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다. 이 소략한 글 모음이 정명환 선생의 방대한 지적 체계를 다 풀이해낼 수 있으리라고 우리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시도가 앞으로 정명환학을 성립시키고 지속시켜 궁극적으로 한국 지성과 세계 정신의 대화의 바람직한 모형을 세우는 데 한 줌 보탬이 되기를 절실히 바랄 뿐이다. 또한 이러한 시도 자체가 정명환 선생과의 끝날 수 없는 대화의 한 형식이 되어서, 선생께서 이 나눔을 오래 즐기시기를 바란다.
─「책을 엮으며」 중에서

한편, 이 책의 발간을 기념하는 자리가 6월 말에 있을 예정이다. 함께 필자로 참여한 평론가, 불문학자 및 지인 들이 참석하게 될 이 자리는 6월 18일, 정명환 선생의 여든번째 생신이 지난 후라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차례

책을 엮으며

제1부 뒤돌아본 학문 한 생애
회상
비학문적인 변덕의 궤적(정명환)

대담
문학과 이성 사이에서(정명환/오생근)

초상
정명환의 이성주의적 비평과 학문 세계(오생근)

제2부 세계 지성의 흐름과 더불어
사르트르와 이성의 한계를 넘어
사르트르 연구의 치열함과 진정성(변광배)
사르트르의 문학론에 대한 정명환의 생각(윤정임)
정명환이 본 사르트르의 언어관과 사르트르를 위한 변명(지영래)

한국 문학과 마주 선 정신의 집도의
비판의 양식으로서의 비평(김치수)
부정과 생성의 논리와 변증법적 구도(장경렬)
부정과 생성의 변증법(박성창)

졸라의 발견
생성과 존재의 대립과 융화(김현)
『졸라와 자연주의』 깊이 읽기(유진현)

세계 지성과의 대화
논리란 무엇인가(정과리)
인문학과 정신적 동물의 왕국(김상환)

청소년을 위한 한국 문학
문학으로의 초대(김인환)
염려와 배려(최시한)

외국 문학의 수용과 한국 문학의 착근을 위하여
정명환 및 정명환 동세대 불문학자들의 번역의 의미(김윤진)

제3부 사람 정명환의 품격
정명환 선생님을 회상하며
선생님은 선생님이시다(심민화)
C학점에서 비판적 지성의 선용으로(이규현)
진솔하고 담백한 가르치심(최윤주)

정명환 선생님의 사람 멋
반사적 영광(김화영)|80세의 소년, 정명환 선생님(박정자)|정감 있고 명쾌한 말씨(강충권)|술잔 위의 파란 불꽃(이인성)|노트의 비밀(장근상)|배려와 소통(이재룡)

연보

정명환 선생 약력

정명환은 1929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지은 책으로 『한국작가와 지성』 『졸라와 자연주의』 『문학을 찾아서』 『문학을 생각하다』 『프랑스 지식인들과 한국전쟁』 『젊은이를 위한 문학이야기』, 옮긴 책으로 『20세기의 지적 모험』 『문학이란 무엇인가』 『말』 등이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한 후 현재는 가톨릭대학교 대우 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한국 사르트르연구회 대표이다.

작가 소개

오생근

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1983년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소설 3부작의 형태와 의미에 관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불문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명예교수이다.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 「동물의 이미지를 통해 본 이상의 상상세계」가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평론집으로 『삶을 위한 비평』(1978), 『현실의 논리와 비평』(1994), 『그리움으로 짓는 문학의 집』(2000), 『문학의 숲에서 느리게 걷기』(2003), 『위기와 희망』(2011) 등이, 연구서로 『프랑스어 문학과 현대성의 인식』(2007), 『미셸 푸코와 현대성』(2013), 『프랑스 현대 시 155편 깊이 읽기』(전2권, 2023)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프레베르 시집 『장례식에 가는 달팽이들의 노래』(2017), 프랑스 현대 시를 모은 『시의 힘으로 나는 다시 시작한다』(2020), 앙드레 브르통의 소설 『나자』(2008), 그리고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1994), 『육체의 고백』(2019)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우호학술상, 대한민국학술원상, 수당상을 수상했다.

정과리

1958년 대전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9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 「조세희론」으로 입선하며 평단에 나왔다. 저서로 『문학, 존재의 변증법』(1985),『존재의 변증법 2』(1986),『스밈과 짜임』(1988),『문명의 배꼽』(1998), 『무덤 속의 마젤란』(1999),『문학이라는 것의 욕망─존재의 변증법 4 』(2005),『문신공방 하나』(2005),『네안데르탈인의 귀환─소설의 문법』(2008), 『네안데르탈인의 귀향─내가 사랑한 시인들·처음』(2008) ,『글숨의 광합성─한국 소설의 내밀한 충동들』(2009) 등이 있으며, 소천비평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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