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억 광년의 고독

대산세계문학총서 081

원제 二十億光年の孤独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김응교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9년 2월 27일 | ISBN 9788932019451

사양 신국판 152x225mm · 253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
반세기가 넘는 시작 활동, 그 경쾌하고 깊고 아름다운 언어의 향연

첫 시집부터 최근작까지 총 31권의 시집에서 고른 대표시 117편 수록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의 81번째 책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선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이 출간되었다.

다니카와 슌타로는 “일본 국민의 대부분이 누가 쓴 작품인지 의식하지 않은 채 무심코 흥얼거릴 수 있는 시”(마이니치 신문)를 쓴, 말 그대로 일본의 “국민 시인”이다. 1950년 문예지 『문학계』를 통해 데뷔한 이후 최근까지 80여 종의 시집과 시선집을 출판하는 동안, 10만 부 이상 팔린 시집이 여려 권 있을 정도로 일본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다. 그의 시는 중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으며, 류이치 사카모토・야노 아키코 등 일본의 많은 음악인들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한 요미우리 문학상, 아사히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평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반세기가 넘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시를 쓰고 발표해온 시인의 시 세계를 단 몇 줄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비롯한 초기 시들이 ‘깔끔한 청순함’과 ‘풍부한 서정성’으로 주목받았다면, 이후에는 『정의』(1975), 『코카콜라 레슨』(1980) 등 다분히 실험적인 시를 쓰기도 했으며, 『아이노래』(1981), 『일학년생』(1988) 등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노래한 동시까지 발표하는 등 시인의 시 세계는 실로 무변하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작풍(作風)과는 상관없이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는 평이한 시어를 사용하면서도 시를 읽는 동안 독자들을 생(生)의 깊은 곳으로 안내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캄차카의 젊은이가
기린 꿈을 꾸고 있을 때
멕시코의 아가씨는
아침 안개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욕의 소녀가
미소 지으며 잠을 뒤척일 때
로마의 소년은
기둥 끝을 물들이는 아침 햇살에 윙크한다
이 지구에서는
언제나 어딘가에서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들은 아침을 릴레이하는 것이다
경도(經度)에서 경도로
말하자면 교대로 지구를 지킨다
자기 전에 잠깐 귀 기울여보면
어딘가 먼 곳에서 알람시계가 울리고 있다
그것은 당신이 보낸 아침을
누군가가 잘 받았다는 증거인 것이다
—「아침 릴레이」 전문

1968년 출간된 시집 『기도하지 않아도 좋은가』에 수록된 시 「아침 릴레이」는 다니카와 슌타로 시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쉬운 단어들이 의미 없이 나열되어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 나열에는 어떤 정렬된 이미지가 있어, 나열된 단어를 읽어나가다 보면 독자들의 뇌에 이미지가 축적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총체적으로 느끼게 되는 상상력의 융기(隆起)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괴테는 “아이들이 읽으면 동요가 되고, 젊은이들이 읽으면 철학이 되고, 늙은이가 읽으면 인생이 되는 그런 시가 좋은 시”라고 말한 바 있는데,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가 바로 괴테가 정의한 “좋은 시”에 정확하게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시는 일본 내에서 높이 평가되어 산세이도(三省堂)에서 출판된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수록되었으며, 2004년에 한 커피 회사의 TV 광고에 삽입되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다니카와 슌타로는 시인으로뿐만 아니라 작사가, 그림책 작가, 번역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그림책 작가로서는 산케이 아동 출판문학상을, 번역가로서는 일본번역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또한 데츠카 오사무의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나 이치가와 곤 감독의 대표작 「도쿄 올림픽」(1965)의 주제가 등을 작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3)의 엔딩을 장식하는 주제가 「세계의 약속」의 가사를 쓰기도 했다.

1.
눈물 속에 흔들리는 미소는
태초부터 시작된 세계의 약속

지금은 혼자라도 함께했던 어제부터
오늘은 태어나 빛나지
처음 만났던 날처럼

추억 속에 당신은 없어
산들바람이 되어 뺨을 스쳐오네

2.
나뭇잎 사이로 햇살, 오후의 이별 후에도
결코 끝나지 않은 세계의 약속

지금은 혼자라도 내일은 끝이 없어
당신이 가르쳐준
밤에 숨겨진 상냥함

추억 속에 당신은 없어
시냇물의 노래에 이 하늘의 색깔에
꽃향기에 언제까지나 살아
—「세계의 약속」 전문

그의 시 세계가 일본 내에서만 높이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그의 시집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슬로바키아어, 덴마크어, 중국어, 몽골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다. 1983년 미국에서 그의 시선집(The Selected Poems of Shuntaro Tanikawa, North Point Press)이 번역․출간되었을 때 『뉴욕타임스』는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는 이 세계를 위로의 공간으로 바꾸어놓는다”는 평과 함께, 이레적으로 번역 시집을 ‘타임스의 책Books of The Times’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책은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 실린 시를 중심으로,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세계를 오롯이 담은 시 117편과 산문 3편을 엄선하여 수록하고 있다.

인류는 작은 공[球] 위에서
자고 일어나고 그리고 일하며
때로는 화성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화성인은 작은 공 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혹은 네리리 하고 키르르 하고 하라라 하고 있는지)
그러나 때때로 지구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것은 확실한 것이다

만유인력이란
서로를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다

우주는 일그러져 있다
따라서 모두는 서로를 원한다

우주는 점점 팽창해간다
따라서 모두는 불안하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
나는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 전문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시」와 <시>

제1부 1952: 『이십억 광년의 고독』

먼 나라에서―서문을 대신하여 | 생장 | 나는 | 운명에 대하여 | 세대 | 그림 | 안개비 | 봄(春) | 정류장에서 | 기도 | 슬픔 | 비행기구름 | 지구가 너무도 사나운 날에는 | 서력 1950년 3월 | 경고를 믿는 노래 | 한 자루의 검은 우산 | 전차에서의 소박한 연설 | 책상즉흥 | 향수 | 숙제 | 주위 | 밤 | 봄(はる) | 화음 | 박물관 | 이십억 광년의 고독 | 나날 | 네로―사랑받았던 작은 개에게 | 하늘

제2부 1953~1974

소네트 31 | 소네트 41 | 소네트 50 | 소네트 62 | 해질녘 | 사랑―파울 클레에게 | 빌리 더 키드 | 지구로 떠나는 피크닉 | kiss | 두 개의 4월 | 시인 | 창―R.M.R에게 | 슬픔은 | hymn | 부탁 | 반복 | 9월 | 입맞춤 | 낯선 시남 | 황색 시인 | 아침 릴레이 | 강 | 아름다운 여름 아침에 | 새의 깃 1 | 산다 | 사랑의 시작 | 아침 축제 | 내가 노래하는 이유

제3부 1975~1989

일부 한정판 시집 『세계의 모형』 목록 | 잔디 | 질문집 | 좋은 아이 | 치통 | 운다 | 물의 윤회 | 그 사람이 노래를 부를 때 | 물을 읽는다 | 신문 | 죽은 남자가 남긴 것은 | 슬픔에 대해서 | 안녕 | 거짓말 | 알몸 | 비밀 | 전차 | 아(あ) | 다카시 군 | 심심해 | 만약에

제4부 1990~

자기소개 | 똑바로 | 5월의 노래 | 8월의 노래 | 9월의 노래 | 10월의 노래 | 11월의 노래 |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 미생 | 탄생 | 심장 | 이름 | 메아리 | 강 | 함께 | 여기 | 죽음 | 굶주림과 책 | 밤의 라디오 | 요케이 산 | 모차르트를 듣는 사람 | 세계의 약속 | 하얀 개가 있는 집 | 백세가 되어 | 숲에게 | 바람 | 재의 기쁨 | 사랑에 빠진 남자 | 이야기의 미래 | 책과 나무 | 음악 앞의…… | 있다 | 대지 | 상자 | 의자 | 끈 | 책 | 연필 | 노래해도 좋겠습니까 | 믿는다

제5부 산문

한 편의 시가 완성되기까지―자기와의 분리 | 시인과 우주 | 시인

옮긴이 해설․ 하늘의 시인, 다니카와

작가 소개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도쿄에서 철학자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50년 도요타마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문예지 『문학계』에 「네로」 등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이 되었다. 1952년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출판하며 황막하고 우울했던 1950년대 일본 전후戰後 문단에 참신한 상상력을 보여준 신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후 『62의 소네트』 『사랑에 대하여』 『그대에게』 『21』 『정의正義』 『코카콜라 레슨』 『매일매일의 지도』 등의 시집을 발표하면서 일본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시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또한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제가를 작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시집 외에도 동화, 그림책, 산문집, 대담집, 소설집, 번역서 등 2백여 종의 저서를 발간했다. 요미우리 문학상, 아사히상, 일본번역문화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다.

김응교 옮김

시인, 문학평론가. 연세대학교 신학과와 동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교,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와세다대학교 객원교수로 임용되어 10년간 강의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시집 『씨앗/통조림』 『부러진 나무에 귀를 대면』과 평론집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 『일본적 마음』 『일본의 이단아』 『韓國現代詩の魅惑』 등이, 옮긴 책은 『어둠의 아이들』, 일역판 고은 시선집 『いま, 君に詩が來たのか』(공역) 등이 있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3 +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