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근대 소설의 효시’로 세계 문학사에 기록된
18세기 최고의 인기 소설
세계 문학사에서 ‘서구 근대 소설의 효시’로 인정받는, 새뮤얼 리처드슨의 장편소설 『파멜라』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1740년 영국에서 출간된 『파멜라』는 18세기 유럽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 소설이자 당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소설이었다. 또한 최초의 서간체 소설로 알려져 있으며, 영국을 대표하는 서간체 소설로 프랑스의 『위험한 관계』(쇼데를로 드 라클로 지음, 1782), 독일의 『젊은 베르터의 슬픔』(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1784)과 함께 세계적인 서간체 소설로 꼽힌다. 국내에는 이번에 최초로 번역·소개된다.
『파멜라』는 영국의 성공한 인쇄업자였던 새뮤얼 리처드슨의 데뷔작으로, 리처드슨은 동료 인쇄업자로부터 편지 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모범적 편지 형식을 보여주는 서한집을 써달라는 권유를 받고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의 가능성에 대한 힌트를 얻어 『파멜라』를 집필했다. 소설은 한 귀족 부인의 몸종으로 일하던 15세 소녀 파멜라가 자신을 농락하려는 부인의 아들 B― 씨의 사악한 의도에 맞서 끝까지 부정한 관계를 거부하고 정조를 지키다 결국 B― 씨의 마음을 돌려 정식 결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또는, 미덕의 보답’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주인공 파멜라처럼 어떠한 악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미덕을 지키면 보상을 받게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많은 독자들의 관심 속에 1년 만에 5판을 찍는 등 이른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후 프랑스어 등으로 번역되어 유럽 전역에서 『파멜라』를 모르면 문화인이 아니라고 여겨질 정도로 선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엄청난 인기에 편승해 존 켈리를 비롯한 여러 작가들이 유사한 작품을 써서 발표하자, 리처드슨은 직접 후속편을 써서 발표하기도 했다.
『파멜라』를 ‘근대 소설의 효시’라고 하는 이유는 기존의 종교적․도덕적 우의 소설(寓意小說)과는 다르게 가정생활 문제, 특히 연애와 결혼 문제를 소재로 택했다는 점과 등장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문학 기법을 도입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런 변화는 문학의 수용자 계층을 바꾸어놓았다. 즉, 『파멜라』 이전까지의 소설이 귀족과 종교인 계층의 전유물이었다면, 『파멜라』 이후의 소설은 일반 서민 계층에서 향유하게 되었고, 이로써 비로소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소설이 시작된 것이다.
250여 년 전 소설이지만, 파멜라의 시시각각 변하는 미묘한 심리 묘사와 아슬아슬한 상황을 간신히 모면해나가는 모험담, 그리고 마침내 모든 역경을 딛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에 성공하는 낭만적 사랑 이야기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작품의 줄거리
B― 씨는 그녀를 부모에게 돌려보내기로 하고, 결국 파멜라는 부모를 향해 링컨셔를 떠난다. 파멜라가 떠나자 크게 상심하여 병이 난 B― 씨는 파멜라에게 급히 돌아와주기를 간청하면서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파멜라는 편지를 받고 감동하여 그녀 역시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링컨셔로 돌아간다.
마침내 그들은 작은 예배당에서 윌리엄스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린다. B― 씨가 몸종과 결혼한 것을 의아해하던 이웃 귀족들도 파멜라를 직접 보고 난 뒤에는 그 외모와 품성에 반해 모두들 그녀를 칭송하게 된다. 이제 이 결혼의 유일한 골칫거리는 B― 씨의 누나인 대버스 부인이다. 그녀가 남동생이 몸종과 결혼한 사실에 대해 몹시 불쾌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버스 부인은 링컨셔로 찾아와 파멜라를 모욕하고 B― 씨와 심한 언쟁을 벌이지만, 파멜라가 B― 씨로 인해 겪어야 했던 고통들에 대해 거짓 없이 쓴 편지들을 읽고 난 뒤에는 파멜라에게 동정을 느끼고 그녀의 진심을 이해하게 된다.
이후 파멜라는 늘 주변에 모범을 보이고 현명한 자선으로 선을 행함으로써,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미덕과 자선에 대한 보답을 누리게 된다.
책 속으로
오, 기뻐 날뛰는 내 심장아! 그것은 내 가슴속에서 얼마나 세차게 고동치는지! 그처럼 소중한 신사에 사랑에 꺾였다고 방금 전에 자신을 심하게 질책한 데 대해 마치 비난하기라도 하는 듯하구나!―그러나 너무 쉽게 믿지 않도록 조심해라. 오, 맹목적으로 믿는 심장아! 우리가 소망하는 것들은 우리 마음속에서 너무 쉽게 신용을 얻는 경향이 있지 않니. [……] 이렇게 바보처럼 전 제 심장과 대화했답니다. 그렇지만 언제라도 이 심장이 바로 파멜라인 걸요. (64~65쪽)
사랑하는 부모님, 부모님의 행복한 행복한, 세 배로 행복한 파멜라는 마침내 결혼을 했답니다. 그것도 누구와?―물론 그녀가 사랑하는 친절한 주인과요! 그녀의 소망의 주인인 분과요!―이와 같이 제 사랑하는 사람은 예전에는 그녀의 순결에 대한 사악한 공격자였지만 지금은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섭리로 그녀의 순결에 대한 친절하고 관대한 보호자요 보답자가 되었지요. 하느님께서는 영원히 찬미받고 찬양받으소서! 그리고 제가 이러한 뛰어난 영광을 받기에 완전히 부족하지는 않게 해주시길! (236쪽)
일기는 계속된다
옮긴이 해설·새뮤얼 리처드슨과 『파멜라』
작가 연보
기획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