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생생한 상상력과 힘 있는 이야기로 탄생한 웅장한 판타지!
■ 놀랍도록 풍부한 은유와 상징으로 빚어낸 이야기
『어둠이 떠오른다』의 작가 수잔 쿠퍼는 『반지의 제왕』의 톨킨과 『나니아 연대기』의 C. S. 루이스의 뒤를 잇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잔 쿠퍼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은 1970년대를 대표하는 판타지인 『어둠이 떠오른다The Dark is Rising』의 연작들로 『바다 위, 돌 아래Over Sea, Under Stone』 『그린위치Greenwitch』 『회색 왕The Grey King』 『나무 위의 은Silver on the Tree』 등이 그에 속한다. 수잔 쿠퍼는 판타지의 핵심인 선과 악의 투쟁을 장렬하고도 힘 있게 그려내면서도 주인공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두려움, 놀라움, 망설임, 슬픔 등 심리적인 묘사도 치밀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는 많은 은유와 상징이 포진해 있다. 악의 세력에 맞서 주인공이 반드시 찾아내야 할 사인들이 그것이지만, 그 외에도 아서 왕 이야기, 성배 이야기 같은 고전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또한 작품의 배경이 영국이기 때문에 영국 여러 지방의 전설과 신화를 차용한 부분도 많다. 이렇듯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하나의 큰 톱니바퀴에 맞물려 각각의 사건과 상황에 잘 녹아 들어가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뿐 아니라 판타지의 공간성과 시간성을 초월하는 데 있어서도 그 흐름을 유려하게 만들어 준다.
형제 많은 집의 막내 윌 스탠턴은 집에서의 소란이 익숙한 열한 살 난 소년이다. 막내답게 형들과 누나들의 온갖 심부름과 꾐에서 하루도 자유로울 날이 없지만 윌은 그런 생활이 만족스럽기만 하다. 이제 열한 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세상이 온통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다. 게다가 생일이 크리스마스 사흘 전 동짓날이기 때문에 윌은 누구보다 들뜬 마음으로 집안일을 거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윌의 열한 번째 생일 전날, 세상은 갑자기 공포로 가득 찬다. 비명을 지르는 라디오, 윌을 무서워하는 토끼들, 사람을 공격하는 당까마귀들, 게다가 도슨 농장의 도슨 아저씨는 윌에게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워커가 나왔다. 오늘 밤은 악한 밤이 될 거고, 내일은 상상을 초월할 거다.” 또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심하면서 이상하게 생긴 사인을 건넨다. 이 일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생일날 아침, 윌 스탠턴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영원히 죽지 않는 올드 원 중 마지막 멤버라는 것과 여섯 개의 사인을 찾아 결합시키는 임무를 띠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올드 원은 어둠의 악한 힘에 맞서 싸우며 세계를 지키는, 불사의 존재들이다. 어둠과 빛 사이의 마지막 전투에서 빛의 사람들을 도와 줄 여섯 개의 마법 사인을 찾는 일에 ‘사인 탐색자’ 윌이 뛰어들게 된다. 어둠의 힘이 세상 전체를 얼려 버릴 듯 눈과 추위를 몰고 들이닥치는 겨울날, 윌의 싸움이 시작된다.
■ 선과 악의 치열하고 장대한 싸움
어둠이 떠오를 때 여섯이 그를 몰아내리라.
셋은 서클에서, 셋은 궤도에서.
나무, 청동, 쇠, 물, 불, 돌.
다섯은 돌아오고, 하나는 홀로 가리라.
풍부한 은유로 윌이 사인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해 주는 메리맨과 노부인. 이들은 시공간을 초월해 때로는 젊은이의 모습으로, 때로는 엄한 주인의 모습으로 윌에게 두려움과 위기가 닥칠 때마다 길라잡이 역할을 해 준다. 윌 스탠턴의 편에 메리맨이 있다면 어둠의 세력 편에는 라이더가 있다. 그는 어둠의 하수인으로 윌과 그의 가족들을 위협해 윌이 사인을 찾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악한 일을 도모한다. 그럴수록 윌은 사인을 찾는 소명을 다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위험에 맞선다.
판타지의 중요한 속성인 선과 악의 대결 구도를 작가는 현란한 시각·청각 이미지와 인물들의 깊은 심리 묘사를 통해 장엄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호흡이 길고 상징적인 문장들은 때론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 그 긴장감은 독자들을 쉼 없이 작가가 완벽하게 창조해 낸 세계 속으로 빨아들이는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빠른 전개와 탄탄한 구성, 다른 존재를 같은 시간 속에 가두어 굳혀 놓고 주인공들이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상상력 등은 다소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이야기에 속도감을 더해 준다.
선과 악의 치열하고 장대한 싸움, 주인공이 겪는 좌절과 기쁨, 이 세상에 존재하는 빛과 어둠. 이 대비되는 가치와 감정들을 통해 독자들은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주인공과 함께 좌절을 맞보기도 한다. 장엄한 이야기 안에서 수많은 상황에 맞닥뜨리며 자신을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판타지를 읽는 또 하나의 큰 즐거움일 것이다. 수잔 쿠퍼는 그러한 장치들을 탁월한 솜씨로 잘 빚어 놓았다.
[연합뉴스] 2008.01.16
■ 아동신간
어둠이 떠오른다 = 수잔 쿠퍼 지음. 김서정 옮김.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올드원’의 멤버인 소년 윌이 선과 악의 싸움에 휘말리며 겪는 모험을 담은 판타지 동화. 미국의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뉴베리 아너 상을 받았다.
문학과지성사. 448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