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자잘한 이야기들을
건강한 유머와 따뜻한 웃음으로 비벼놓은
우리 시대 대표 가족만화
『비빔툰』 7권 출간
『비빔툰』은 만화가 홍승우가 1999년부터 현재까지 한겨레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가족만화로, 아버지 정보통·어머니 생활미·아들 다운·딸 겨운 등 네 식구로 이뤄진 평범한 가족의 자잘한 일상을 따뜻한 유머와 촉촉한 감성으로 버무린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표제인 ‘비빔툰’은, 우리 삶의 대부분은 아주 작은 감정들이 비빔밥 비벼지듯 서로 모여 만들어진다는 의미의 ‘비빔’과 만화를 뜻하는 ‘툰’을 조합한 것이다.
어느덧 햇수로 10년째 연재되고 있는 『비빔툰』은 연령층과 성별을 초월해 많은 독자들의 열렬하고도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오늘의 우리만화상’(2001), ‘대한민국 출판문화대상 출판상’(2002) 등을 수상하며 국내에서 이미 높은 평가를 받은 『비빔툰』은 이제 중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를 넘어 독일에도 판권이 수출되는 등 해외에서까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작가 특유의 과장 없는 묘사와 지루한 일상 속에서도 번득이는 유머를 끄집어내는 통찰력으로 독자들의 입가에서는 시종일관 씨익,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대개의 연재만화들과는 달리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오랫동안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건 이 만화가 그만큼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2007년 10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홍승우 작가는 『비빔툰』 독일어판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 독일 독자가 “만화가 따뜻해서 좋다. 하지만 우리들 삶이 그렇게 따뜻하기만 한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비빔툰』 시리즈가 독자들의 광범위한 사랑을 받는 이유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삶을 바라볼 때 리모컨으로 빨리감기 하여 보듯 보지 마세요. 천천히 돌려 보세요. 그렇게 보면 의외로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는 장면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내가 이런 행동과 표정을 지녔었던가? 그런 감정을 느꼈었던가? 이런 태도로 삶을 바라보면 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이 지겨운 것은 그런 많은 순간들을 빨리 감아 흘려보냈기 때문이 아닐까요? 행복이라는 게 단순한 일상 속에서 그런 순간들을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요?”
비빔툰의 시즌 2가 시작되다
다운이가 학교에 가요!
독자들의 기호가 시시각각 변하는 가운데 한 만화가가 오랫동안 같은 작품을 꾸준히 연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해외에서는 찰스 슐츠Charles M. Schulz가 1950년부터 2000년 사망하기 직전까지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가 등장하는 피너츠Peanuts 시리즈를 무려 50년 동안이나 연재하는 등 이런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이런 경우가 없었다. 『비빔툰』 7권에 수록된 ‘비빔툰의 길’이란 제목의 「작가의 말」(p. 216)에서 홍승우 작가는 다운이·겨운이가 유아, 소년·소녀, 청소년, 성인을 거쳐 노년이 될 때까지 『비빔툰』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비빔툰』 7권에서 ‘비빔툰의 길’은 유아기를 지나 소년․소녀기로 이른다. 부제 ‘다운이가 학교에 가요’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다운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8년 전 다운이가 태어날 때부터 『비빔툰』을 쭉 지켜봐온 독자라면 정보통·생활미 부부가 다운이의 취학 통지서를 받고 감동하는 장면에 남다른 감회를 느낄 것이다.
이제 정보통·생활미 부부는 학부모로서 다운이의 입학식, 수업 참관, 운동회 등 각종 학교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 소재는 달라졌어도 『비빔툰』 시리즈의 미덕의 여전하다. 심각한 주제의식을 담거나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의 단면들을 유머러스하게 스케치해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부부란, 가족이란 어떤 것인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비빔툰의 길’은 아직도 멀지만, 한 단계 나아간 걸 자축하기 위해 표제의 글자체 및 판형을 바꾸고 표지와 본문 구성도 새롭게 하는 등, 디자인에 한층 더 신경을 써 보다 산뜻하게 꾸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