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운명의 부조리와 존재의 불안을
난해하고도 독특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작품화하여
그의 사후 시공을 초월하는 ‘카프카 열풍’을 낳은
‘20세기의 위대한 천재 작가’ 카프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사르트르와 카뮈가 추앙했던 그를,
이제 작가 카프카가 아닌 인간 카프카로 마주한다.
카프카의 소설과 일기, 각종 문헌에서도 미처 알 수 없었던
그의 숨은 진실들이 우리의 영혼을 새롭게 일깨운다.
_원서명:카프카와의 대화 Gespräche mit Kafka
_출판사명, 출판 연도:S. Fischer Verlag GmbH, Frankfurt am Main, 1968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단정히 빗어 넘긴 검은색 머리칼, 우뚝 솟은 코, 눈에 띄게 좁은 이마, 크고 풍부한 표현력을 품은 회청색 두 눈의 어둠과 광채, 온화한 양손의 세련된 움직임, 나직한 목소리, 잦은 기침 발작, 소멸의 그림자 속에서 달콤하지만 씁쓸하게 부서지는 미소, 그리고 변함없이 유일하기에 결코 반복되지 않는 영원한 개성. 이 모두는 20세기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체코 프라하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작가 카프카에 대한 소묘이다.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20세기의 위대한 천재 작가로, 국내에서도 가장 폭넓은 독자층을 거느린 독일 문학사에 빛나는 별, 카프카. 그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번역서와 연구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시를 쓰고 문학을 동경했던 저자 야누흐는 카프카와의 운명적 만남 이후 자신의 전 생을 카프카의, 카프카에 의한, 카프카를 위한 시간으로 꾸렸다.
카프카에게 청춘의 영혼과 인생 전부를 사로잡혔던 한 청년의 회상과 기록
『카프카와의 대화』(문학과지성사, 2007)는 저자 구스타프 야누흐가 1920년 자신의 나이 열일곱 살에 부친과 함께 당시 프라하 노동자재해보험공사의 법률관으로 근무하던 서른일곱의 카프카를 만나, 1924년 지병으로 카프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4년여 동안 그와 나눈 대화를 회상하고 또 기록한 책이다. 헤아릴 수 없는 깊이와 폭, 다양성으로 현대문학의 한 장을 새롭게 열어놓은 프란츠 카프카를 개인적으로 알았던 프라하의 마지막 사람으로서, 야누흐는 열정적이면서도 성실한 목소리로 회상록을 채워놓고 있다.
야누흐는 카프카와 함께했던 4년의 매 순간을, 각종 인용문, 시, 짧은 신문기사 스크랩, 문학적 구상과 착상, 일화, 콩트, 무엇보다도 다양한 사물들과 사건들에 대한 카프카의 진술로 기록한다. 자칫 카프카의 잠언을 묶은 평범한 격언집에 머물 수도 있었을 이 책에서 저자는, 그의 일기와 그가 ‘사상 창고’라 불렀던 카프카가 남긴 모든 기억을, 유려한 수사나 그럴듯한 문학적 포즈를 접은 채 써내려가고 있다.
“인생은 우리 머리 위에 있는 별의 심연처럼 엄청나게 위대하고 오묘해요.
인간은 자신의 개인적인 실존이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서만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그러면 그때 인간은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죠.
그 때문에 그 구멍을 무엇보다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해요.”
―본문 428쪽에서
1951년에 첫 출간된 이후 야누흐의 『카프카와의 대화』는 상당수의 카프카 연구자들에 의해 신뢰할 만한 문헌으로, 카프카의 전기에 관한 중요한 논문으로 그리고 그의 작품에 대한 적절한 보충자료로 수용되어왔다. 특히 증보판이 출간되자 즉시 이 책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소리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들어 있는 카프카의 발언들이 지금까지 거의 일반적으로 수용되어오고 있다.
이 책의 신빙성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에 의심을 받기도 했다. 즉 카프카가 살아 있을 때 그의 죽마고우였던 브로트가 카프카와 야누흐의 교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 둘째 야누흐가 전하는 대화의 범위가 카프카와의 가능한 만남의 회수를 훨씬 상회하고, 이 기억들이 카프카의 다른 친구들과 지기(知己)들의 기억보다 훨씬 더 수효가 많고 상세하다는 점, 셋째 야누흐의 카프카는 독자가 작가의 작품들과 삶의 증거들에 대해 제기하려다 실패한 질문에 기꺼이 또 분명하게 답변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프카와의 대화』가 사실관계 면에서 제법 많은 실수들(이름, 제목, 날짜, 지명 등)을 담고 있다는 점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실수들은 비평의 주목을 그다지 끌지 못했다. 원인을 따져보면, 야누흐의 기록을 호의적으로 보는 두 가지 사실과 관련이 있다. 첫째는 이 책이 카프카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증언들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는 시점에 일반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둘째는 이 일이 당시 카프카 문제에서 최고 권위자인 막스 브로트의 비호를 받으며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막스 브로트가 이 책에 진품이라는 날인을 하고 더없는 상찬으로 이 책을 추천하자, 비평가들, 연구자들 그리고 독자들도 이 책을 호의적으로 수용하기에 이르렀던 것. 이는 이 책에 담긴 상당히 많은 카프카의 발언들이 우리가 카프카에게 제기하고 싶은 질문들에 친절하게 대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히려 이것이 이 책이 지닌 유혹적인 측면인 동시에 의심스러운 측면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카프카의 삶의 증인인 막스 브로트와 도라 디아만트는 이 책에 제시된 기억들이 대체로 사실과 부합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 한 예로 글의 문체를 들었다. 즉 카프카는 단어의 유희를 좋아했으며 상투적인 개념들은 피했는데, 이 책의 문체와 내용이 다른 전기적 기록들인 일기, 편지 그리고 당시 야누흐가 알지 못했던 브로트의 전기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비록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카프카에 대한 중요한 문학적 연구 자료임은 틀림없다. 야누흐는 카프카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하고 전달해야만 하고, 그 세부적인 내용 모두가 카프카 문학을 해명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으며, 카프카의 개성을 침묵으로 은폐해서는 안 된다는 주변의 카프카 연구자들의 충고에 따라 거역할 수 없는 책임감에서, 카프카가 정적 속에서 수행한 진실과 진실한 삶을 획득하기 위한 격전(激戰)을 우리에게 중계하고 있다.
이 책은 프랑스어(1952, 1988), 스페인어(1956, 1969), 헝가리어(1972), 네덜란드어(1981), 영어(1985), 히브리어(1987), 러시아어(1989, 부분 번역), 폴란드어(1990, 부분 번역), 스웨덴어(1991), 중국어(1991), 덴마크어(1993)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됐고, 한국에서는 2종의 번역이 나왔었다(1969, 부분 번역과 1988, 완역 현재 모두 절판). 번역 텍스트는 1981년 피셔 출판사가 발행한 구스타프 야누흐의『카프카와의 대화, 기록과 회상』이 사용됐음을 밝힌다. ― 옮긴이 편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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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는 1883년 7월 3일, 체코의 프라하에서 유대인 상인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01년 프라하의 왕립 독일 카를 페르디난트 대학에서 독문학과 법학을 공부하였으며, 1906년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08년 프라하의 보헤미아 왕국 노동자재해보험공사에 법률가로 입사하여 1922년 은퇴할 때까지 14년간 이곳에서 근무했다. 1904년 단편 「어느 싸움의 기록」을 시작으로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 「선고」 「변신」 「유형지에서」 등의 단편소설과 『실종자』 『심판』 『성』 『소송』 등의 장편소설, 그리고 산문집 『관찰』 『시골 의사』 『단식 광대』과 서간문과 일기에 이르는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지병인 폐결핵의 악화로 1924년 6월 3일, 오스트리아 빈 근교 키얼링의 한 요양원에서 사망하여, 프라하 슈트라슈니츠 유대인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카프카 작품의 대다수는 그의 막역한 벗이자 편집자였던 막스 브로트에 의해 카프카 사후에 정리,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