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위의 돼지

김태용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7년 11월 16일 | ISBN 9788932018201

사양 양장 · · 304쪽 | 가격 10,000원

수상/추천: 한국일보 문학상

책소개

그로테스크한 풍경 속에 흔적 없이 해체되는 전통 가족 서사
김태용 첫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

“나는 네 애비가 아니다”
누구의 자식도 아닌 아이들, 누구의 아버지도 아닌 아버지들이
함께 사는 전복적 공동체의 탄생!
언어만 남고 의미는 사라지는 지점에 서 있는 그들을 만난다.

무엇보다 기괴하고 무엇보다 흥미롭다, 김태용 첫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
풀밭 위에 아내가 누워 있고, 아내의 남편이 누워 있고, 돼지가 누워 있다. 돼지는 남편의 몸 위를 폴짝 뛰어 넘어 아내의 옆으로 간다. 아내는 돼지가 싫지 않은 눈치다. 아내와 남편과 돼지가 한 풀밭에 누워 엉겨 있는 모습에 대한 묘사가 묘한 성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관계’에 중점이 맞춰졌던 전통적인 가족 서사를 해체한다. 신예작가 김태용의 「풀밭 위의 돼지」는 발표 당시부터 문단의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전복적이다” “기괴하며 매우 흥미롭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번 문학과지성사의 김태용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의 출간으로 더 많은 독자들이 2007년의 진정한 문제작가 김태용을 읽게 되기를 기대한다.

2년 동안 10편의 단편소설 완성,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제작
김태용은 2005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오른쪽에서 세번째 집」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여러 문예지에 활발히 작품을 발표해, 등단 2년 만에 10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한 작품집을 출간하였다. 10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하는 데 걸린 2년이란 시간은 작가에겐 가히 길지 않은, 한마디로 고속으로 행진하며 집필에만 열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태용이 발표한 이 10편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문제작’이라는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읽고 난 후엔 어김없이 ‘기괴함’으로만 이루어진 낯선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죽은 아내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치매에 걸린 노인의 이야기 「풀밭 위의 돼지」, 친구의 아내와 욕망관계에 있는 사내가 등장하는 「검은 태양 아래」, 죽은 아빠가 들어 있는 병과 함께 살아가는 이상한 가족들의 이야기 「오른쪽에서 세번째 집」, 절대로 침낭에서밖에는 잠들 수 없는 남자가 등장하는 「잠」 등 10편의 소설은 모두 김태용의 작품세계가 매우 뚜렷한 망 안에 있으며 또한 초지일관 한결같은 것임을 대변한다.

‘오독’을 잉태한 글쓰기와 글읽기
그는 「작가의 말」에서 ‘오독의 과정이 곧 글쓰기’이며 ‘언어를 찾고 나면 나의 글을 오독하겠지’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김태용의 소설관을 대략 알 수 있다. 앞의 말을 보면 일견 김태용은 ‘오독’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김태용의 소설 속 문장을 읽으면 사실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은 우리들의 ‘오독’인 것으로 보여진다. 뚜렷한 서사를 제시하지 않는 점, 이야기 맥락의 전과 후를 일부러 해치는 동어반복과 상상을 초월하는 뛰어넘기,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무의미화 시키는 작업 등, 그의 소설 곳곳에서 우리는 이토록 흥미롭게 읽히는 작가를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런 소설 형식상의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가 되는 김태용의 작업에 대해서는 책 말미에 있는 문학평론가 김형중의 해설을 참고할 수 있다. “편집증적 자동기술과 무의미한 언어들의 중얼거림으로 상징계의 질서를 거부하는 소설들”이라는 그의 평은 김태용이 이러한 소설 기법을 창조해냄으로써 가고자 하는 지점을 명쾌히 잡아주고 있다. 김태용의 작품세계는 이 시대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매력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언어만 남고 의미는 사라지는 불가능한 지점에 한국 문학의 신기원을 세울 것으로 기대한다.

김태용의 화자들이 보여준 편집증적 자동기술과 무의미한 언어들의 중얼거림은 상징계의 질서를 거부했으나 그 바깥으로 나가지는 못한 자들의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의 소산이다. 강박적으로 떠벌이지 않는 한 그 불안은 소멸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게다가 그것은 포스트구조주의 이후의 세계를 살아가는 소설가에게 주어진 몇 안 되는 대안들 중 하나이다. 차라리, 사랑! 차라리, 수다! 차라리, 침묵! 차라리, 글쓰기! 그러니까 쓰면서 지우기…… _해설, 김형중(문학평론가)

■ 주요 작품 줄거리

검은 태양 아래
친구의 결혼식에 사회자 역할을 해주기로 한 나는 그곳에서 평소에 흠모하던 여자를 만난다. 그러나 친구가 그 여자에 대해서 좋지 않게 말하는 것을 보고 친구의 결혼식 사회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다. 친구의 아내는 얼마 후 임신을 한 뒤 나에게 뱃속의 아이는 나의 아이라고 고백하고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친구는 따로이 나를 찾아와 아이의 대부가 되어달라고 말하지만, 친구의 아내는 사산을 하고 만다.

언젠가 부풀 대로 부풀어 오른 그녀의 배와 뾰족할 대로 뾰족해지고,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진 우산 촉이 만나게 될 것이다. 우산 촉이 아주 조금만 살에 닿아도 그녀의 배는 터져버리고 말 것이다. 그녀의 터진 뱃속에서 빠져나오는 피와 물과 점액과 쭈글쭈글한 살점들을 수습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내가 너의 아버지다. 그쯤 되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친구는 몇 번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버렸다. _「검은 태양 아래」 중에서

풀밭 위의 돼지
나는 아내와 돼지와 함께 산다. 나와 아내와 돼지는 한가로이 풀밭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 나는 자신이 죽으면 돼지가 아내를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고 실제로 돼지의 행동에서 돼지에게 그러한 낌새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철학교수인 아들이 찾아와 어머니는 오래전에 죽었으니 자신과 함께 외국으로 떠나자고 말하고 나는 그러한 아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아들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심지어 아들이 철학교수가 된 것도 자신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들에게 ‘나는 너의 아버지가 아니다’라는 말을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녀는 돼지의 불알을 걷어찼다. 보라색 슬리퍼가 벗겨지면서 때가 잔뜩 낀 발이 드러났다. 일조와 수분으로도 이제 어찌할 도리가 없는 고목처럼 그녀의 발은 앙상하게 말라 있다. 오래전부터 그녀의 발을 씻겨줘야지 마음먹고 있었지만 한 번도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돼지는 ?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우리 안쪽으로 도망쳤다. 돼지가 도망친 곳에는 소주병이 굴러다니고 있다. 언젠가 내가 마시고 술김에 던진 것이다. 소주병은 정확히 돼지의 코에 맞았는데 그때도 돼지는 ?이라는 비명을 질렀다. 돼지의 ? 소리를 듣고 나 역시

목차

검은 태양 아래
풀밭위의 돼지
오른쪽에서 세번째 집
유리방
중력은 고마워

차라리, 사랑
벙어리
편백나무 숲 밖으로
궤적

해설 차라리, 글쓰기_김형중
작가의 말

작가 소개

김태용 지음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5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 『포주 이야기』와 장편소설 『숨김없이 남김없이』『벌거숭이들』이 있다. 2008년 한국일보문학상, 2012년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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