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 깊이 읽기
분야 우리 문학 깊이 읽기
연륜이 더해질수록 그 힘 있는 문학 세계를 펼쳐 보이며 우리 문학계에 훌륭한 자양분의 역할을 담당해온 문학인들의 면면을 정리하고자 기획된 문학과지성사의 <우리 문학 깊이 읽기> 시리즈는 그동안 소설가 홍성원·김주영·이청준·박상륭·김원일, 시인 황동규·마종기·정현종·김광규·오규원, 평론가 김병익·김치수·김주연·오생근 등을 대상으로 그들의 문학 세계를 조명해온 바 있다. 명실공히 한국 현대 문단사의 한 매듭 매듭마다 크고 작은 울림을 가져오며 고난과 영광을 같이한 살아 있는 증인들을 한데서 일별하는 뜻깊은 기획으로 자리매김해온 <우리 문학 깊이 읽기> 시리즈가 그 열다섯번째 주인공으로 작가 오정희를 초대한다.
『오정희 깊이 읽기』(문학과지성사, 2007)는, 올해 갑년을 맞은 작가 오정희의 인생 60년, 문학 역정 40년(오정희는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의 풍경을 그 부분적인 형태로나마 담고 있다. 과작의 작가로서 드러낸 것보다 행간에 숨긴 것이 더 많은 오정희의 삶과 문학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충실하고자 기획된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는 작가 오정희와의 육성 대담, 그의 문학을 낳고 기른 작가 안팎의 이야기들이 한 편의 동화처럼 그려진 자전 에세이 4편을 비롯해 춘천에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했던 작가 전상국이 쓴 솔직하고 섬세한 인물론으로 꾸며진다. 텍스트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웠던 오정희 문학에 이르는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부는 그 동안 오정희 소설과 성찰적으로 대화했던 비평·논문들로 구성된다. 우선 7,80년대에 발표된 오정희 소설과 통어하고 이를 분석했던 필자 14명의 다양한 시각과 비평의 목소리를 한곳에서 살피는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그 뒤를 이어 해외에 번역 소개된 오정희의 작품을 근간으로 삼아, 한국 문학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풀어야 할 숙제와 그 나아갈 바를 집중 분석하는 김용민 교수의 글과,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비평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던 90년대 오정희 문학을 재점검하는 이광호 교수의 글이 새로 실렸다. 오정희 문학에 대한 다양한 독서로는 물론이요, 여전히 후배 문학도들에게 청청한 교범으로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오정희 문학의 현재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3부는 그 동안 오정희 문학의 탄생과 함께했던 가족, 동료 작가, 지인들이 쓴 인간 오정희에 대한 따듯한 소묘들을 묶었다. 오랜 시간 혹은 단편적 시간을 함께했던 그들이 그리는 오정희는 그의 문학으로 읽히는 것과 동일하게 혹은 사뭇 다른 모습으로 수다한 이야기를 낳고 있다. 특히 작가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발표한 처녀소설 「노래기」가 최초로 실려 이 책의 기획의 기쁨을 더해준다. 아울러 작가가 정성스럽게 적은 자술 연보와 엮은이가 꼼꼼히 정리한 학위논문과 참고문헌은 오정희 문학을 이해하는 데 그의 텍스트만큼이나 상당히 깊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오정희의 소설은 구리거울에 새겨진 인생과 우주의 만화경이다. 어떤 이는 거기서 불안과 공포의 늪을 건너는 섬뜩한 아름다움을 읽어내고, 또 다른 어떤 이는 선험적인 고향을 상실한 잃어버린 영혼들의 존재론적 심연을 응시한다. 일상적이고 제도적으로 자동화된 세상의 질서를 낯설면서도 날카롭게 해부하는 시선의 메스에 놀라기도 하고, 자기 안의 넋의 우주적 부활을 위한 닫힌 듯 열린 몽상에 동참하기도 한다. 의미를 소진한 죽음의 동굴에서 긴장하면서 환멸의 풍경, 그 심연에서 새로운 문학적 우주를 지피는 작가의 현묘한 연금술에 경탄하기도 한다. 하긴 오정희 문학이란 휴화산에서 무엇을 읽지 못할 것인가. 눈 있는 자, 거기서 뜨거움에서 차가움에 이르기까지 생과 우주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인하게 된다.
_우찬제, 「책을 엮으며」
오정희에 사로잡힌 적이 없이 문학을 한다는 것은 가능한가? 한국에서 문학에 대한 치명적인 열정에 붙들린다는 것은 ‘오정희’의 세계에 매혹 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정희’라는 이름은 ‘문학’ 그 자체와 동의어이다. 그의 소설의 정밀하고 비밀스럽고 무서운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이제 아무런 발견의 감동도 주지 못한다. 그것은 한국현대문학이 보유한 살아 있는 신화에 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정희라는 텍스트의 전모가 드러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정희라는 텍스트는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수원(水源)과 같아서, 그 물줄기의 근원을 전면적으로 탐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간의 우기와 건기를 거치면서 그곳은 다른 형태와 깊이로 움직인다.
오정희의 초기 소설들이 보여준 폭발적인 강렬함과, 그리고 그가 집중적인 창작 활동을 전개했던 70~80년대 작품에 대한 관심 때문에, 90년대 이후의 오정희 문학에 대한 비평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옛 우물」(1994)과 『새』(1995)의 놀라운 문학적 성취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들이 가지는 개별적 문학성과 70~80년대 소설과의 관계가 적극적으로 맥락화된 적은 많지 않았다. ‘90년대’ 이후의 오정희를 읽는 것은 그래서 넓게 보면 오정희 문학의 현재성을 재문맥화하는 작업이 될 수 있다. 90년대의 오정희는 그 이전의 오정희와의 내밀한 교섭 속에서 자기 문학의 공간을 심화하면서 확장했다. 그리고 오정희는 여전히 ‘활동하는’ 작가라는 측면에서 90년대의 오정희를 읽는 것은 오정희 문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의미 있는 탐색이 될 수 있다.
_이광호, 「그녀 몸 안에, 깊은 물의 시간들―오정희의 90년대 소설」
책을 엮으며
제1부 거울 앞에서
대담
한없이 내성적인, 한없이 다성적인(오정희/우찬제)
자전 에세이
이야기의 안과 밖 1|거울 앞에서(오정희)
이야기의 안과 밖 2|내 소설 속의 아이들(오정희)
이야기의 안과 밖 3|두 마리의 개(오정희)
이야기의 안과 밖 4|열 마리의 개(오정희)
인물론
오정희 작가 민그림(전상국)
제2부 휴화산의 내부
살의의 섬뜩한 아름다움(김현)
오정희의 「별사」 수수께끼(이상섭)
원체험과 변형 의식(권오룡)
존재의 심연에의 응시(성민엽)
휴화산(休火山)의 내부(이남호)
오정희 ‘문체’의 ‘문채’(이상신)
허구적 삶과 비관적 인식(오생근)
불을 안고 강 건너기(황도경)
여성적 정체성을 가꾼다는 것(김혜순)
외출과 귀환의 변증법(김치수)
부재(不在)의 정치성(精緻性)(최윤정)
‘텅 빈 충만,’ 그 여성적 넋의 노래(우찬제)
눈 속의 그늘, 그늘 속의 눈(임우기)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김화영)
독일에서의 성공적인 한국 문학 수용 사례(김용민)
그녀 몸 안에, 깊은 물의 시간들(이광호)
제3부 어머니의 불빛, 소통의 기쁨
인물 소묘
그를 자주 불러내는 까닭(이동하)|내가 아는 오정희(송기원)|소통의 기쁨(조은)|차이나타운(강영숙)|봄내 친구, 오정희(임혜순)|오선생님과의 전화 데이트(고혜선)|오정희 작가와 함께한 독일 여행(김선희)|단아함 속의 뜨거운 열정(정은진)|내 마음의 따스한 등불(최순희)|품격(박인숙)|선생님의 얼굴(강원경)|내 친구 오정희(이덕재)|아름다운 사람, 오정희에게(김경옥)|착하신 분(박정호)|어머니 이야기(박정기)
숨어 있는 글
단편소설 노래기(오정희)
독일 리베라투르 상 수상 소감(오정희)
자술 연보(오정희)
참고 문헌(우찬제/박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