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청소년소설 선집 2
하늘은 맑건만
“우리 청소년소설의 재발견”
근대 청소년소설의 출발에서 완성까지 33편의 이야기가 한자리에!
우리 청소년소설의 원형을 찾다
문학과지성사의 청소년 도서 ‘문지푸른책’에서 ‘한국 근대 청소년소설 선집’이 두 권으로 묶여 나왔다. 이 선집은 우리 문학의 소중한 유산인 1920년대와 30년대의 청소년소설 33편을 실었다.
이 책은 최근 청소년을 위한 소설 출간이 활발해지면서 우리 청소년소설의 원형을 찾아보고자 하는 데서 기획되었다. 청소년만을 위한 문학작품은 이미 1920년대부터 씌어지기 시작했는데 당시의 작가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구별되어야 하고 그들에게 맞는 이야기를 새로 써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이자 소설가이며 청소년을 위한 책들을 계속적으로 집필해온 엮은이 최시한은 이러한 점에 착안, 한국 근대 청소년소설의 형성을 연구한 숙명여대 국문학 연구자 최배은과 함께 여기 실린 작품의 절반가량을 새로 발굴하였다. 또한 처음 발표된 지면을 일일이 찾아 현재의 어법에 맞게 고치는 작업을 1년여에 걸쳐 진행하였다.
근대 청소년소설이 형성되고 전개된 1920년대와 30년대는 일제의 수탈과 민족 말살 정책이 극심하여 한국인은 매우 짓눌리고 궁핍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특히 아버지가 독립운동이나 돈벌이를 위해 간도, 일본 등으로 떠나면, 어머니 혼자 생계를 유지하다가 어머니마저 병이 들어 목숨을 잃는 경우가 흔하였다. 그래서 고아나 결손 가정이 많았으며, 청소년들이 직접 빵과 신문을 팔기도 하고, 공장에 취직하여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그들이 월사금을 못 내 학교에서 쫓겨나는 일도 많았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당대의 청소년소설은 결핍된 가정의 청소년이 부모님을 그리워하거나 가난 때문에 겪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방정환, 현덕과 같은 당시의 대표적인 아동·청소년문학 작가들은 궁핍하고 억눌리는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이들이 희망을 갖고 꿈을 키워나가기를 바랐다. 이 가운데에는 「만년 샤쓰」와 같이 잘 알려진 작품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으면서도 요즘의 작품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 훌륭한 작품들도 있다. 따라서 그동안 아동문학으로 분류되어온 작품들도 청소년소설로 새로이 자리매김 하였으며 이태준, 이효석, 김유정, 박태원, 김동리 등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청소년을 위해 썼거나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도 발굴하여 실었다. 특히 2권에 실린 「고사리」는 성(性)을 자주 제재로 삼았던 이효석의 작품으로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청소년의 욕망을 토속어를 사용하여 매우 노골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가 청소년을 교육의 대상으로 보는 윤리적 태도에서 벗어나, 그 부정적인 모습까지 집요하게 이야기한 점이 매우 색다르고 충격적이다. 또한 1930년대를 대표하는 현덕의 걸작 「나비를 잡는 아버지」에서는, 지주의 아들에게 사과를 강요하는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던 소년이, 자기 대신 나비를 잡는 아버지를 보며 자기 집의 처지를 깨닫는 결말이 감동적이다.
최근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들을 위한 문학도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지만 오늘의 시각으로 읽어도 신선하고 감동을 주는 작품들은 이미 1920년대부터 존재해왔다. 『한국 근대 청소년소설 선집』에 실린 33편의 주옥같은 작품은 가장 어려웠던 시대에 씌어진 희망의 이야기들이다. 나라 잃은 설움과 가난을 딛고 꿈을 키워주고자 했던 이 작품들은 오늘날 청소년들의 가슴에도 새로운 감동을 심어줄 것이다.
1930년대를 대표하는 청소년소설
이 선집의 제2권에 실린 1930년대 작품은 1920년대 작품에 비해 여러 가지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서술자가 무리하게 개입하는 서술이 많이 줄고, 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객관적으로 묘사하여 실감나게 보여준다. 예술적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한편 1930년대 작품들은 궁핍한 삶을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그린 소설이 많다. 「청어뼉다귀」처럼 지주의 횡포를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도 있고, 「진수와 그 형님」 「영길이」 「나비를 잡는 아버지」와 같이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계급적 신분 차이가 그 자식들한테까지 영향을 끼쳐 일어난 사건 이야기도 있다. 그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피고용인의 자녀이다. 그들은 건강하고 책임감 있으며 용기가 있으나, 부당하게 고용인의 자녀한테 억압당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상황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백삼포 여공」 「상호의 꿈」 「영수증」은 노동하는 청소년의 현실과 고통을 그리고 있다. 「백삼포 여공」은 생계를 위해 목숨 걸고 다투는 비참한 노동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충격을 준다. 「상호의 꿈」은 상급학교로 진학한 청소년과 공장에서 일하는 청소년의 처지가 아프게 대비되어 있다. 「영수증」은 고아 소년이 일하던 우동집이 자본이 많은 새 우동집에 밀려 망하게 되어 소년도 갈 곳이 막막해지는 이야기를 담은 걸작이다. 비교적 긴 작품이지만, 소년과 주인이 고용인, 피고용인 사이의 단순한 대립 관계가 아닌 점이 참신하며, 심리와 세태 묘사가 섬세하고 진하여 끝까지 눈을 떼기 어렵다.
「멀리 간 동무」와 「박군의 편지」는 가난과 일제의 핍박에 쫓겨 간도로 떠난 사람이 허다했던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멀리 간 동무」는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는 당대 농민들의 비참한 모습이 여실히 그려져 있다. 「박군의 편지」는 간도에서 온 편지를 통해, 거기서 독립운동 하던 애국자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근대 청소년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의 하나가, 지금의 등록금에 해당하는 ‘월사금’ 못 내는 이야기이다. 가난한 형편에 겨우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은 늘 월사금 마련이 문제였으며, 학교는 별 대책 없이 그런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쫓아내곤 했다. 그것을 다룬 소설이 「월사금」과 「아버지와 딸」이다. 콩트처럼 짧은 「월사금」은 결말부에서 월사금 마련을 위해 친구의 돈을 훔치는 사건을 암시하고 있다. 「아버지와 딸」은 딸하고만 사는 굴뚝 청소부가 졸업을 앞둔 딸의 월사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는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근대 청소년소설에서 청소년의 부모가 어머니뿐인 경우가 많은데, 어머니 없이 아버지만 등장하는 게 이채롭다.
「날아다니는 사람」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찾고 키워나가는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다. 상상하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소년이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겨나가기 위해 ‘말자동차’ ‘날아다니는 사람’ ‘쌀 나오는 기계’ 따위를 만들려고 애쓰는 장면이 당대 청소년들의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음악회」는 주로 농촌을 배경 삼아 창작했던 김유정이 쓴 학생소설로, 당대 유행이었던 음악 경연 대회의 응원 이야기이다. 만두를 사주겠다는 꼬임에 넘어가 응원석에 앉았지만, 자기 학교보다 잘 하는 상대편 학교 응원을 한 소년과, 자기 학교를 위해 열심히 응원하는 응원대장 소년의 심리가 대조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소설가 중 한 사람인 김동리는 1979년 청소년소설집 『꿈 같은 여름』을 내기도 했는데, 이미 1940년대 초반부터 청소년이 등장하는 소설을 창작하였다. 그의 작품 「소년」 역시 이효석의 「고사리」처럼 선악 구분 이전의, 청소년의 원초적 본성을 드러내는 충격적인 사건 설정과 치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 작가 소개
● 2권 ●
12. 이주홍(李周洪)(1906~1987)
동시작가, 소설가. 호는 향파(向破). 경남 합천 출생. 보통학교 졸업 후 한학을 공부했으며, 일본으로 건너가 토목, 제탄, 식료, 제과 공장 등에서 일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주로 카프 계열의 아동·청소년잡지 『신소년』의 편집에 관여하며 「눈물의 치맛감」 「돼지 콧구멍」 「청어 뼉다귀」 「군밤」 등의 청소년소설을 발표했다. 해방 후, 중·고교 교사를 거쳐 부산 수산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1966년 『문학시대』를 주재하고, 부산 아동문학회를 조직하는 등 다방면에서 꾸준히 활동하였다. 『아름다운 고향』, 『피리 부는 소년』 『못나도 울 엄마』 등의 청소년소설과 『조춘』 『해변』 『어머니』 등의 소설을 썼으며, 시집 『풍경』을 펴냈다.
13. 민봉호(閔鳳鎬)
이력을 알 수 없다. 1930년대에 체험 수기 형식으로 『어린이』에 「영화의 넋두리」 「순이의 설움」 「박군의 편지」 「눈물의 신세」 등을 발표하고, 조선일보에 「우리의 설움」 「병사」를 발표하였다.
14. 김도인(金道仁)
『별나라』편집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어린이』에 청소년소설 「진수와 그 형님」을 발표했다.
15. 현동염(玄東炎)
이력을 알 수 없다. 1930년대 『신소년』과 『별나라』에 「백삼포 여공」 「꿈 깨인 사냥개」 등의 청소년소설을 발표하였다.
16. 강노향(姜鷺鄕)
이력을 알 수 없다. 1930년대 청소년잡지에 청소년소설을 여러 편 발표했다. 『신소년』에 「산에 가는 사나희」 「여명」 「농촌의 황혼」 「도조를 바치는 날」을, 『어린이』에 「영길이」 『별나라』에 「어떤 나무군 소년」을 발표했다.
17. 김우철(金友哲)(1915~?)
평론가. 평안북도 의주 출생. 1929년 신의주고보를 중퇴하고, 아동·청소년잡지 『별나라』 『신소년』등에 관여하며, 계급주의적 관점에서 아동문학에 대한 평론 및 청소년소설을 발표했다. 대표작으로 「아동문학에 관하야」, 「동화와 아동문학-동화의 지위 및 역할」 「농민문학에 대한 과거의 오류」 등의 평론과 「등피알사건」 「상호의 꿈」 「오월의 태양」 「공장이 파한 뒤」 「야학의 연필사건」 등의 청소년소설이 있다.
18. 강경애(姜敬愛)(1907~1943)
소설가. 황해도 송화 출생.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심리적, 경제적 곤란을 겪었다. 평양 숭의여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동맹휴학에 가담하여 퇴학당한 뒤 상경, 동덕여학교 3학년에 편입하여 공부했다. 이후 야학운동과 신간회 활동 등 사회운동에 투신하다가 1931년 간도 여행에서 돌아와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대표작으로 「파금」 「어머니와 딸」 「소금」 「원고료 이백 원」 『인간문제』 등의 소설이 있다. 「월사금」과 같은 청소년소설도 썼다.
19. 박태원(朴泰遠)(1910~1986)
소설가. 호는 구보(仇甫). 서울 출생. 일본 호세이(法政) 대학 예과에 입학하였으나 중퇴하였다. 1933년 구인회에 가입하면서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했으며, 『동아일보』와 『소년』에 「영수증」 「소년탐정단」 등의 청소년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중에 월북하여 북한에서 최고의 역사소설로 손꼽히는 『갑오농민전쟁』을 집필하였다. 대표작으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등이 있다.
20. 안운파(安雲波)
자세한 이력을 알 수 없다. 본명은 안준식, 호는 평원(平原). 『신소년』과 『별나라』에 「물대기」 「호떡선생」 「임간학교」 등의 청소년소설을 발표했다.
21. 백신애(白信愛)(1906~1939)
소설가. 경북 영천 출생. 조선여성동우회 여자청년동맹 등에 가입, 활동하였고, 1928년 시베리아를 여행한 뒤, 그 체험을 소설 「꺼래이」로 작품화했다. 1929년 도쿄에 건너가 공부하다 1932년에 귀국, 가난한 농민들의 세계를 그린 「복선이」 「적빈」 「빈곤」 등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소년중앙』에 「멀리 간 동무」와 같은 청소년소설을 발표했다.
22. 이구조(李龜祚)(1911~1942)
동화 작가, 청소년소설가. 평남 강동 출생.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였다. 대표작으로 「청개구리 나라」 「과자벌레」 등의 동화, 「조행 ‘갑’」 「체조시간」 등의 청소년소설, 「동화의 기초공사」 「사실동화와 교육동화」 등의 아동문학 평론이 있다.
23. 노양근(盧良根)(1900~?)
동화 작가, 청소년소설가. 호는 양아(洋兒). 김천 출생. 1937년경 원산 구세병원에 근무한 것으로 추정되며, 해방 후 북한에 잔류한 것으로 보인다. 삶의 자취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1930년대에 동화와 소년소설을 활발히 창작하였으며, 『어린이』에 청소년소설에 대한 평론도 발표하였다. 대표작으로 「광명을 찾아서」 「날아다니는 사람」 「열 두 고개」, 『열세 동무』, 「임자 없는 책상」 등이 있다.
24. 김유정(金裕貞)(1908~1937)
소설가. 서울 출생.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거쳐 보성전문학교에 다니다 중퇴했다. 1933년에 소설 「산골나그네」와 「총각과 맹꽁이」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폐병으로 사망하기까지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0여 편의 소설과 10여 편의 수필을 발표하였다. 주로 농촌을 배경으로 궁핍한 현실을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대표작으로 「소낙비」 「금따는 콩밭」 「만무방」 「봄봄」 「땡볕」 등이 있으며, 「동백꽃」 「이런 음악회」 등의 청소년소설도 썼다.
25. 이효석(李孝石)(1907~1942)
소설가. 호는 가산(可山), 강원도 봉평 출생. 경성제국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평양숭실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작품 활동을 펼쳤다. 초기엔 동반자 작가로 활동하며 카프 계열의 작품을 창작하다가, 1933년 순수문학을 표방한 구인회에 참여하면서 애욕의 세계로 전환한다. 대표작으로 「분녀」 「산」 「메밀꽃 필 무렵」 「화분」 등이 있다. 「돈」 「고사리」 등의 청소년소설을 썼다.
26. 현덕(玄德)(1912~?)
소설가. 본명은 경윤(敬允). 서울 출생. 1925년 제일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퇴하였다. 「달에서 떨어진 토끼」 「고무신」 등의 동화와 소설 「남생이」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하였다. 1930년대 말에 동화, 청소년소설, 소설 등 여러 갈래의 작품을 발표하여 주목받았다. 해방 후 조선문학가동맹에 참가하였고, 1950년 월북하였다. 대표작으로 「남생이」 「경칩」 「두꺼비가 먹은 돈」 등의 소설과 청소년소설 『집을 나간 소년』, 동화 『포도와 구슬』 『토끼삼형제』 등이 있다.
27. 김동리(金東里)(1913~1995)
소설가, 시인, 평론가. 본명은 시종(始鍾). 경북 경주 출생. 1935년 「화랑의 후예」와 「산화」로 등단하여 「바위」 「무녀도」 「황토기」 등의 문제작들을 발표하였다. 해방 직후, 우파 진영을 대표하는 평론가로 활동하였으며, 대표작인 「역마」 「등신불」 「늪」 「까치소리」, 『사반의 십자가』 『을화』 등을 발표하였다. 1949년 『소학생』과 『소학생 문예독본(6학년)』에 동화 「고양이」와 「실근이와 순근이」를 발표하였으며, 1979년 동화와 청소년소설이 수록된 『꿈 같은 여름-김동리 소년소녀소설집』을 발간했다.
2권 하늘은 맑건만
청어 뼉다귀_이주홍
박군의 편지_민봉호
진수와 그 형님_김도인
백삼포 여공_현동염
영길이_강노향
상호의 꿈_김우철
월사금_강경애
영수증_박태원
아버지와 딸_안운파
멀리 간 동무_백신애
조행 ‘갑’_이구조
날아다니는 사람_노양근
이런 음악회_김유정
고사리_이효석
하늘은 맑건만_현덕
고구마_현덕
나비를 잡는 아버지_현덕
소년_김동리
해설·궁핍한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소설
작가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