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의 숲

강유정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7년 3월 30일 | ISBN 9788932017730

사양 · 396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눈먼 오이디푸스의 숲에서 발견하는
2000년대 새로운 한국 소설의 지형도

2005년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과 동아일보 영화평론 부문 가작 입선으로 신춘문예 3관왕을 차지하며 문단 안팎의 기대를 모았던 평론가 강유정의 첫 비평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강유정은 문단 데뷔 이후 지금까지 문학과 영화, 문화 전반을 경계 없이 넘나들며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해온 젊은 평론가이다. 그 2년간의 활동 중 한국 문학의 흐름과 작가론을 중심으로 한 20여 편의 글을 묶은 이번 비평집은 저자가 「책머리에」에서도 밝히고 있듯 “우리 문학 안에 새로운 경계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작가들에 대한 착목”으로, 기존의 소설 형식에서 탈피하여 낯설고 새로운 소설로 주목받고 있는 최근의 젊은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있다.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며 기존의 문학에 경계를 긋고 있는 2000년대의 젊은 작가들은 완강한 ‘기존’의 질서 앞에서 몸살을 겪고 있다. 그 몸살은 도전으로, 위반으로, 대결의 형태로 변주되어, 소설다운 소설이 없다는 불만과 진정한 소설의 시대는 끝났다는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불온한 전환기 위에 『오이디푸스의 숲』이 놓여 있노라고 저자는 말한다.
반성의 세계를 무반성으로 교체하고자 하는 눈먼 오이디푸스와 같은 2000년대 문학. 그러나 실상 고통스럽게 어두운 우물 속의 문학을 바라보고 있는 2000년대의 젊은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저자는 철저한 분석과 예리한 통찰을 통해 낱낱이 파헤쳐간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그들의 새로움을 향한 깊은 애정과 기대를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뭇 예리한 시선으로 현재 문학의 현실을 꼬집고 있는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어머니를 자신의 아내로 취하고 그 사이에서 형제이자 아들인 아이를 낳은 패륜아, 오이디푸스. 저자는 오이디푸스가 저지른 패륜을 “호명 불가능한 양가적 존재를 양산해낸 것으로 압축”한다. 레비-스트로스의 가족 수형도를 생각할 때 가족과 질서는 고유한 이름 위에 세워진 단일한 호명의 체계이므로 호명 불가능한 것은 질서에 위협이 된다며, 저자는 질서가 이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 경계와 질서를 구축하는 셈이라고 「책머리에」를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문학 비평 작업을 호명할 질서를 위해 경계를 긋는 일에 빗대어 표현하며, 그가 그어놓은 경계 위로 우리가 주목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하나하나 호명한다. 따라서 이 비평집은 평론가 강유정이 세운 경계 위에 호명된 2000년대 한국 소설의 새로운 지형도라 할 수 있다.

1부 「콜로노스 숲으로의 초대」에서는 최근의 소설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들 속에서 “정말, 1990년대 이후 소설다운 소설은 사라진 것일까?”에 대한 대답을 찾아간다.
소설의 원리에서 ‘근대성’을 지우고, 마치 이성의 권능을 과신했던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멀게 한 후 콜로노스 숲으로 들어갔듯이 기존의 소설을 죽임으로써 소설의 이데올로기를 전복하고자 하는 2000년대 소설의 새로운 징후들을 김중혁과 김애란 등을 통해 살펴보고, 의미보다 이미지에 무게를 두어 읽는 소설이 아닌 듣는 소설로 낯선 소설 형식을 보여주는 한유주와 김유진을 비롯하여, 선험적 도그마와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기호, 김도언, 조헌용 등 70년대생 신인 작가들의 첫 소설집을 통해, 그들의 도발에 주목함으로써 그것이 지닌 의의와 한계를 가늠해본다.

2부 「숲의 지형도」는 콜로노스 숲으로 명명된 최근의 소설 공간의 모습이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경계를 모색하는 동시대 작가, 박민규, 정이현, 이기호, 김중혁, 편혜영, 김숨, 해이수, 박주영 등의 작가론을 통해 2000년대 새로움에 주목한다.

3부 「숲과 길의 경계」에서는 윤대녕과 김영하를 비롯하여 전경린, 은희경, 배수아, 정이현, 김현영의 작품을 통해 90년대 소설에 나타난 욕망의 양상을 살펴보고, 90년대를 대표하는 천운영, 김영하, 성석제, 김연수, 성석제, 김별아, 은희경, 공지영 등의 작가론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4부 「장르의 경계에서」는 좀더 영역을 확대하여, 한국 문학이 외면해온 부재이자 틈새에 진입한 일본 문학이 현재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응고된 부재 사이로 진입한 도발의 언어」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스캔들」 「올드보이」 「달콤한 인생」 「거미숲」 등 한국 영화에서 나타나는 죽음의 방식을 문학과 아울러 살펴본 「죽음의 두 방식, 멸(滅)과 사(死)」가 실렸다.

■「책머리에」 중에서

소설은 반성의 산물이다. 자신을 타자인 양 바라보며 객관화할 때 소설은 성립되고 세계는 조형된다. 그런데 2000년대의 새로운 소설들은 반성의 세계를 무반성으로 교체하고자 한다. 자기 자신을 가능케 한 문학적 자산을 의도적 거부, 그들은 반성 위에 구축된 기존의 문학을 무반성의 감각으로 전복하려 한다. 반성을 뜻하는 영어 ‘Reflex’는 물에 비친 스스로의 반영을 바라보는 것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구분과 구별이 없다면 그 세계가 바로 혼돈의 카오스일 테다. 반영물을 볼 수 없는 눈먼 자들, 2000년대 문학이 놓인 형편이 그렇다. 눈을 잃은 오이디푸스의 공간은 오늘날의 소설이 토양으로 삼고 있는 지옥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눈을 잃은 오이디푸스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상징적 시체였다면 만성적 종말론에 시달리는 소설 역시 매장당한 산 죽음이라 할 수 있다. 실존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유령처럼 소설은 그렇게 21세기를 관통 중이다. 이는 소설의 위기를 작품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절실히 토로하는 최근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무반성적인 양 우회하지만 실상 그들은 고통스럽게 어두운 우물 속의 문학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목차

1. 콜로노스 숲으로의 초대
콜로노스 숲에서의 글쓰기, 눈먼 오이디푸스의 소설―2000년대 소설의 새로운 징후들
Welcome to Nowhere-land―한유주, 김유진의 새로운 소설
Why not?―1970년대생 신인 작가들의 상상력

2. 숲의 지형도
박민규 월드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_박민규
악녀, 화장을 지우다_정이현
이기호식 소설심폐소생술_이기호
오감만족 레고 블록 성찬을 즐기는 법_김중혁
체제의 음모를 누설하는 악취의 세계_편혜영
심연, 감금으로서의 잔혹한 삶_김숨
환대받지 못한 자의 기도_해이수
소설이라는 우물과 자기 반영_박주영

3. 숲과 길의 경계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1990년대 소설에 나타난 욕망의 양상
소멸을 창조하는 역설적 사제의 글쓰기_천운영
끝없는 갱신, 위장된 그림자의 글쓰기_김영하
지극한 반복, 중독의 미학_성석제
접촉성 질병의 시대, 자살자의 위대함_김연수, 김경욱
미숙아의 지침서, 소설_성석제, 김별아, 은희경
용서라는 이상과 자기 구원의 서사_공지영
냉소라는 서사적 생존 전략_은희경

4. 장르의 경계에서
응고된 부재 사이로 진입한 도발의 언어―오늘의 일본 문학, 왜 읽히는가?
죽음의 두 방식, 멸(滅)과 사(死)

작가 소개

강유정 지음

2005년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으로 각각 등단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고려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영화 전문 프로그램 EBS <시네마 천국>, KBS <박은영, 강유정의 무비부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세계의 문학』 편집위원이다. 저서로, 문학평론집 『오이디푸스의 숲』 영화에세이 『사랑에 빠진 영화 영화에 빠진 사랑』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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