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지고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 자신만 생각하는 좁은 마음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한 발 앞선 걸음으로 내다보고 문제의식을 던져 주는 중견 동화작가 배봉기의 새로운 동화가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혼 가정, 입양 문제, 왕따 등 늘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와 현상에 대해 깊이 있게 바라보고 따뜻한 시선을 보내 왔다. 『겨울날』에서는 요즘도 종종 뉴스나 사회 고발 프로그램에서 다루고 있는, 시영 아파트와 일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정갈한 언어로 섬세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분법적인 사고로 나뉘어 있다. 예전엔 이분법적인 시각과 상황이 한데 어우러져 어울릴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많았지만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개인이 중요해질수록 그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처지나 상황을 이해하는 데 인색할 뿐만 아니라 왜 그래야 하는지 당위성도 찾지 못한다. 아이들의 세계도 그리 다르진 않다.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 잘사는 집 아이와 못사는 집 아이가 예전엔 아무 계산 없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 한가운데 바로 우리 어른들이 떡 하니 버티고 서서 어른들의 잣대를 아이들에게 내미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된다.
『겨울날』은 그런 한가운데 놓인(시영 아파트에 살고 있는) 어린이의 내면과 생활을 담고 있다. 엄마가 뺑소니차에 치여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어 아빠, 동생 용희와 어렵게 사는 명희는 마음만은 늘 밝고 속이 꽉 찬 열 살짜리 소녀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어느 공사장에서 일하던 아빠마저 다치자, 집에는 명희와 동생, 단둘만 남게 된다. 아빠가 없는 명희의 하루하루는 고단하기만 하다. 자기도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지만 어린 동생에게 엄마가 되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생이 감기에 걸려 학교를 못 가게 되자 명희도 학교를 결석하게 된다. 이 작품은 그런 명희의 하루를 차분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 우리 모두 따뜻함을 나누는 세상을 꿈꾸며…
불의의 사고로 엄마를 잃었지만 명희는 아빠의 슬픔을 위로하고 동생을 돌볼 줄 아는 따뜻하고 맑은 마음을 가진 아이다. 하지만 학교에만 가면 명희는 마음이 편치 않다. 어쩔 수 없이 자기는 ‘시영’ 아이이기 때문이다. ‘시영’은 ‘영세민 전용 시영 아파트’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선생님들은 시영 아이들에게 더 잘해 주리라 마음먹지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또 ‘시영’ 아이들 스스로도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명희는 3학년 담임인 박윤경 선생님이 맘에 들지만 1학기의 절반이 지나기도 전에 선생님 좋아하는 것도 그만두기로 한다. 2학년 때와 달리 3학년 선생님이 맘에 들었지만, 준비물도 잘 챙겨 오지 못하고, 지각과 결석이 잦은 시영 아이들이 선생님을 점점 더 힘들게 하고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과 자기가 선생님이 좋아하는 아이가 될 수 없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자신의 선택으로 시영 아이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현실에 마음 아파 하는 명희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져 가슴을 아리게 한다.
동생 용희가 감기에 걸려 학교를 못 가게 되자 명희는 학교를 빠지고 용희를 돌본다. 가스도 끊기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지만 동생에게만큼은 미소를 잃지 않고 따뜻하게 대해 준다. 이 어린 남매를 마음속 깊이 걱정해 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사회 복지사 한미선 씨다. 한미선 씨는 우연히 명희와 용희 남매를 알게 되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들에게 햇볕 바른 자리 한 곳을 내어 준다. ‘시영’ 아이들인 명희와 용희 남매의 고단한 삶에 따뜻한 위로와 용기가 되어 주는 사회 복지사 한미선 씨의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어린 남매의 추운 겨울날에 따뜻한 사랑을 보내 오는 사람이 있어서 명희와 용희는 용기를 잃지 않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작가의 말
명희의 오전
박윤경 선생님
명희의 오후
반장 김석민
명희의 저녁
사회 복지사 한미선 씨
명희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