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4월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왔던 박이문 교수의 역저 『예술 철학』이 새롭게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 작품은 어떻게 규정되며, 그것을 해석하는 방법과 논리는 어떻게 설정되는가. 예술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며 그것의 기능과 가치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모색한 이 책은 학술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20쇄를 거듭할 만큼 많은 독자들로부터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이 책의 출간 이후 많은 예술 철학 관련 대중 교양 도서들이 나와 독자들이 보다 예술 철학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예술 철학』이 예술 철학 분야의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책이 다른 도서와는 달리 예술을 둘러싼 철학적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쉬운 문체의 글이지만 감탄할 만한 깊이가 느껴지는 것은 지은이의 글쓰기 방식에 기인한다. 박이문 교수의 글쓰기는 난해한 철학적 문제들을 구체적 사례 안에서 재구성하고, 엄밀한 논리를 끊임없이 되물어가며 조직하는 식이다. 이 책에서도 지은이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예술 작품들을 예로 들어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치밀하게 검토함으로써 예술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설득력 있게 해부하고 있다.
지은이와 40년간 교분을 맺어온 미국의 예술 철학자 아서 단토Arthur Danto는 『예술의 종말 이후』라는 저서에서 “예술의 종말은 이제 예술이 취해야 할 특정한 역사적 방향과 같은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미래 역사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떠한 방향도 나머지 다른 방향들과 동등하게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주장했다. 『예술 철학』은 단토의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예술 작업들을 가능 체계로 포섭하는 예술 작품 양상론의 관점에서 예술을 정의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예술 작품이 한편으로는 그 자체의 구체적 실재성 내지는 실재의 현시를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실재하는 세계가 아니라 가능한 세계를 표상한다는 것이다.
개정판 『예술 철학』이 초판과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초판에 있었던 오자, 서툰 어휘 및 문장을 다듬었다. 둘째,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을 위해 많은 한자를 모두 한글로 바꾸었다. 셋째, 「양상론적 예술의 정의」라는 지은이의 최근 논문을 별첨으로 첨가했다. 이 논문은 『예술 철학』의 내용을 새롭게 요약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단토의 철학에 관한 논평집 『아서 단토Arthur Danto』에 초대받아 지은이가 쓴 영어 논문을 번역하여 실은 것이다.
■ 개정판을 내면서
1982년에 집필을 시작해 1983년에 초판이 나오면서 이 책은 오늘날까지 독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끌어 현재 20쇄를 거듭 찍게 됐다. 이것은 이 책이 요청하는 적지 않은 독자들이 아직도 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서, 필자인 나로서는 흐뭇함을 느껴왔다. 그러나 이 책의 초판에서 발견되는 활자의 오식, 새로운 세대의 독자에게는 너무나 작은 활자, 종이와 인쇄의 상대적으로 낮은 질에 대해서 늘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껴왔다. 이런 처제에 이 개정판을 세상에 내놓게 되어 필자로서는 기쁘다.
초판이 나온 지가 벌써 23년이 넘었고, 그동안 예술계에도 다른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크고 다양한 변화가 있었지만, 내용에 있어서 책의 후기에 실은 최근의 논문 「양상론적 예술의 정의」를 원래의 내용을 새롭게 요약하는 의미에서 추가한 것 이외는 개정판의 내용은 초판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하다. 적어도 예술의 개념의 철학적 정의에 관한 한 나의 생각에는 핵심적인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원래 시카고에 있는 오픈 센터Open Center 출판사에서 사우스 일리노이 대학Southern Illinois University과 협력하여 발행하는 Library of Living Philosophers의 하나에 포함되어 2007년도 출판될 단토의 철학에 관한 논평집 『아서 단토Arthur Danto』에 초청받고 2004년에 쓴 논문 “Art as a Proposition in the Kantian ‘Problematic Modality’-A Model Definition of Art After the End of Art”라는 나의 영어 논문의 조선대학교 미학과 김병헌 교수의 번역판이다. 그것은 2005년 7월 광주 조선대학교의 박정기 교수의 초청으로 그곳 미술과 및 미학과 대학원생과의 모임에서 토론되었던 것을 바탕으로 했다.
■ 추천의 글(뒤표지)
『예술 철학』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예술 작품을 한꺼번에 아우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철학적 정의를 시도한 역작으로서, 예술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탁월한 저서다. 균형 있는 ‘양태적 관점’을 택하고 있는 이 책은 구체적인 작품을 예로 들어 예술 작품과 예술 작품이 아닌 것을 뚜렷이 구분하게 하고, 기존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만든다.
_김치수(문학평론가,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본질주의 논변’ 이후 예술을 정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근본적 회의가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아서 단토는 철학의 본질주의적 성격을 재확인함으로써 분석미학을 분석적 단계에서 구성적 단계로 옮겨놓았다. 『예술 철학』은 단토의 생각에서 출발하되 ‘양상 논리’의 관점에서 예술을 그와는 다르게 정의하려는 시도다. 텍스트는 자기의 삶을 산다. 이 책에서 지은이가 예술의 정의로 제시하는 ‘가능 세계’라는 말 속에서 ‘가능성’을 ‘잠재성’으로 살짝 옮겨놓으면, 20년 전에 쓰인 책이 디지털 문화 속에서 새로이 풀어놓는 의미에 문득 놀라게 될 것이다.
_진중권(미학 연구자, 중앙대학교 겸임교수)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 작품은 무엇인가? 예술 작품이라는 개념의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 작품의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무엇인가? 작품, 해석, 평가의 측면에서 이런 질문들을 철저하게 파고드는 이 책은 정지된 명사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움직이는 동사로서의 ‘철학함’이다. 예술 작품의 폭넓은 예시를 바탕으로 유럽 철학과 영미 철학의 전통을 아우르며 펼쳐지는 저자의 ‘철학함’을 통해, 우리는 예술 철학의 어떤 닫힌 체계를 ‘배우는’ 게 아니라 예술을 철학적으로 성찰하는 열린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
-표정훈(출판평론가)
개정판을 내면서
책머리에
예술의 철학적 문제
제1부 작품
제1장 실재적 정의
제1절 표상론
제2절 표현론
제3절 형식론
제2장 제도적 정의
제1절 열린 개념론
제2절 제도적 존재
제3절 가능 유일 세계로서의 예술 작품
제2부 해석
제3장 해석의 기능
제1절 언어의 비정상적 용도
제2절 비정상적 언어
제3절 예술 언어의 비정상성
제4장 해석의 내용
제1절 예술가의 의도
제2절 언어의 대상
제3절 작품의 세계
제5장 해석의 논리
제1절 비문자 언어
제2절 축어 의미와 상위 언어
제3절 해석의 구조
제4절 다양성과 단일성
제3부 평가
제6장 가치의 규준
제1절 작품의 속성소
제2절 감상자의 반응
제3절 기능적 평가
제7장 작품의 기능
제1절 장식적 기능
제2절 교육적 기능
제3절 심리학적 기능
제4절 자율적 기능
제8장 예술적 가치
제1절 미적 가치
제2절 예술적 가치
제3절 평가의 실제
맺는 말
별첨: 양상론적 예술의 정의
참고 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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