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몰라주는 아이들의 속마음, 한 발짝 가까이서 엿보기!
동화작가, 아동문학평론가,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서정의 저학년 단편 동화집이 출간되었다. 여덟 편의 이야기 속에는 작가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들이 녹아 있다. 그만큼 아이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아이들의 솔직한 속마음을 재미나고도 따뜻하게 그려 놓았다.
어떤 일이든지 앞면이 있으면 항상 뒷면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앞면만을 보고 모든 걸 판단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특히 한없이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는 더욱 그럴 것이다. 어른들은 몰라주는 아이들의 마음을 한 발짝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이들만의 엉뚱하고도 (나름대로)깊은 속을 알게 되니 말이다.
누군가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준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아이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어른들의 눈에는 별것 아닌 일이 한 아이에게는 전부일 수도 있고, 그것이 앞으로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경험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아이들의 세계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그들만의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면 어른 아이 모두 자라나리라 믿는다. 『두 발 고양이』에 담긴 여덟 편의 소박한 이야기들을 통해 때론 어리석어 보이고, 가까운 길 놔두고 먼 길을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의 발걸음에 훈훈한 미소를 보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작품 소개
「저금하기는 너무 어려워!」
인석이는 이모가 주고 간 돈을 엄마가 저금해 두겠다며 가져가자 너무 화가 났다. 세뱃돈이며 가끔 손님들이 주고 가는 돈도 늘 엄마 주머니로 들어갔으니까. 2학년이나 되었으니 인석이도 스스로 저금할 줄 아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엔 자기도 저금할 줄 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이모가 준 돈을 엄마 몰래 슬쩍들고 나간다. 그런데 은행으로 가는 길에 유혹을 못 이겨 들른 만화 가게에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데…… 인석이는 과연 무사히 은행으로 갈 수 있을까?
「애들 싸움, 어른 싸움」
바비 인형 때문에 서로 때리고 싸운 찬호와 희경이. 희경이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엄마는 득달같이 찬호네 집으로 달려간다. 희경이 손을 잡고서. 희경이 엄마는 계집애처럼 인형을 가지고 논 찬호를 나무라고, 찬호 엄마는 선머슴처럼 태권도 도장이나 다니는 희경이를 나무란다. 하지만 찬호와 희경이는 아무런 걱정이 없다. 희경이가 찬호보고 자기한테 장가오라고 했으니까!
「비 오는 날」
비가 시원하게 내리는 오후, 엄마와 지현이는 멋진 우산을 쓰고 비 구경을 나간다. 길에는 비를 피해 바삐 걸어가는 사람, 우산을 쓰고 여유 있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지현이는 그런 비 오는 풍경이 마냥 좋기만 하다. 게다가 길에 빼곡히 들어선 갖가지 포장마차를 돌면서 어묵도 먹고, 닭 꼬치도 먹고, 떡볶이도 먹으니 지현이는 비가 매일 왔으면 좋겠다고 바랄지도 모르겠다.
「나는 간호사가 될 거야!」
학교가 끝나자마자 한눈팔지 않고 집으로 달려온 재연이는 아파서 누워 있는 엄마를 위해 쌀을 씻어서 가스 불 위에 올려놓고, 물수건을 만들어서 엄마 이마 위에 올려 준다. 하지만 엄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건 재연이의 간호 때문이 아니라 가스 불 위에서 타고 있는 쌀바가지 때문이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재연이는 “야, 엄마, 인제 다 나았네!” 하며 팔짝 뛰며 좋아한다.
「엄마가 휴가를 가면」
결혼한 지 십오 년 만에 딸 셋과 남편을 두고 1박 2일 동안 휴가를 떠난 엄마는 아무래도 맘이 편치 않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밥 먹는 일이며 여러 가지 일을 당부해 두지만 역시 엄마의 빈자리는 큰가 보다. 큰딸과 남편은 고기 구분도 못 하고 막내딸은 놀이터에서 다쳐 병원에 가게 됐으니 말이다. 결국 하루도 못 돼서 집으로 돌아온 엄마의 십오 년 만의 휴가는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돌멩이 하나」
일요일 아침, 아빠와 함께 약수터로 가던 한별이는 조그맣고 예쁜 돌멩이 하나를 줍는다. 돌멩이는 그 어떤 보석보다도 한별이에게 귀한 보물이 되어 준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왠지 신비로운 이야기도 들어 있을 것 같고, 굉장한 비밀이 담겨 있을 것도 같으니까. 그저 흔한 돌멩이가 한별이한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석이 되어 둘만의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 준다.
「두 발 고양이」
앵두꽃, 측백나무, 회양목, 철쭉과 앵두나무 꽃이 아름답게 핀 윤주네 집 정원에 반가운 소님들이 찾아왔다. 바로 새끼고양이들! 그런데 그 중 한 마리는 뒷다리가 둘 다 없어 두 앞발로 몸을 끌어 움직이는 두 발 고양이다. 나머지 두 고양이들은 두 발 고양이를 살피며 뛰어놀고, 어디선가 나타난 엄마고양이는 새끼들을 돌보느라 날카로운 울음을 보내기도 한다. 두 발만으로도 씩씩하게 잘 다니는 고양이를 엄마와 윤주는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김밥 소동」
엄마가 잠깐 집을 비운 사이 일이 터지고 말았다. 엄마가 소풍 가서 먹으라고 싸 놓은 세린이 김밥을 동생 세현이가 싱크대 위로 올라가 베란다 창문으로 던져 버린 것이다. 그것 때문에 인터폰이 울리고, 엄마 대신 밖으로 나가 본 세린이는 울상이 되고 만다. 소풍 가서 먹을 김밥이 엉망이 되었으니까. 게다가 어디선가 달려온 엄마는 동생을 혼자 두고 나왔다고 세린이만 나무란다. 세린이는 자기 맘을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아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