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아빠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는 두 남자 아이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
우리 아동문학의 첫 길을 연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한국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주)문학과지성사가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의 제2회 수상작이 출간됐다. 수상작 『찐찐군과 두빵두』는 아버지의 부재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는 두 남자 아이가 바깥세상과 소통하게 되는 이야기를 경쾌하면서도 세밀하게 그린, 서사적 구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가정 해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초상
이 책의 주인공은 두 남자 아이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아빠가 없다는 것이다. ‘아빠가 없다’는 것은 단순히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 아이는 아빠가 있지만 여행 작가인 관계로 늘 몇 해씩 집을 떠나 있기 때문에 아빠의 존재감을 느낄 수가 없다. 그리고 한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없었다. 아빠가 누구인지, 왜 없는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같이 살고 있는 엄마랑 외할아버지는 굳이 말해 주지 않는다. 아빠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김유원’이라는 이름뿐이다. 아빠에 대해 묻지 않는 건 이 집의 불문율 같은 것이다.
아빠가 없다는 것이 두 아이에겐 삶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아빠의 부재를 아무래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 작가 아빠를 둔 아이는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빠에 대한 불만으로 현실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반 친구들을 ‘친구’라고 생각하기보다 ‘또래’라고 생각하며 친구들과의 거리를 유지한다.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없었던 아이는 걷지 못하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외할아버지의 도움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맘 편히 친구를 사귈 수 없는 형편이다. 다행히 밝고 명랑한 성격의 아이는 책을 친구 삼아 언젠간 아빠를 만나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렇듯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상황에 있던 두 아이를 만나게 해 주는 것은 책과 도서관이다. 다리가 불편한 손자를 위해 대신 책을 빌려다 주는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본의 아니게 책 퀵서비스를 하게 되면서 두 아이는 첫 만남을 갖게 된다. 걷지 못하는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밝고 명랑한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찾아온, 조금은 퉁명한 친구를 자석과도 같은 힘으로 끌어당겨 서로에게 좋은 버팀목이 되어 간다.
뛰어난 감성으로 그려 낸 아이들의 심리
엄마 등에 업혀 다니던 아이는 늘 지나다니던 골목길에 있던 오래 된 만두집 유리창에 쓰여 있던 메뉴를 보고 자신의 별명을 지어 놓는다. 바로 두빵두.
찐 찐 군
만 만
두 빵 두
그리고 언젠간 찐찐군 같은 친구를 만났으면 하는 막연한 바람을 갖게 된다. 그런데 정말 찐찐군 같은 친구가 나타난 것이다. 두빵두는 할아버지 대신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손에 들고 나타난 아이가 썩 맘에 들어 찐찐군이라는 별명을 후하게 붙여 준다. 그 때부터 찐찐군과 두빵두는 때로는 위태롭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 찡한 우정을 쌓아 간다. 두빵두를 위해 도서관을 오가며 기꺼이 즐거운 발이 되어 주는 찐찐군. 찐찐군에게 자기 얘기를 모두 털어놓으며 허물없이 다가서는 두빵두. 두 아이는 서로의 모습을 통해 자신에게 없는 것들을 채워 나간다.
아빠가 있지만 늘 집을 비워 아빠에 대한 불만이 있는 찐찐군과 달리 아빠의 얼굴도 모르는 두빵두는 늘 아빠를 그리워한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줍게 된 도서 대출증의 ‘김유원’이란 이름을 보며 자기 아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두빵두를 위해 찐찐군은 열심히 ‘두빵두의 아빠 찾기’를 도와 준다. 그러는 중에 새롭게 알게 된 만만이 형을 통해 아이들은 또 다른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된다. 찐찐군, 두빵두, 만만이 형. 작가는 이들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관계의 형성을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정형화되어 있는 관계 이외의 새로운 관계로의 통로를 열어 준 셈이다.
작가는 아빠가 없는 아이들의 같으면서도 또 다른 심리, 아빠 찾기를 하면서 느끼는 기대감과 좌절을 뛰어난 감성으로 경쾌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표현해 냈다. 또한 안정되고 깔끔한 문장은 열두 살짜리 남자 아이들의 사고와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여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놓칠 수없는 것이 이 책의 그림이다. 동판화로 제작된 그림은 가벼운 듯하면서도 세밀한 터치가 살아 있어 이야기의 흐름에 깊이를 더해 주며, 아이들의 심리적 갈등과 내면의 변화를 잘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