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로

한유주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6년 5월 12일 | ISBN 9788932016962

사양 양장 · · 248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깊은 여운을 함축한 은유와 지적 사유로
야만과 폭력으로 일그러진 현대 문명을 읽어내는
신예 작가 한유주의 첫번째 소설집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이야기의 가능성을 되씹기, 능란한 대화로 이야기를 이끌기보다는 잔뜩 웅크린 독백조로 말과 의미의 긴장을 새롭게 일구어내기, 등 여러 면에서 한유주의 소설은 우리의 주목에 값한다. [……] 자기 세대의 나날의 삶에서 범람하는 일상 언어들을 무분별하게 자동적으로 옮겨놓는 경향이 많은 시절에 이와 같은 문학 언어에 대한 인식은 매우 각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녀의 묘사는 물론 소설 전체가 낯선 것은 이런 문학 언어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만의 문학 언어를 통해 영화와 음악이 이르지 못하는 세계에 고통스럽게 도전한다. 그런 면에서 그녀야말로 독특한 묘사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수사학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작가다. __우찬제, 해설 「수사학의 시대와 독백의 다성성」에서

한유주는 체질적으로 ‘이야기’에서 자유로운 것 같다. 그는 거의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으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 편의 소설을 썼다. [……] 작품의 전체적 틀,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서사적 연계성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무화시키며 말 하나하나, 이미지 하나하나에 주의를 돌리게 만드는 침묵의 여백들이다. 그 빈 공간은 때로는 한낮처럼 눈부시고 때로는 한밤의 어둠처럼 캄캄하다. 우리는 이야기의 몸을 벗어나, 명상 혹은 상상으로 그 빛과 어둠 속을 우주처럼 유영한다. 도대체 나는 몇 번이나 이 소설을 읽었던고…… (이인성, 소설가)

서사로 환원되지 않는 디테일에 집요하게 파고드는 한유주는 아포리즘의 나열을 통해서 지성적이면서도 미학적인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다. (정여울, 문학평론가)

한유주가 보여주는 역사적이며 정치적인, 그리고 동시에 시적이며 묵시록적 상상력의 매혹은 이제껏 한국 문학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개성에 속할 것이다. (이광호, 문학평론가)

한유주의 소설은 소설에 대한 실험이자 도전이다. (최성실, 문학평론가)

한유주의 「달로」는 기존 소설 문법의 기제와 규범을 산문의 미학적 호흡으로 배신하면서 진정한 소설적 사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소설을 이야기를 담아내는 ‘매체’라기보다는 순수한 ‘상상력’으로 인지하고 있는 작가의 미적 자의식은 전통적인 소설 형식을 전복시킨다. (제3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심사평)

내밀한 독백의 독무, 지독한 묘사에서 시작되는 고통의 축제

2000년대 이후 한국 문단에 새롭게 등장한 20대 젊은 작가들 가운데, 소설의 형식과 내용 면에서 가장 독창적인 혹은 일탈적인 글쓰기로 지목받는 한유주가 첫 소설집 『달로』를 펴냈다(문학과지성사, 2006). 2003년 스물두 살의 대학생 신분으로 단편 「달로」로 제3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한유주는 이후 꾸준한 창작 활동을 펼치며, ‘소설쓰기란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에 매달려왔다.

이제 갓 20대 중반을 넘어선 신예 한유주의 소설은, 동세대 작가의 작품에서 쉽게 읽히는 대중매체에 대한 관대함이나 자유분방한 섹슈얼리티, 재기발랄한 문체, 유쾌한 상상력, 가벼운 메타소설의 장치들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대신 환상적인 미디어 네트워크에 짓눌린 일상과 세계에 대한 절망, 수다한 이야기 문화에 대한 강한 거부감에서 비롯된 자기만의 독창적인 소설언어를 찾아 보여준다. 읊조리듯 암송하듯 내뱉는 한유주의 문장은 강한 여운과 메시지를 품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늘 앞면밖에 보여주지 않는 달의 뒷면처럼, 혹은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세이렌의 노래처럼, 우리가 직접 보거나 들을 수 없는 집단의 역사(1940년 이후 2차 세계대전과 동구권의 몰락, 9?1사태 등)와 기억 저편, 불특정 다수에게 강요되는 미디어 메시지 그 이면에 눈뜨게 만든다.

한편 일반적인 소설에 등장하는 중심인물과 단일한 사건이 한유주의 작품에서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 한유주의 소설이 독자에게 낯설고 친절하지 못한 일차적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비유와 기호화된 침묵 그리고 냉소적 문체로 일관하는 이 개성 넘치는 소설 전략은 작가의 치밀한 계산속이라기보다, 작가 본인이 미디어를 통한 기억과 경험에 대한 불신, 자기를 잃은 영혼(죽음의 다른 이름)의 세계에의 경도, 환희와 환각, 환영의 허황된 세계를 살아가는 자의 슬픔의 무게, 소설가의 침묵과 소설가의 발설이란 모순된 문제의식에서 촉발된 당연한 귀결로 보여진다. 자연스럽게 파울 첼란과 벤야민, 키르케고르와 아도르노, 가수 마리안느 페이스풀과 엘리엇 스미스, 쇼스타코비치와 말러의 교향곡이 그녀의 사유-근저와 외피를 이룬다.

너무나 쉽게 말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치장하고 소비해버리는 말 문화, 흔한 이야기를 편한 스타일로 아무 고민 없이 전달하는 수사를 ‘야만’이라 단정하는 작가의 생각에 (기꺼이) 귀기울여보면, 때로는 암송으로 때로는 서사시로 감각적으로 읽히는 한유주 식 소설의 맛을 음미하게 될 것이다.

■ 작가의 말

말……을 줄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시간이 수다스럽게 지나갔다. 시간을 지나치게 지나쳤다. 인사는 언제나 심상했지만, 안녕, 안녕, 짧은 말 속에 수많은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그렇지만, 그러니까, 그렇게, 그러한, 그……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잊은 말들이 있었다. 그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말……의 假作. 너와 당신, 그와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다. 사랑니 세 개를 뺐다.

카메라를 샀다.

2006년 4월 한유주

목차

달로
죽음의 푸가
세이렌99
그리고 음악
베를린·북극·꿈
죽음에 이르는 병
지옥은 어디일까
암송

해설|수사학 시대와 독백의 다성성_우찬제
작가의 말

작가 소개

한유주 지음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달로』 『얼음의 책』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연대기』 『숨』, 중편소설 『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 장편소설 『불가능한 통화』가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김현문학패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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