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에 대한 기발하고도 유쾌한 그림책!
그림책계의 유명한 부부 작가 앨런 앨버그와 자넷 앨버그의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지렁이를 소재로 한 이 그림책은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글과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결국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지렁이의 변신은 무죄!
지렁이에 대해 알고 있는 우리의 지식은 극히 단순하고 획일적이다. 흙 속에서 살고, 비가 온 날이면 어디선가 슬금슬금 나타나 우리를 놀래 주고, 소금을 뿌리면 몸을 마구 비틀어 대고, 기다란 몸은 머리, 몸통, 꼬리로 되어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지렁이에 대한 온갖 창의적인 생각이 담긴 『지렁이 책』은 우리의 단순한 상식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도 남는 신선한 그림책이다.
간결한 문장과 더욱 간결한 그림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주인공은 당연히 지렁이다. 특별할 것도 없이 그저 기다란 모양을 하고 있는 지렁이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의 재치와 창의성에 탄복을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지렁이에서부터 애완 지렁이, 그 외의 이런저런 지렁이까지 지렁이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보통 지렁이가 어떨 때 위험에 처하는지, 애완 지렁이를 잡을 때 이용할 수 있는 미끼와 지렁이들의 건강상의 문제점들, 지렁이 다루는 법까지 세세하고도 꼼꼼하게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백과사전의 ‘지렁이’ 항목을 읽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다양하고 그럴싸하기까지 하다.
지렁이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과연 지렁이는 언제부터 우리 인간 곁에 있었던 걸까, 라고까지 생각해 본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이 책은 엄연히 태초에 이 지구가 시작될 때부터 우리 곁에 줄곧 있어 오면서 인간과 역사의 고락을 함께한 이 땅의 주인이라고 당당히 알려 준다. 또 나름대로 존재하는 지렁이의 세계를 다양하게 보여 주는데 위험에 처한 지렁이를 구조하는 산악 구조 지렁이, 온 세계를 돌며 엄청난 묘기를 보여 주는 서커스단 지렁이, 전쟁터에 깊숙이 침투해 비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쟁터의 지렁이까지 지렁이의 활약상은 실로 대단하다.
이렇듯 다양한 삶에도 불구하도 새에게 쪼이기도 하고 물고기의 미끼로 이용되기도 하는 미약한 존재인 지렁이들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작가는 지렁이의 지능이 나날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으로 새를 콱 물어 버리고, 물고기의 몸통을 조이고, 새를 골려 주려고 변장하는 지렁이들의 미래를 그려 보기도 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지렁이는 힘없고 미천한 존재이다. 작가는 이렇듯 연약한 존재에 새로운 생각과 시선을 불어넣어 이 땅의 모든 생명이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고 아주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알려 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비 오는 날 피하기만 했던 지렁이가 이제는 참 귀엽고 대단한 존재로 보일 것만 같다. 징그럽게만 여겼던 벌레들도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