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공룡의 유쾌하고도 놀라운 상상력!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까?
우리가 눈으로 보고 배우고 듣고 경험해서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실상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믿지 않을 재간이 우리에겐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상식이나 고정관념 따위야말로 허를 찔리기 좋은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공룡이 없다고?』의 작가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굳은 믿음에 대해 ‘콤프소그나투스’라는 공룡을 등장시켜(그것도 끓는 물에 팔팔 삶은 부활절 달걀에서 깨어 나온 공룡 말이다!) 우리의 사고도 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주 유쾌하고 아주 재미있고 은근히 감동적으로!
『공룡이 없다고?』는 주인공 남자가 친구로부터 ‘자비눌’이라는 이름을 물려받고부터 믿을 수 없는 일들을 겪게 되는 이야기로, 시종일관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던져 주고 웃음을 짓게 한다. 또한 읽는 내내 우리의 머리를 자극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 줄 뻔히 알면서도 어느새 왠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그 이야기들이 상당히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과 편견을 뛰어넘는 통쾌함!
주인공은 ‘자비눌’이라는 이름을 갖기 전에는 너무 느리고, 너무 반듯하고, 너무 지루한 그저 그런 삶을 살았다. 그런데 ‘자비눌’이라고 불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일이 훨씬 빨라졌다. 기다리기 지루했던 휴일이 굉장히 빨리 왔고, 힘겨운 일은 거의 저절로 해치워졌다. 그야말로 그의 삶에서 지루함이란 단어는 완전히 없어졌다. 하지만 이런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어느 봄날, 창턱에 올려놓은, 끓는 물에 팔팔 삶은 부활절 달걀에서 ‘콤프소그나투스’가 깨어 나오면서부터 정말 놀랍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창턱 위에 얌전히 놓여 있던 (금붕어, 파란 토끼, 양치식물이 우거진 뒤쪽으로 도마뱀 같은 조그만 동물이 그려진) 세 개의 부활절 달걀에서 하필이면 공룡이 깨어 나오다니!
공룡이 삶은 달걀에서 깨어 나왔다는 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 공룡이 좋든 싫든 간에 자비눌은 이제 콤프소그나투스와 한집에서 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뭔가 힘든 일을 할 때마다 나오는 소리 “옴프스”, 그 일을 해냈을 때 나오는 소리 “콤프스”, 뭔가 물을 때는 “오?”, 그 외 나머지는 모두 “그나투스”인 공룡만의 언어를 자기도 모르게 알아듣게 된 자비눌은 결국은 콤프소그나투스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룡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 나간다.
그렇다 해도 인간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으니 늘 엉뚱한 질문만 해대고, 말도 못하게 호기심 많고, 식욕도 무지 왕성한 콤프소그나투스와 같이 지내려니 자비눌은 한시도 맘이 편할 날이 없다. 엉뚱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왜냐하면…… 왜냐하면…… 왜냐하면……” 하면서 생각을 짜내도 똑똑한 콤프소그나투스를 이해시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치 아프지만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공룡과 사는 동안 자비눌은 어느덧 공룡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살면서 우리는 이 콤프소그나투스와 같은 상황을 종종 만나게 된다.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문제, 그걸 풀어 가는 과정에서 새롭게 뜨이는 눈, 다시 돌아보게 되는 나 같은 것들도 모두 콤프소그나투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공룡이 없다고?』는 뛰어난 해학과 재치로 나 자신과 내 주위를 뒤집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1. 새로운 이름
2. 괴상한 병아리
3. 무시무시하게 커
4. 콤프소그나투스 롱다리
5. 웃기는 동물들
6. 사람은 얼마나 커야 해?
7. 한번 먹어봐!
8. 전차
9. 공룡은 없다
10. 전시회
11. 알은 너무 작아
12. 그런 게 있어?
13. 뒤죽박죽
14. 입 다물어!
15. 파란 토끼는 없다
16. 자비눌은 이제 그만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