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와 수수께끼의 세계,
마야와 잉카 문명으로 빨려들어간 한 소년의 진기한 모험담!
『불휘와 샘물이의 잉카 여행』은 김혜순 시인이 1995년 한양출판에서 『마음 속의 잉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던 동화를 다듬고 고쳐 써 새로 펴낸 동화이다.
과거의 세계로 떠나는 시간 여행
중남미 고대 문명인 마야와 잉카 제국은 여전히 많은 신비와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있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 문명의 흥망성쇠와 역사를 알 수 있지만 그런 것들이 모든 궁금증들을 풀어 주지는 못한다. 다만 찬란한 유적들을 통해 사라진 제국과 백성들에 대한 상상력을 끝없이 발휘할 뿐이다. 김혜순 시인은 이런 신비에 가까운 문명의 바탕 위에 독특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가미해 아름답고도 놀라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주인공 불휘는 공부도 잘 못하고 운동도 잘 못하지만 책읽기와 공상하기를 좋아하고 컴퓨터 게임을 몹시 좋아한다. 그야말로 상상력이 풍부해서 혼자서 목욕탕에서 치약과 샴푸 거품으로 병사들을 만들어 게임을 하기도 한다. 또 컴퓨터 통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모임인 ‘세헤라자데’에 자기가 쓴 게임 이야기 ‘지옥 탈출기’를 올려 ‘열아홉번째밤’이라는 이름을 받기도 한다(이야기를 올린 순서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다). ‘열아홉번째밤’이라는 이름은 불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새롭게 경험하게 될 마야와 잉카 문명에서 불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 완성해야 하는 사람이 되니까.
불휘는 어느 날, 마야와 잉카의 유적지로 가는 엄마 아빠와 함께 여행길에 오른다. 비행기 안에서 아빠는 불휘에게 한 권의 책을 건네준다. 황금색 겉장의 책을 펼치는 순간, 불휘는 먼 옛날의 마야와 잉카의 땅으로 들어서게 된다. 옛날로 가는 시간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풀어 낸 잉카 제국의 신비
옛날 옛적 평화롭고 풍요로운 땅에 총을 든 침략자들이 쳐들어와 왕과 백성들을 속이고 위협해 많은 황금을 약탈해 갔다. 왕은 자신의 딸인 귀리 공주에게 자기 나라의 이야기가 이 세상에 영원히 전해질 수 있도록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지하 미로로 공주를 보낸다. 불휘는 책 속에서 이 이야기를 처음 만나게 된다. 불휘는 지금껏 그 누구도 찾아 내지 못한 지하 대륙에서, 사라진 나라와 백성들의 이야기를 영원히 남겨 줄 사람을 기다리는 귀리 공주를 찾아 나서는 기나긴 여정, 즉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불휘가 귀리 공주를 찾아 나서는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높은 산을 넘고 험한 계곡을 건너고 외로움의 지하 감옥에도 갇히게 되고 두려움과 부끄러움의 방도 지나게 된다. 그러면서 침략자들에게 쫓기고 노예가 되어 버린 잉카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 소망을 같이 느끼게 된다. 어려움을 하나하나 이겨 내고 지하 대륙을 찾아 모험을 쉬지 않은 불휘는 점점 더 강하고 용감한 소년이 되어 간다. 귀리 공주를 찾아 나선 불휘가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신비에 싸여 있던 잉카 제국의 역사와 문명을 눈앞에서 보듯 생생하게 경험하게 된다.
우리 마음속의 소중한 보물찾기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은 둘이라 할 수 있다. 불휘와 불휘 마음속의 친구(자기 자신)인 샘물이. 재미있게도 불휘는 남자 애지만, 샘물이는 여자 애다. 불휘가 미지의 세계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거울 속에 나타나 말벗도 되어 주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낸 불휘의 내면이 몰라보게 자라게 된 것은 마음속의 친구가 항상 함께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는 샘물이를 통해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실질적인 장치를 둔 것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불휘는 고대 문명 세계로 들어가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의 임무를 받고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한다. 고대 사람들이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들의 유산과 문화를 짓밟히는 현장을 보며 불휘도 그들과 똑같은 분노와 아픔을 느낀다. 그리고 슬픔, 두려움, 기쁨, 무서움, 게으름, 외로움 같은 자신의 마음의 문들을 통과하여 결국은 귀리 공주의 깊은 잠을 깨우게 된다. 불휘가 걸어온 어려운 길들은 귀리 공주에게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는 지도를 그려 준 셈이다. 또 불휘의 이야기 속에는 어떻게 외로움과 게으름과 무서움과 기쁨과 망각과 슬픔을 건널 수 있는지 가르쳐 주는 지도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 글에는 각기 다른 장소, 시간들이 겹쳐져 함께 펼쳐집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마야와 잉카의 유적지들을 돌아보는 여행과 비행기 안에서 잠든 불휘의 꿈 속의 길과 황금빛 겉장의 책 속의 내용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어우러져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책이 옛 사람들과의 대화이고 그들에 대한 불휘의 슬픔과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슬픔과 사랑의 힘으로 마침내 불휘는 지하 미로의 문을 열고 귀리 공주의 깊은 잠을 깨우게 됩니다.
_「발문」 중에서
작가의 말
1. 출발
2. 책 속으로 숨은 나라
3. ‘돌나를아이’와 ‘돌나르는아버지’의 길
4. 명령이 오르내리는 길
5. ‘쉬지말고울어라’의 집
6. 외로움의 지하 감옥
7. 두려움의 방
8. 항아리 속의 미라와 부끄러움의 방
9. 게으름의 박쥐 동굴
10. 눈 속에 파묻힌 졸음의 산
11. 아우성으로 가득 찬 혼돈의 숲
12. 비밀의 지하 대륙
13. 기쁨과 망각의 섬
14. 하늘이 들려 준 이야기로 그린 무늬
15. 물거품 속에 숨은 슬픔의 나라
16. 다시, 진짜 출발
발문 옛날로 가는 시간 여행·오정희(소설가)